사물에서 예술로, 예술에서 사물로 로빈슨, 사물들의 힘 : Robinson, ou la force des ch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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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서 예술로, 예술에서 사물로 로빈슨, 사물들의 힘 : Robinson, ou la force des choses

공장의 산업 생산물, 생활 속 오브제, 자연 상태의 나뭇가지나 돌멩이…. 미술관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종종 예술작품으로 둔갑해 전시장에 놓인다. 어떻게 이런 사물들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니스(Nice)의 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로 한 번쯤은 질문해 봤을 법한 궁금증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졌다. 쉬포르 쉬르파스(Surpports Surfaces)를 대표하는 미술가 3인의 작품을 통해 일상 사물과 예술의 관계를 되짚어보자.
서동희 (파리 소르본대학 미술사 박사과정)



니스 근현대미술관 외관


일시  2012년 1월 28일 ~ 5월 27일   
장소  니스 근현대미술관(Musee d’Art Moderne et d’Art   개관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월요일 휴관)
URL  www.mamac-nice.org 

쉬포르 쉬르파스, 물질로서의 예술

남불의 코트 다 쥐르(Cote d’Azur) 지역, 특히 니스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발전한 쉬포르 쉬르파스는 ‘바탕’을 뜻하는 쉬포르(Supports)와 ‘표면’을 의미하는 쉬르파스(Surface)의 합성어다. 화가들은 여태까지 그림을 가둔 캔버스 틀과 액자를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회화적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 또한, 평범하고 하찮아 보이는 오브제를 예술 작품화하기 위해 사물을 수집, 추출해 결합하는 형식으로 작업하면서 미술 활동 본질에 대해 탐구했다. 이러한 작품 활동은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하는 공작이나 목공 같은 테크닉을 이용한 간단한 작업이 주였다. 
이번 전시 주인공 다니엘 드죄즈(Daniel Dezeuze), 패트릭 세이투르(Patrick Saytour),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는 모두 니스 지방 출신 예술가로 이 지역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쉬포르 쉬르파스 미술가들은 예술작품의 기능과 메시지에 대한 복원, 재정립을 모토로 1969년부터 연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시대의 대세였던 추상표현주의, 에콜 드 파리, 누보 레알리즘과 팝아트 조형 문법에서의 해방, ‘예술의 종말’이라는 비관적 예술관에 반발했다. 이것은 아직도 회화가 건재하다는 믿음, 그림 보여주는 방식을 재조명한다는 필요성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1969년 파리 예술과 건축 에꼴, 아브르 뮤지엄, 파리 FIAP 전시를 시작으로, 다음 해 여름 니스 극장과 남불의 여러 지역, 해외로 나아가 활발한 전시활동을 했다. 쉬포르 쉬르파스 그룹은 프랑스 비평가 마르셀린 플레네(Marcelin Plenet)의 이론적 뒷받침에 힘입어 1970년 공식적으로 발족했다. 1970년 파리에서 열린 기념비적 전시에서는 마크 데바드(Marc Devade), 패트릭 세이투르(Patrick Saytour), 뱅상 비울레(Vincent Biou les), 다니엘 드죄즈(Daniel Dezeuze), 앙드레 발렁시(Andre Valensi),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등이 참여했고, 이 외에도 많은 프랑스 미술가가 이 흐름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 경향은 혁명적 이데올로기성 때문에 곧 막시스트와 레닌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미셸 투르니의 로빈슨 크루소

이 전시회는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로빈슨 크루소는 1719년 영국 소설가 대니얼 디포(Daniel Defoe)의 작품으로, 쥘 베른(Jules Vernes),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 er)의 소설 버전부터 루이 부뉘엘(Luis Bunuel) 영화까지 다양하다. 로빈슨 크루소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인간의 모험이자, 각기 충돌하는 다른 문명과 문화, 타인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끊임없이, 그리고 고집스럽게 문명화된 삶의 재건을 시도한다. 그러나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등장하는 로빈슨은 인류가 이룩한 문명에 반하는 새로운 문명을 보여준다.
투르니에가 재창조한 로빈슨은 쉬포르 쉬르파스 예술가의 행위와도 밀착한다. 로빈슨은 익숙하고 문명화된 일상 조직을 구축하고 난 후, 방드르디라는 인디언을 만난다. 그의 소설에서 방드르디 존재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방드르디의 원시성, 타자에 대한 인식은 서구 인류 문명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로빈슨은 원초적인 상태, 야만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다. 그것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쉬포르 쉬르파스 예술가들도 전통적 회화의 구성요소에 의문을 갖고 분석적인 해체를 제안한다. 예술적 생산에서의 해체, 좋거나 나쁜 취향에 대한 새로운 시각, 미적 판단에 대해 완전히 다른 조형적 접근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놀이적이고 가벼운 제스처, 정신세계를 전면에 내세운다.
 




다니엘 드죄즈의 작품들

클로드 비알라, 다니엘 드죄즈, 파트릭 세이투르의 작품

세 명의 작가는 각 400㎡의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을 보여준다. 클로드 비알라는 그림이 그려진 대형 캔버스 천을 그대로 천정에서 바닥으로 늘어뜨려 설치하거나 벽에 부착한다. 기울어진 직사각형 형태의 색점은 규칙적이고 바탕과 점, 점의 테두리에 각기 다른 색상으로 색칠했다. 자연 재료인 돌과 나무에 인간이 만든 일상적 조형물들을 결합해 정교하면서 균형과 변화의 미를 살린 초현실적 구조물을 탄생시켰다.
다니엘 드죄즈는 인공적 사물들을 이용한다. 가방과 낚시망, 새장, 잠자리채 등 일상용품은 새로운 조형언어 재료다. 이러한 여러 개 사물은 하나의 덩어리로 바닥에 놓여있다. 용도를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자리를 차분하게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형태가 제각각인 잠자리채, 활 같은 도구들이 벽에 죽 늘어져 있는 설치는 일상용품과 예술작품의 형태적 차이를 없앤다.
파트릭 세이투르의 설치작품도 그물이나 곤충 채집망 같은 사물로, 마치 무인도의 로빈슨이 사용했을 것 같은 상상이 든다. 벽에 걸린 대형 캔버스 천 위에 검은색, 붉은색의 단순한 색채와 네모 형태로 배열했다. 종이로 오려낸 기하학적 형태의 설치작업은 마치 날아가는 새 같다. 추상에서 구상으로 다시 회귀한 이 작업은 미국적 추상과 구별된 프랑스만의 자연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파트릭 세이투르의 작품들

아상블라주

이들은 누보 레알리즘, 팝아트, 추상 표현주의, 에콜 드 파리와 배척하는 지점이지만 누보 레알리스트와 많은 부분 유사점이 있다. 아상블라주(Assemblage), 즉 삶 속에서 발견한 오브제를 사용해 수집과 축적, 집적 방법으로 작업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문명과 거리가 먼 낡아빠진 것, 자질구레하고 하찮은 물건에 아무런 조작도 가하지 않은 자연적인 상태로 사물을 사용했다. 따라서 사물은 단순히 그들이 실재하는 방식으로 묵묵히 존재한다. 사물은 예술이다. 다시 예술은 사물과 같아진다. 이는 미셸 투르니에의 로빈슨이 모든 문명세계를 잊고 나서야 얻은 깨달음이다. 전시 쟁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물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사물인 세계, 바로 문명과 야만, 구축과 해체가 있는 지점이다.
 




클로드 비알라의 전시장 전경

tags 쉬포르 , 로빈슨 크루소 , 대니얼 디포 , 아상블라주 , 니스 근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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