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하다, 29초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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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하다, 29초의 감동



29초라는 제한이 당신을 안달하게 만들 것이다. 30에서 1을 뺀 건, 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대변하는 게 아닐지.
짧아서 강력한 29초 영화제. 이곳의 치명적인 영화들은 줄어든 당신의 데이터 부담만큼 강력한 접근성과 확장력을 얻는다.

글 · 사진. 송여진 기자 song@websmedia.co.kr








‘29초 영화제’가 시작된 배경이 궁금해요.

신성섭★  사실 일이 너무 재미 없어서(웃음),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영화를 전공해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미국에 5초(5seconds) 영화제가 있어요. 거기 광고가 굉장히 많이 붙어 있길래 우리나라에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1년에 기획을 시작했는데 그때 한창 스마트폰 보급률이 화젯거리였어요. 스마트폰은 이동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긴 드라마나 영화는 끊어서 봐야 하고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짧은 콘텐츠가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영화제를 통해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었나요?

신성섭★  영화 영상 전공한 친구들 졸업작품 만드는 데 평균 비용이 5백~1천만 원 들어요. 잘 돼야 독립영화로 한번 나오고 마니 너무 아까웠고, 그중에 좋은 내용도 많았거든요. 그런 친구들 작품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학생들 작품은 재미가 좀 없어서(웃음),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만 공유하면 영화제를 허브 삼아 모여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제 상금을 많이 줘서 그 아이디어를 시발점으로 또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1회 상금이 1억 원이었어요. 굉장히 많은 분이 참여했습니다.


참여하는 사람들 유형은 어떤가요? 의도하셨던 대로 영화계 사람이 많았나요?

신성섭★  1회는 과연 누가 많이 올 것인가 감을 못 잡았어요. 일단 학생부랑 일반부를 나눴는데, 학생들은 거의 다 아마추어고, 일반인은 반반이라고 보면 돼요. 전문가 반, 전혀 관계없는 분들 반정도.


연령층은 다양합니까?

신성섭★  네, 정말 다양해요. 말 그대로 남녀노소 다 참여해요. 주부나 할머니도 출품하시고, 저희가 ‘멘토링 세션’이라고 사람들을 초청해서 강의도 하는데 초등학생부터 백발노인까지 와서 듣고 참여도 하세요. 영화제 시상식 행사에도 많이 오시고요.


작품 퀄리티에 차이가 있나요?

신성섭★  전문가 작품은 영상미가 좋고 이해도 쉽지만, 아이디어는 일반인들이 굉장히 뛰어나요. 특히 학생 부문은 아이디어 승부예요. 심사위원들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기발하고, 한 광고회사에서는 CF로 썼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기도 했어요.


모두가 궁금할 거예요. 왜 ‘29초’인가요?

신성섭★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웃음). 5초 영화제처럼 5초도 생각해 봤는데 메시지 전달력도 약하고 우리나라 정서에 잘 안 맞더라고요. 칸 광고제의 작품처럼 짧지만 굉장히 드라마틱한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좋을 것 같아서 30초 정도가 적당하다 싶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주고받기도 좋고, 올리기도 좋죠. 영상이 길면 서버를 많이 차지해서 비용이 커지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30초가 아니라 29초인 건 광고와 겹치는 영역이라 차별화된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예요.


‘영화’라고 정의한 이유는요?

신성섭★  요즘 산업 융합 이야기 많이 나오잖아요. 스마트폰도 전화기 또는 컴퓨터로 본인이 자주 쓰는 용도에 따라 달라져요. 스마트폰이 그렇듯 산업들도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융합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는 영화가 될 수 없고, 영화는 광고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어요. 특별히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인 건 광고적 요소, 드라마적 요소 다 포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영화제를 거치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신성섭★  고정 팬이 많아졌어요. 본 영화제 기간 외 매달 열리는 ‘먼슬리 영화제(Monthly Film)’도 고정적으로 5백~천 개씩 출품작이 꾸준히 들어와요. 이제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매달 열린다는 걸 아시죠. 저희가 앱, 웹사이트 제작을 한 명이 맡다 보니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CNT 테크’라는 회사가 무상으로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특히 저희는 웹보다 모바일에 좀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한국어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참여율이 꽤 높아요. 상금이 크다는 이유도 있지만(웃음), 해외에서는 최근 ‘익스트림 숏 필름’이 이슈고, 다양한 영화제에서도 거론되면서 점점 더 짧은 영상들이 주목받고 있죠. 그래서 모바일 앱의 다국어 서비스를 계획 중입니다. 여기서 29초가 가진 힘이 드러나는데, 대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봐도 소통 가능하죠.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신성섭★  일반적인 영화제들이랑은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기존 영화제는 스토리나 구성을 본다면 저희는 짧은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얼마나 임팩트 있게 전달했는지를 봐요. 평가 방법은 보통의 영화제처럼 작품을 우편으로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비공식적으로 보고 선정하는 게 아니라, 접수하는 동시에 업로드 되면서 누구나 볼 수 있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게 점수에 반영되죠. 네티즌의 추천, 댓글, 조회 수로 낸 점수가 전체 평가의 40%를 차지하고, 60%가 전문가 평가입니다. 저희 집행위원은 구성이 굉장히 다양해요.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광고, 학계, 언론인이 비슷한 비율로 계세요. 그래서 집행위원회 심사를 하면 전쟁입니다. 짧기 때문에 툭하면 ‘다시 봐’예요. 한 작품을 두고 굉장히 치열하게 논쟁하세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집행위원을 구성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신성섭★  ‘영화제라고 했지만 광고 같기도 하고, UCC나 스팟 영상 같기도 해요. 심사를 영화인들만 할 경우 영화적 요소들만 가지고 심사하게 되잖아요. ‘29초’의 영상은 다양한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영상이 얼마나 단단하게 구성됐는지 평가하고 싶었습니다. 디자인 교수님, 영화인, 광고인도 와서 그분들을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찾으려고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신성섭★  ‘죽어도 좋아’라는 작품이 위의 다양한 심사위원 모두를 만족시켰어요. 만장일치로 결정된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고, 시상식 때 이 영화는 환호성과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대사도 없이 오로지 영상미와 메시지로만 승부를 봤죠. 29초 영화제를 대표할 수 있는, 우리가 추구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29초 영화제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신성섭★  페이스북에도 ‘6초 동영상’ 같은 페이지가 생겼더라고요. 점점 짧은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어요. 3년 동안 비슷한 영화제가 거의 열댓 개는 생겼다가 사라졌지만, 저희가 아직까지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플랫폼 강화에 힘쓸 거예요. 모든 스마트 기기로 편집에서 업로드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앱을 개발하려고 해요. 그다음에 45초 뉴스라든가 5분 드라마를 연작으로 제작해 볼 생각이에요. 짧은 콘텐츠를 29초 영화제가 주도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신성섭★  조언할 게 없을 만큼 자유롭게 참가하세요. 29초라는 시간이 영상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메시지를 함축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게 느껴져요. 일반인은 오히려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거든요. 지금처럼 즐기는 데 좀더 초점을 두는 게 어떨까 합니다.

tags 송여진 기자 , 29초 영화제 , 스마트폰 영화제 , 모바일 영화제 , 5초 영화제 , 신성섭 , 죽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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