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생태계, 공룡보다 공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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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생태계, 공룡보다 공생이 필요하다

이종철 기자 jude@websmedia.co.kr



모바일 생태계, 공룡보다 공생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사용료에만 집착하면 미래는 없다”, “가상재화 유통을 위한 글로벌 공동 마켓을 구축해야 한다”. 이석채 KT 회장은 한국시각 2월 26일 MWC 2013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과거 생태계를 장악했던 공룡의 패왕 수복을 노리는 발언임과 동시에,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올바른 회수에 관한 입장이기도 하다. 과연 이 회장의 키노트에 담겨있는 숨은 뜻은 무엇일까?
이석채 KT회장


통신업체가 가상재화 제작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가상재화는 네트워크(브로드밴드/무선 망)를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간편하다. 카카오톡, IPTV, 모바일 쿠폰, 모바일 신용카드 등 여러분이 통신 기능을 활용해 쓰는 것들이 가상재화다. 디지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IT 솔루션, e러닝, 헬스케어 등으로 차츰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이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광대역 확산 사례를 소개하며 “광대역 시대에서는 통신사 비중이 줄어든다”고 밝혔고, “카카오톡처럼 기존 통신망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OTT(Over the Top) 사업자가 번창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입장은 “이제 통신사는 스스로 가상재화의 제작자가 되거나 유통 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발언에서 더욱 강력하게 드러난다.

위 발언은 다음과 같은 각도에서 해석 가능하다. 통신사는 현재 ▲가상재화 제작사와 ▲유통 플랫폼 모두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제작사의 대표적 예는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 유통 플랫폼은 iOS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있다. KT는 그동안 해결책으로 통신 3사 통합 메신저(조인, Joyn)를 출시하고 글로벌 앱 도매장터(WAC) 구축에 참여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다. WAC는 MWC를 주관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도하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오픈 마켓이었지만 올해 GSMA가 직접 ‘공식 실패’를 선언했다. 조인의 경우 세 통신사의 사용자 수를 합해도 카카오톡 사용자 1/10에도 못 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앱스토어와 플레이 스토어, 카카오톡이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고, 이미 점유율을 공고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KT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망 구축’으로 통신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자신들이 모바일 생태계를 제어하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해서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 시절, 통신사는 자신들의 정책에 맞춰 소비자와 제조사를 주무른 바 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 방통위는 한국시장에 판매되는 무선인터넷 기기에 한국형 모바일 플랫폼 위피(WIPI, Wireless Internet Platfor m forInteroperability) 탑재를 의무화했는데, 통신사의 입김이 개입하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의도는 ‘표준 플랫폼을 만들어 수출하자’였지만 통신사들은 플랫폼 통일보다 모객을 위한 자사 전용 기능 탑재를 강조했고, 결국 위피는 한국만의 닫힌 규격이 돼버렸다. 당시 통신사는 이 폐쇄성을 이용해 저렴하고 성능 좋은 외국 제품 수입을 막는 방어막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위피 시행 당시에는 무선 인터넷 기기로 와이파이 하나 마음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규제가 심각했다.

아이폰 도입 이후 통신사는 또 다른 수익모델을 찾았지만 원하던 모든 것이 가능한 과거의 수익률을 그리워하는 모양새다.이석채 회장은 또한 “KT가 아이폰 도입 이후 3년간 무선 네트워크에 4조 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수익은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이면에는 소비자가 모르는 이유가 있다. KT가 무선 네트워크에 다른 통신사보다 많은 돈을 투자한 이유는 위피와 와이브로 실패 때문이다.

위피가 실패하며 고객 고착화와 점유율 축소 방지를 노린 KT는 전국 곳곳에 KT 단말기용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그리고 전 세계 4G 통신 표준이 KT가 야심 차게 전국망까지 구축한 와이브로가 아닌 LTE로 선정된 것도 추가 설비 투자의 원인이다. 자사의 전략 오류로 기존에 있는 와이브로 유지보수비와 동시에 LTE 설비 구축에 또다시 투자한 사실을 갖고 ‘돈을 많이 들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삼성은 타이젠 OS를 설치한 갤럭시S3를 공개했다


생태계 소유가 아닌 상생 개념 필요

KT의 입장이 온당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도 있다. 현재 통신사 및 제조사는 전자통신 부문을 잠식하고 있는 구글과 안드로이드를 견제해야 한다. iOS와 안드로이드의 OS 시장 복점(複占, 두개 회사가 전체 시장을 장악한 경우)을 견제해야 한다. 단순히 통신사의 이익률 하락이 대의가 아닌, 두 개 회사의 횡포가 시작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독과점에 해당하는 현재 상태가 심화한다면 두 회사가 소프트웨어 제공사에 받는 수수료를 올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를 가장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것이 통신사 및 글로벌 기기 제조사. 그런데 기기 제조사(삼성, LG 등)의 경우 다 OS 대비 정책으로 이러한 움직임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타이젠(Tizen)이나 우분투 포 폰(Ubuntu for Phone), 모바일 파이어폭스(Mobile Firefox), 윈도폰(Windows Phone) 등 다양한 신생 스마트폰 OS가 등장하고 있으며, 제조사는 이러한 OS에 맞는 제품도 충분히 준비할 여력이 있다.

그런데 글로벌 벤더 입장에서는 기기 판매 수익이 ROI를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어떤 OS가 인기를 끄는가는 최대 관심사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모바일용 소프트웨어 공동 마켓 구성에 통신사만큼 적극적으로 매달리지는 않는다. 제조사의 입장이 이렇다면 구글을 강력 견제할 수 있는 큰 세력은 전 세계 통신사밖에 남지 않는다.
 
통신사의 경우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구글을 견제하겠지만, 통신사발 글로벌 마켓이 적정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한다는 가정에 한해서 혜택은 소규모 개발사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 다른 OS가 성장할 경우 애플리케이션 판매 수수료도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으므로 독과점에서 오는 폐해를 방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통신사의 새로운 전략은 인정하되 통신사가 가상재화를 직접 제작하는 데는 분명 한계 영역을 정해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경우 통신사는 전화나 메시징과 관련된 좋은 앱을 제작하고, 나머지 자리는 서드파티에게 양보한다면 ICT 시장 전체의 품질이 좋아질 것이다(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카카오톡은 이미 이와 같은 상황을 증명했다). 현재 통신사가 최강의 자리를 OS 제작사에 물려준 상태라면, 통신사는 이들을 견제해 소비자 경험을 더욱 높이고, 그러기 위해 소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상생하는 것이 대의이자 목표여야 한다.  

tags KT , 표현명 , 이석채 , 키노트스피치 , MWC기조연설 , 구글 , 통신사 , LTE , #LTE , #google , #i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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