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6인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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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6인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스티브 잡스 6인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 저자 월터 아이작슨은 그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이 몇몇을 불러 모임을 가졌다. 로렌 파월과 스티브 워즈니악, 조너선 아이브, 마이크 마쿨라, 빌 게이츠가 그들. 모두 서슴없이 그의 이야기에 입을 뗐다.



애플의 창업 자금 밑천이기도 한 스티브 잡스의 재산 목록 1호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 각지면서도 끝이 둥근 외관이 아이폰과 닮았다.

Steve Jobs,Memoirs ▶

*가상으로 구성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월터 아이작슨(이하 월터)은 스티브 잡스(이하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를 출간했다. 책은 잡스의 부탁으로 그와 지인 100여 명의 인터뷰 끝에 완성한 서적. 2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책을 찾는 이는 여전히 많으며, 벌써부터 잡스를 회고하는 영화가 나왔다.
월터는 그를 떠올릴 시간을 한 번 더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허락한 유일한 전기를 썼던 사람으로서 모종의 책임감이 동했는지도 모르겠다. 잡스의 반려자 로렌 파월(이하 로렌)과 애플 공동 창립자 스티브 워즈니악(이하 워즈니악), 애플 아이맥/아이폰 디자인에 빠질 수 없는 인물 조너선 아이브(이하 조니), 애플 첫 투자자이자 잡스의 정신적 아버지였던 마이크 마쿨라(이하 마이크) 그리고 오랜 경쟁자였던 빌 게이츠(이하 빌)를 불렀다. 모두 잡스를 그리는 마음은 같았는지 순순히 모임에 참석할 것을 동의했다. 로렌의 배려로 미 패러앨토에 위치한 잡스의 집에서 그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에서도 빛났던 디자인 집착.
빌 임스 라운지 체어. 이 소파가 아직 있군요. 잡스랑 여기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아내와 여길 방문했을 때 가구가 거의 없어 당황했어요.
로렌 말도 마세요. 결혼하고 나서 세탁기를 무려 1년 만에 산 걸요. 미국 세탁기 중에는 그의 눈에 차는 제품이 없었어요. 나중에 선택한 제품은 결국 미국을 벗어난 독일 밀레 세탁기였고요. 미국 세탁기보다 세탁을 끝내는 데 두 배의 시간이 걸리는 제품이었죠. 기능성은 탁월했지만. 결국 잡스의 설득 끝에 구입했어요.
월터 디자인에 대한 그의 집착은 대단했지요.
워즈니악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애플Ⅰ을 만들 당시, 내부 회로인데 열을 맞춰 제작하라고 하는 바람에 모든 팀원이 진땀을 뺐어요. 저, 잡스, 대니얼 콧키, 엘리자베스 홈스, 패티 잡스 딱 다섯 명의 일원으로 일해야 했는데 말이에요. 엘리자베스는 회계 일을 담당해 실제 작업엔 넷이 참여한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는 시간을 많이 들여서라도 모든 면에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어 했어요.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했죠.
조니 저는 잡스의 그러한 면이 좋았어요. 어느 날 잡스와 한 매장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주방용 칼을 발견하곤 집었어요. 그런데 곧 칼 손잡이에 접착제가 묻어 있는 게 보이더군요. 바로 칼을 내려 놓았는데, 잡스도 저와 똑같이 칼을 집었다가 내려놓는 거에요. 저와 같은 생각이었죠. 그러한 면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어요.
월터 아버지 폴 잡스의 영향인 것 같아요. 언젠가 잡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완성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들었어요. 실제 그가 그리 일했고요. 중고 자동차를 정비해서 되파는 일을 했는데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히 다듬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수입도 괜찮았고요.

워즈니악 세심함과 더불어 단순하고 유려한 디자인도 추구했어요. 오래 전부터요. 처음 애플을 차릴 때 그의 자동차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어요. 그 모양이 꼭 아이폰과 같았던 걸로 기억해요. 아이폰처럼 끝이 둥그면서도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애초부터 그의 머릿속에 존재했지 않았을까 싶어요.



애플Ⅱ의 디자인은 주방가전브랜드 쿠진아트의 선과 곡선, 빗면을 연구해 완성한 결과다.


조니 잡스는 첫 브로슈어에서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고 선언했었죠. 마이크로버스처럼 복잡함을 극복함으로써 얻는 단순성을 추구했어요. 저와 잡스는 그것이야말로 명쾌한 해결책이라 생각했죠. 시각적인 미니멀리즘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한 디자인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어요.
월터 단순함도 특징이고, 디자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넘나들어 참고한 점이 높게 살만해요. 애플Ⅱ도 주방가전브랜드 쿠진아트의 선과 곡선, 빗면을 연구해 완성했으니까요. 매킨토시를 만들 때 자신의 자동차였던 포르쉐 928 같은 클래식한 디자인을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었죠.
마이크 어쩌면 저는 멋진 외관을 추구하는 그의 사상에 작게나마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겠어요. 1977년 샌프란시스코의 제1회 서부 연안 컴퓨터 박람회에서 애플Ⅱ를 처음 세상에 선보이기로 한 날이었어요. 잡스와 워즈니악에게 말끔한 양복을 입혔지요. 사람들에게 훌륭한 회사란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새 제품을 선보일 때는 더더욱. 내실 만큼 겉모습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어요.
월터 마이크, 당신 영향은 매우 크죠. 잡스가 제품 출시 때마다 PT 자료 한 장 한 장에 신경 썼고, 세심함의 끝을 보여줬던 쇼케이스 리허설 현장은 모두 당시 가르침을 기억했기 때문일 거예요. 열세 건의 제품 포장 특허도 그에 따른 결과겠죠. 아버지 폴 잡스와 마이크, 단순함을 추구했던 성향이 어우러져 현재 우리 기억 속의 잡스가 탄생했다고 봐요.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철학 탓에 로렌 말 대로 자기 가구를 사는 데 궁극의 까다로움을 보이기도 했죠. 여기 임스 체어를 비롯해 윌슨 오디오, 밀레 세탁기, 주방용 칼 헨켈 등은 ‘선택된’ 제품이나 다름없어요.
로렌 잡스가 항상 입었던 옷에도 철학이 담겨 있어요. 그때 일본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 검정 터틀넥은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잡스는 소니 공장의 직원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데 매우 감명받았어요. 유니폼 디자인 또한 그의 마음에 쏙 들었고요. 지퍼로 소매를 붙였다 떼며 조끼/긴 팔로 선택해 입을 수도 있었어요. 해당 유니폼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에게 터틀넥을 디자인해줄 것을 부탁했지요. 단순함과 기능성을 겸비한, 잡스의 가치관이 담긴 옷이에요.
월터 깜짝 놀랐어요. 그의 옷장에 이세이 미야케가 제작해준 100벌의 터틀넥이 있단 이야길 듣고. 알고 보니 애플 유니폼으로 주문한 거였더군요. 직원들의 반대가 없었다면 현재 애플엔 여전히 검정 터틀넥을 입은 사람이 있었겠어요.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럿. (웃음) 그의 차림새는 터틀넥과 리바이스 501 청바지, 뉴발란스 992 운동화로 완성됐죠. 청바지는 히피 성향을, 운동화는 뉴발란스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제품으로 역시 모두 의미가 있어요. 입는 옷마저도 브랜드 스토리, 철학을 중시했죠.

안경도 독일 루너에서 특별 주문했는데, 그가 위대한 인물로 삼았던 간디의 안경과 흡사했어요. 캘리포니아주의 번호판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섯 달씩 차를 임대 계약해 타고 다니기도 했고요(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번호판 없는 자동차를 6개월 이상 사용하면 법적 제재를 가한다. 잡스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6개월마다 똑같은 차를 임대해 타고 다녔다). 허투루 사고, 사용한 제품이 없었어요.
빌 잡스에게 디자인 감각이 전혀 없다고 비난을 받았었죠. 저는 반박했고요. 애플이 아이맥을 출시했을 때 전 실제로 그것이 보통의 PC에 색깔만 입힌 제품이라 생각했어요. 공개적으로 빨간색으로 칠한 윈도 PC를 가리키며 “우리가 아이맥을 따라잡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었죠.
조니 정말 어이없는 발언이었어요. 아이맥은 애플Ⅰ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부 회로 기판 칩 배열까지 적잖게 공들인 제품이에요. 매력적인 반투명 케이스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젤리 과자 공장까지 찾아다니며 연구했어요. 첨단 제품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소비자를 위한 혁신 제품이었죠. 결국 우리가 옳았음을 소비자가 증명해주었어요. 처음 6주 동안 27만 8천 대, 그해 말까지 80만 대가 팔렸으니까요. 아이맥은 애플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컴퓨터였어요. CD를 구울 수 있는 트레이 대신 슬롯 드라이브를 채택해 금방 새 작업에 착수해야 했지만, 그 또한 아이튠스로 음악 시장에 뛰어든 원동력이 됐죠.



잡스는 독일 명품 안경 루너의 디자이너 로버트 마크가 특별 제작한 안경을 썼다. 이는 간디의 안경과 매우 흡사한 디자인이다.

잡스 왜곡장, 영화 ‘잡스’.

월터 영화 ‘잡스’가 개봉했어요. 영화라지만 왜곡된 부분이 꽤 많아 보기 어려웠어요.
워즈니악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시대를 연 사람이 잡스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가 영화에서처럼 애플 초기부터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잡스 찬양’ 영화 같아요.
마이크 픽션이지만, 그가 애플에 합류하는 과정도 너무 짧고 간단하게 담았더군요. 애플을 바로 잡기 위해 길 아멜리오가 즉시 잡스를 찾은 것처럼. 그 전에 애플은 추락을 면하기 위해 객체 지향적 응용 계층의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는 협력 회사를 찾았어요. 잡스의 ‘넥스트’는 그 대상이었고요. 그런데 넥스트를 포함해 후보가 하나 더 있었어요. 예전 애플 프랑스 지사장이기도 했던 장루이 가세의 ‘Be’요. 경합 끝에 ‘넥스트’를 인수했어요. 영화와 달리 긴 과정을 거친 후에야 잡스는 애플의 고문으로서 다시 합류했어요.

저도 예전에 존 스컬리를 지지하고 잡스를 내쫓는 데 힘을 더했단 이유로 그의 미움을 사고, 그냥 쫓겨난 것처럼 묘사했더군요. 실제 잡스는 이사진을 교체하면서 저도 내보내기로 마음먹고 편한 마음이 아니었어요. 저를 찾아왔지요. 회의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함께 조용히 산책했어요. 한참 걸은 후에야 회사에 나가길 바란다고 말을 건넸고요. 그는 제가 기분이 상할 것을 염려했어요. 이후 우린 사이가 좋았어요. 잡스는 아이맥 디자인도 제게 미리 보여주며 의견을 물어봤고요. 물론 ‘마우스가 이상하다’는 제 의견은 반영되진 않았지만.
빌 전 매킨토시 GUI를 그대로 베낀 뻔뻔한 사람으로 나오더군요. 전화통화에서 ‘우리도 제록스 PARC의 옆 회사였다’고 한 마디하고는 끝. (웃음) 저도 나름 예의를 지켰어요. 그래픽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계약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 GUI를 선보인 걸요. 잡스와 매킨토시 팀의 미움을 샀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물론 잡스도 처음엔 화를 냈어요. 그래도 나중엔 ‘자기들과 너무 똑같이 만들진 마라’고 말했어요.
월터 비난을 피하긴 어려운 행동이긴 했죠. 그래도 애플이 제록스 PARC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GUI를 창안했듯, 다른 회사가 유사한 GUI를 만드는 일도 불가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래나 저래나 영화는 또 하나의 왜곡장이란 결론이에요. 잡스가 자주 그렸던 현실 왜곡장은 불가능이 현실이 되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찬양만 남았네요. 주위 사람들을 분노와 절망으로 몰아가기도 했던 그의 개인적 특징을 신랄하게 담았더라면 더욱 흥미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말이에요. 너무 위인으로서만 묘사했어요.
마이크 이러한 이야기도 담았으면 어땠을까요? 조금 좋지 않은 일면인데, 잡스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메르세데스 자가용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어요. 이에 직원들이 애플 광고 슬로건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패러디한 ‘다른 곳에 주차하라(Park Different)’라고 적힌 표지판을 만들었어요. 해당 구역의 휠체어 기호를 메르세데스 로고로 다시 그리기도 했지요.
로렌 영화 뒤에나 이어질 법한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더 있어요. 그는 1990년 새해 첫날 제게 프러포즈했어요. 청혼을 받아들였는데 이후 몇 달이 지나도 결혼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죠. 결혼을 기다리다 지친 저는 9월쯤 그와 함께 살던 집을 나와버렸어요. 그제야 찾아와 약혼반지를 꺼내더군요. 그 해 크리스마스이브 정식으로 또 프러포즈했고요. 이전에 떠난 하와이 여행에서 제가 임신을 해 결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겼어요. 결혼도 숱한 과정을 치르고 나서야 한 셈이죠.
월터 만약 잡스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말을 했을까요?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쓴 많은 책에 불같이 화를 냈었는데. 영화는 잡스의 좋은 면모만 담아서 또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아, 영화보다 그의 안 좋은 면도 거르지 않고 담은 제 책에 더욱 화를 냈을까요? 



잡스의 실제 스토리를 다소 왜곡한 애쉬튼 커쳐 주연, 존 카터 감독의 영화 ‘잡스’.


영화 ‘잡스’는 사실과 달리 당시 애플 CEO 길 아멜리오가 흔들리는 애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주저 없이 잡스를 찾아가 그가 돌아오길 설득한 것으로 표현했다.    

tags 조현아 기자 , 애플 , 조너선 아이브 , 로렌 파월 , 스티브 워즈니악 , 마이크 마쿨라 , 월터 아이작슨 , 빌 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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