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부활시킨 따뜻하고 인간적인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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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부활시킨 따뜻하고 인간적인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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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배가되는 공유경제
기술이 부활시킨 따뜻하고 인간적인 자본주의

장기 불황에 녹초가 된 사람들에게 ‘공유’는 새 바람이다. 이제 ‘소유’보다 효율성과 경험적 가치를 높이는 ‘공유’에서 만족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협력적 소비’가 불러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쏠쏠했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와 연결해주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공유경제를 가능하게 했다. 더 이상 빼앗지 않아도 되는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다.
글 김상훈 《빅 스몰: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낸 백만 개의 작은 성공》의 저자

빼앗는 기술

1811년 영국 노팅엄, 직물을 짜던 노동자들이 기계로 가득 찬 직물공장을 에워싸고 기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의 시작이었다. 품질 좋은 직물을 짜는 기술을 익히는 데 평생을 바친 그들은 기계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했다. 일자리를 잃은 인간들은 기계를 향해 분노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공장 문을 닫고 기계를 파괴해도 한 번 사라진 일자리가 되돌아오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기계가 가져다 주는 품질 좋고 값싼 상품에 열광했다.

이런 일은 이후 끊임없이 반복됐다. 기술의 발전은 늘 일자리를 없앴다. 좋은 기술이 좋은 상품을 싸게 세상에 내놓아 소비자를 도왔지만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새로 생겨난 엄청난 부 대부분은 소수의 손에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대응은 비슷했다. 기계를 부수거나 공장을 멈추고, 거리로 나와 정부와 자본가를 규탄했다.

지금도 이런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은 음반 산업과 신문, 잡지 및 출판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혔고 유통업계를 뒤흔들었다. 어디서 뭘 하다 나타났는지 모를 20~30대 청년들은 계속해서 억만장자가 되고 있다. 그 뒤에서 전문가가 되는 데 수십 년을 바친 숙련된 기술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간다.



코자자 www.kozaza.com

나누는 기술

지금도 우리 시대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든다. 심지어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순간에도 그렇다. 숫자로 표시하는 경기는 호전되는데, 사라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머리띠를 매고 거리에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공유경제는 이런 시기에 주목받기 시작한 새로운 현상이다. 에어비앤비라는 회사가 대표적이다.
 
집세를 낼 돈이 부족했던 샌프란시스코 대학생들이 집에 남아 있는 공간에 공기침대(Airbed )를 놓고, 이곳에 아주 싼 값으로 다른 사람을 재운 것이다. 특정 이벤트가 있어 호텔이 꽉 차는 시기에 이렇게 남는 방이나 공간을 호텔처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 그게 에어비앤비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민박업의 모습이다. 집주인도, 이 집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사람도 호텔 값을 걱정하는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한 가지 다른 것은 인터넷이 매개체가 됐다는 점이다.

민박은 값싸고 훌륭한 숙소지만 이용하기 불편했다. 민박집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기 힘들었고, 집은 깨끗한지, 출입 시간은 자유로운지 알기는 더 힘들었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손님이 강도로 돌변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에 수많은 민박집을 올려주는 웹 서비스였다. 사람들은 지도를 보며 가고 싶은 곳의 민박집 리스트를 쉽게 뒤져볼 수 있었고, 앞서 이용한 사람들이 남긴 평가도 볼 수 있었다.
 
집주인도 손님에 대한 다른 집주인의 평가를 볼 수 있고 자연스레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신뢰도를 파악했다.물론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부자가 됐지만 기존의 기술 발전과 큰 차이가 있었다. 이들은 누군가의 부를 빼앗지 않았고 공유를 통해 모두에게 부를 나눠줬다. 문자 그대로 기쁨이 나눌수록 배가 됐다.
 
집을 사느라 은행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고 은행이 대출 이자를 높이자 집을 도로 빼앗길 상황에 빠졌다. 에어비앤비가 이런 사람들에게 약간의 돈을 벌 기회를 줬고, 이들은 계속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었다.

쉽지만 불가능했던 일들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비앤비히어로, 코자자 등의 숙소 공유 서비스가 생겨나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가고 있다. 숙소만 공유하는 게 아니었다. 미국에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자기 차를 남에게 빌려주고 돈을 버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인기다. 한국에선 집안 책꽂이에 꽂혀 공간만 차지하는 책을 공동으로 한 장소에 맡겨놓은 뒤 함께 책을 돌려보는 책 공유 서비스도 생겨나 화제가 됐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과거엔 불가능했다. 인터넷도 없었고, 스마트폰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내 근처’의 남아 있는 빈방, 주차된 차, 한 시간짜리 장보기를 대신시킬 사람을 파악하는 데 스마트폰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스마트폰을 거미줄처럼 이어준 게 인터넷이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고 거래 비용을 최소화한 현대 기술이 자본주의를 바꿨다.

이전까지 기술의 발전은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괴로움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쉬운 기술을 모두의 호주머니 속에 보급하고 있는 지금의 발전이 어려웠던 기술을 마치 조립식 가구 만드는 일처럼 쉽게
바꿔놨다. 기술을 조립식 가구처럼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구를 만드는 수준의 노력으로 사업도 만들   소비자 고르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기술적 차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면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는 공유경제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우리의 사생활을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에 폭로한다며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스스로를 사회에 알리면서 가능해지는 일이다.

과거에 우리가 품앗이해가며 농번기를 보낼 수 있던 건 마을 공동체에서 형성된 서로 잘 아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 덕분이었다. 현대 도시에서 이런 공동체는 불가능하지만 대신 페이스북을 통해 형성한 공동체가 가능하다. 내가 전혀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페이스북을 보면 직업과 친구들, 평소에 주고받는 대화 형태, 삶의 태도 등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다.수많은 공유경제 기업들이 낯선 이들 사이의 거래를 주선하면서 활용하는 게 바로 이렇게 자발적으로 공개한 개인들의 정보다. 공유경제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남에게 설명해야 한다. 덕분에 공유경제의 기업 모델에서는 블랙 컨슈머도 사라진다.익명성 뒤에 숨어 기업을 협박해 부당한 과잉 보상을 받아내는 소비자가 설 땅이 없다. 공유경제의 틀 속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한 과거 이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자신의 집을 남에게 빌려주는 사람, 자신의 차를 다른 사람이 몰도록 허락하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써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소비자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 기업은 소비자를 고를 수 없었지만, 공유경제 시대의 작은 기업가이자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자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두가 작은 기업이자 좋은 소비자여야 하는 시스템 속에 편입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선하고 올바른 삶을 남에게 알리는 일이다.

불황이 일상화되면서 기존 자본주의 경제 순환에 익숙한 사람들은 소비의 감소만을 걱정한다. 경기 위축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적게 소비하고도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먼 나라의 별난 사례가 아니라 한국에서, 우리 바로 곁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다. 게다가 적게 쓰고 풍요롭게 사는 건 우리 사회는 물론 지구 환경에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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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김상훈 , 빅스몰 , 에어비앤비 , 공유경제 , 소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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