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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치명적인 인터뷰로 기자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게 해준 신림동 캐리.
널부러진 쓰레기를 두고 못 보는 종갓집 장녀지만, 떠나는 뒷모습이 누구보다 시크했던 그와의 인터뷰를 되짚어 본다.

글 · 사진. 송여진 기자 song@websmedia.co.kr 
사진제공. 신림동 캐리


kim young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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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는 스타트업 위키피디아 로켓펀치와 앱 클럽믹스를 서비스하는 프라이스톤스의 마케터다. 로켓펀치 블로그 연재는 그의 본 업무와 별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로켓펀치를 알리는 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만큼 신림동 캐리의 글은 이슈가 된다. 현재 ‘스타트업을 부탁해’, ‘대한민국에서 벤처로 산다는 것’, ‘개발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이하 개친연)’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로켓펀치 인터뷰 시작 이래 최고의 조회와 추천 수를 기록한 ‘개친연’은 개발자를 남자친구로 둔 수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으며 요즘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최근 그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얼굴을 공개하며 얼굴에 흉터가 있다거나, 미모 마케팅을 한다는 둥의 소문을 잠재운 신림동 캐리, 김영주 씨를 최초로 인터뷰했다.


진짜가 나타났다

벼르고 벼른 신림동 캐리 인터뷰라 부담감에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일단 첫 섭외 실패한 이야기부터 꺼내야겠다(앙금이 남아서는 아니다). 아직 일하는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사했지만, 이후 선배 기자가 우연히 사석에서 그를 만났고 재차 부탁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오히려 기자가 긴장한 채 본인 소개를 부탁했다.
“소개할 거 없는데(웃음). 필명은 신림동 캐리로 시작했고, 지금은 프라이스톤스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고 있어요. 로켓펀치 블로그는 그냥 재미있자고 시작한 건데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더 알려져 버렸네요. 전공은 국어국문학입니다. 학사경고 세 번 받았지만~ 호호호. 성격이 내향적이라 집에만 있는 편인데 인터뷰하러 다니느라 괴로워하고 있어요.”
순간 내가 상상했던 도도하고 차가운 도시 여자는 사라졌다. 종갓집 장녀에 8시 통금을 지키며 엄하게 자란 그가, 국문학을 전공하고 마케터가 된 내막은 이렇다. 첫 직장으로 대기업 사보를 만드는 출판사에 들어갔다가 모 포털 사이트로 이직했는데, 회사가 망한 것. 이후 기업 블로그 운영 전문 업체에 들어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형식은 다르지만 결국 모두 콘텐츠를 만드는 직장을 거쳤고, 그러다가 약 6개월 전 갑작스레 프라이스톤스로 오게 된 것이다. 본격 IT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Sucks and the City, 신림동 캐리

최근 얼굴을 공개한 이유를 물었다. 왜 감췄으며, 왜 밝혔을까? 김영주 씨는 2005년부터 이글루스에서블로거로 활동했고 이글루스 탑 100을 놓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루하루 느낀 것, 생각들을 일기처럼 썼는데 학사경고까지 받았던 그가 점차 자리잡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대견해 하기도 하고 선물이나 편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 반대로 단점도 있었다. 그를 스토킹하는 부류도 있던 것이다.

“길에서 알아 보면 무서울 것 같았어요. 무작정 제가 다니는 학교에 찾아오거나 사생활에 집요하게 참견하기도 했죠. 얼굴을 숨기려고 했던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계속 공개를 안 하니까 온갖 소문이 증폭되더라고요. 실제로 만나는 분들에겐 이름이나 전화번호도 거리낌없이 공개하는 편이에요.”
더불어 필명 ‘신림동 캐리’의 유래도 밝히니 더는 그에게 묻지 않아도 되겠다. Ctrl+C, V도 허용한다. 
“‘레진코믹스’ 아시죠? 그 레진님이랑 2006년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어요. 레진닷컴이라는 지금 레진코믹스 과도기 같은 웹진을 만들었죠. 그때 저도 거기에 수위 높은(?) 칼럼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필명을 하나 정하래요. 제가 그때 신림동 고시촌에서 살았거든요.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주인공 캐리가 맨하튼에서 굉장히 럭셔리한 삶을 살잖아요. 그런데 저는 집순이에다가 신림동 칙칙한 고시촌에 살고 있는 게 떠올라 농담으로 칼럼 제목을 ‘썩스앤더시티’로 하고 저는 신림동 캐리 할까요?했죠. 그러니까 별 의미 없어요(웃음).”




남 같은 회사, 프라이스톤스

프라이스톤스에 일하게 된 사연도 아주 ‘쿨시크’하다. 조민희 프라이스톤스 대표와는 페이스북 친구로만 알던 사이였는데, 당시 미국에 머물던 김영주 씨에게 한국에 오면 차 한번 마시자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만나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까지 받았고, 알고 보니 이웃사촌이었다는 세상 좁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IT 업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입사한 지 반년 만에 예상 밖으로 크게 알려져 아직 얼떨떨하다고. 마케팅 경험이 없어 업무에 어려움은 없는지 묻자, 갑자기 조 대표 자랑을 한다.

“결국 마케팅에는 답이 없더라며, 모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캐리님은 캐리님만의 방식으로 마케팅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진짜 그냥 제 마음대로 하고 있어요(웃음). 여러 가지로 실험하면서 저만의 방식을 찾는 중이에요.”
그의 회사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 분위기가 정말 저한테 잘 맞아요. ‘남 같은’ 분위기요. 필요 이상의 ‘친목질’을 하지 않거든요. 서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요. 회사가 좋으니까 오래 다니고 싶고, 그러려면 이 회사가 잘 되야 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죠. 오히려 애사심이 솟아나더라고요.”
애사심은 그렇게 생겨야 한다.




약빤 콘텐츠

누가 약빤 인터뷰라고 하던데 본인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인생을 비극적인 희극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어떤 경우에도 웃으면서 살고 싶거든요. 제가 ‘다낭성신종’이라는 희귀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농담이 나오더라고요. 제 스타일대로 IT나 개발 같은 생소한 분야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제 장르인 것 같아요.”
직접 만나기 전, 그의 글재주가 막연히 부러웠지만, ‘직업이 네티즌’이라고 할 만큼 트렌드에 골몰하고 하루라도 타이핑 안 하는 게 소원일 정도로 글을 써야 했던 기간을 견딘 그에게 부러운 감정이 염치없어졌다. 인터뷰 포스팅도 최대한 취재원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담으려 노력하고, 의도는 맞는지, 이런 식으로 고쳐도 괜찮은지 의견을 묻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나는 욕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화제의 코너 ‘개친연’에 대해 물었다. “개발자랑 사귀는 거 되게 힘들거든요.”
처음엔 작년 12월만 하려고 했던 코너인데 열렬한 반응과 인터뷰 요청이 넘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왜 그렇게 힘든데도 개발자, 공대생, 이과 남성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낄까였다. 스스로 ‘공대 패티시’가 있다고 밝혀온 신림동 캐리에게 물어보니, 선천적으로 수학을 이해할 수 없게 태어나 갖게 된 ‘동경’이 있었다. 동경도 좋지만 ‘개친연’ 대로라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지 않냐고 물고 늘어졌으나, 큰 깨달음만 얻었다. “누구를 사귀더라도 포기해야 하는 건 많아요.”
그밖에 공대생의 매력으로는 쿨시크한 점과 자기 일에는 차갑게 몰두하지만 내 여자에겐 누구보다 다정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활자가 가진 에너지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를 물었다. 단골 대답인 “없어요”가 등장했지만 이유가 있었다.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 어느 순간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고, 그 후 미래를 계획하지 않기로 했단다. 다만 앞으로도 활자를 빌어 누군가와 소통하며 사는 게 그의 꿈이라면 꿈이다.

“대학생 때 용돈벌이로 운세 적는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나 위로가 되는 걸 봤어요. 활자가 가진 힘을 실감했죠.”

또, 얼마 전 동거하기 시작한 고양이 ‘솜’이와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솜이라는 이름은 라틴어 솜니움(Somnium, 꿈)에서 따왔다. 수면장애로 매일 밤 잠 못 이루는 그에게 ‘꿈’이 찾아온 거다. 그는 솜이 사진을 보여주며 사료 사려면 돈 벌어야 한다는 말을 남긴 채 우아하게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신림동 캐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tags 송여진 기자 , 개친연 , 프라이스톤스 , 로켓펀치 , 클럽믹스 , 김영주 ,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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