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 전문가들의 W3C TPAC2013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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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 전문가들의 W3C TPAC2013 참가기

브로드밴드나 PC 인프라가 뛰어난 일본, 미국 일부 지역 등을 제외하면, 외국에서 레이어나 이미지 등 콘텐츠가 많은 한국 웹에 접속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해외 웹이 언뜻 보면 재미없어 보이는 이유는, 최대한 함축적이고 정리된 콘텐츠를 선호하기 때문. 그 뒤 접근성이나 임베디드 콘텐츠가 숨어 있는 걸 성미 급한 한국인이 알기는 어려웠다. 한국 에이전시가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세계 어디를 진출해도 인정받을 전문가들이 가득한 한국에서, 조금 더 세계의 표준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했고, 누구나, 어느 기기에서도 사용 가능한 HTML5가 대세가 된 현재 미래부가 이들을 지원한다고 했다. 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가 창립한 W3C는 기업 중심의 웹 표준화 단체. 세계와 이야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멀지만 가까운 W3C 연례행사 TPAC2013행 비행기로 몸을 실었다. 이제 한국 웹 전문가들의 ‘포텐’이 터지기 시작한다.

진행. 이종철 기자 jude@websmedia.co.kr



한국 웹 전문가, 세계로 떠나다 한국 웹이 왜 글로벌 인사에게 ‘갈라파고스’라는 오명을 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는 타국보다 여유가 없는, 혹은 다이내믹한 한국인의 특성 때문이다. 기술은 문화를 따르기 마련이니까. 국내 디지털 기업의 수는 이미 포화상태고, 때문에 무의미한 단가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해결책을 글로벌 진출로 삼고 다른 문물을 접하러 떠난 이들이 있다. 이들과 동행했다.

글·사진. 이종철 기자 jude@websmedia.co.kr





: 21세기 실크로드

이러한 논의는 디지털 기업들 사이에서 늘 있던 말이다. 에이전시나 솔루션 업체를 포함한 디지털 기업 수는 과잉 공급 상태에 놓였고, 프로젝트 수주 금액은 에이전시가 태동하기 시작한 15년 전에 비해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업체의 대표가 자살하기도 했다.

다수 디지털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준비했으나 가능성 있는 인력의 해외 유출만 있을 뿐 유입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디지털 기업이 하대받는 문화 자체가 형성됐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캠페인도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스크톱 수준 컴퓨팅이 가능한 모바일 웹브라우저가 등장하고 IE가 아닌 다른 PC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늘어나며 이 같은 상황에도 변화가 왔고 드디어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있던, 지저분해서 누가 만져보려고도 하지 않은 문제를 털어줄 방법이 생겼다. 세계의 얼굴을 만드는 우리가 이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발단은 현대 웹 표준 기술 HTML5의 중요성을 인지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작은 생각에서 출발한다. 미래부는 표준 준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이하 KIPFA)와 함께 로컬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은 표준화 채택률이 가장 높은, 월드와이드웹을 창시한 팀 버너스 리가 소속된 W3C. 국내 기업도 W3C의 웹 표준 활동에 동참하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후 지난 여름부터 KIPFA는 W3C 멤버가 될 기술 기업을 선정하고, 멤버가 아니더라도 그룹 미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래부와 함께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단기 ROI에 치중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커스터마이징으로 일관하던 디지털 기업도 변화를 추구하던 시기와 맞물린 이 일정으로 다수 기업이 지원 사업에 신청했으며, 현업에서 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며 전파할 수 있는 일곱 개 업체(비스톤스, 다빈치 소프트웨어, 달리웍스, 메가존, 웹스미디어, 웹와치 주식회사, 판도라TV)가 선정됐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통용되고 있는 기술이지만 글로벌의 마인드를 현장에서 보기 위해 파견된 글로벌 허브 전문가는 그렇게 2013년 11월 10일 W3C 정기 미팅이 열리는 중국 심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그저 ‘미팅’일 뿐인데

국제 웹 표준화 비영리 단체인 W3C가 주관하는 TPAC(Technical Plenary/Adviso ry Commitee Meetings)는 W3C 회원사가 1년에 한 번씩 만나 각종 쟁점을 논의하고 표준을 제정하는 행사다. 주로 웹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개최됐으나 스마트폰과 모바일 브라우저, 삼성과 LG, 중국 텐센트 등의 성장으로 점차 아시아 지역 참가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한 TPAC은 동아시아의 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번에도 중국 심천에서 열렸으며,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TPAC 행사는 특히 회원사가 아닌 기업도 저렴한 가격으로 ‘참관(Observer)’을 허용하고 있다. 미래부는 일부 기업의 회원사 가입과 여덟 개 기업의 참관까지 지원했다. 참관 기업의 권한은 각 워킹 그룹(W3C 회원사 내 각 분야 표준화 담당 기관)의 미팅에 참석할 수 있는 수준이나 실제로는 발언권이 있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처음이라서 낯설 법도 한데 실무자들은 거침이 없다. (물론 네이티브에 비할 건 아니었으나) 실무에 통용되는 영어로 인해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었다.

TPAC은 1년 내내 W3C의 멤버들이 온라인 회의 혹은 컨퍼런스 콜, 공유 문서로 이야기하던 대화를 직접 만나서 하는 행사다. 당연히 해당 쟁점에 대해 멤버들은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황. 초행길인 유랑단은 사전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했다. 본 기자도 웹사이트 리디자인 세션에 참가했는데, 특별한 기술보다는 표준을 어떻게 지정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웹이 이득을 가져다줄지를 먼저 생각한다. 기술은 먼저 발전하고 표준이 뒤따라오는 형태인 것. 개인적으로 합류한 이경진 비스톤스 대표는 “한국에서는 놀라운 수준이 아닌 기술”이라며, “이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한국 디지털 기업의 코딩 속도나 UI&UX 디자인은 세계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세계 해커 대회에서도 늘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한국인이지 않은가.

이 대회에서 우리가 깨달은 건 우리가 세계와 대화하기엔 너무 우리 것만 추구했다는 점이다. 기술에도 영혼이 있다. 그저 각박하기만 한 웹 시장에서 ‘기술자’로만 살았던 한국산 코더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영혼을 잃고 있었다. W3C의 엔지니어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시종일관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현장에서 “평생 코딩만 했던 게 어떠냐”고 일흔이 넘은 User Agent WG 의장에게 물었더니 “평생 코딩만 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그 말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긴 여운으로 남는다.

한국에는 한국의 기술이 있듯, 유럽이나 미국엔 그들만의 UX가 있다. 이 경험을 글로벌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웹 표준이다. 이는 규모의 한계를 기술력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창조적 사업이다. 이 좋은 행사를 두고 재정이 충분한 대기업만이 참여하는 것은 기회의 박탈이 아닐까. 뛰어난 저작 능력으로도 글로벌로 진출하지 못한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닌 글로벌 경험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어 전문가의 눈을 뜨게 만든 미래부와 KIPFA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이 같은 행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전문가들의 수준이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할 것임을 약속한다. 

tags 팀 버너스 리 , 웹 표준화 단체 , 웹 표준 , HTM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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