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노먼 키노트, 디자인과 인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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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 키노트, 디자인과 인간심리





UX 디자인의 대부 도널드 노먼 교수(이하 노먼 교수)가 HCI KOREA 2014를 찾았다.
최근 25년 만에 『디자인과 인간심리』 개정판을 출간한 그는 이날 개정판의 새로운 내용에 기반을 둔 디자인 원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흔한 파워포인트 자료 한 장 없이 오로지 말로써 푼 노먼 교수의 키노트를 살펴보자.

글. 조현아 기자 narb@websmedia.co.kr
참고. bahns.net(A Day with Donald Norman)

 

HCI KOREA 2014에서 디자인과 인간심리에 관해 설명 중인 도널드 노먼 교수 교수.
그는 “시간이 지나도 디자인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김진우 HCI 학회장의 주재로 시작한 키노트는 노먼 교수의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됐다. 강연장에 자리한 노먼 교수와 청중 사이에는 그간 노먼 교수가 지속해서 언급해온 디자인 원칙에 바탕을 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는 먼저 사람들을 향한 질문으로 입을 뗐다. “학생인 사람?”, “웹/모바일 관련 일을 하는 사람?”, “밥솥 관련 일을 하는 사람?”. 밥솥이란 의외의 단어가 나오자 장내가 잠깐 술렁였다. 노먼 교수는 “내가 생각하는 미래 기술은 ‘밥솥’ 같은 것”이라며, 쌀을 밥으로 만들어주는 밥솥처럼 미래 제품은 우릴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은 겉으론 대화를 단절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기술을 통한 다른 방법으로 교류하게 하고, 매우 유용하다고도 덧붙였다.

발전한 기술은 제품과 소통하게 한다. 이제 자동차는 자동 운전/정지가 가능하고, 온도기는 집 안에 사람이 있고 없음을 떠나, 난방 전원을 알아서 켜고 끈다.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나 집과 연결도 가능하다. 집안의 물리적 기기들은 네트워크로 연결, 예전과 같이 스크린으로 제어하지 않아도 제스처나 말로 동작하게 할 수 있다. 날씨가 추울 때면 집에 가는 길목에서 스마트폰으로 미리 방 안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더는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없다. 리트로(LYTRO) 카메라로 빛을 따로 저장해뒀다가 나중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저 찍기만 해도 괜찮은 사진이 나온다.

노먼 교수는 25년 전 『디자인과 인간심리』를 출간했다. 이후 컴퓨터는 네트워크가 실현됐고, 10배 이상 강력해졌다. 메모리는 10MB에서 10GB로 증가했다. 현재에 오기까지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우리는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본적인 디자인 원칙은 그가 처음 책을 기술했을 때와 다름없다. 노먼 교수는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변한다고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디자인 원칙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술 변화로 우리 행동양식은 변화했기에 이를 완전히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개정판은 변한 세상에 맞게 예제를 새로 제시하고,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어려워하는 부분을 바로 잡았다.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강력한 단서, 어포던스(Affordance)

사람, 의자, 스크린 등 우리 주변엔 이름 붙는 ‘무엇(Thing)’들이 있다. 어포던스는 이들처럼 무엇이 아닌, 사물과 나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람이 ‘어떤 사물에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용어로, 무엇, 어떤 것이 어포던스가 될 순 없다. 노먼 교수는 무대 앞 스피커를 걷어차는 자세를 취하며 “나는 이것을 찰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어포던스는 ‘내가 스피커를 찰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려준다. 어포던스가 중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노먼 교수는 잘못된 용어 사용도 꼬집었다. 보통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화면의 의도치 않은 부분을 누르면 ‘어디를 눌러야 할지 알 수 있게 어포던스를 추가해야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기표(Signifier)를 추가해야겠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기호, 단어와 같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무엇을 할지 알려주는 것이 ‘기표’. 사람들은 기표를 보고 제품을 밀거나 당기는 등의 행위를 한다. 어포던스는 나아가 행위를 하게 하는 모든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개념 모형(Conceptual Model)과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개념모형은 우리가 제품을 이해하기 위해 머릿속에 그리는 모형으로, 사람들이 주변의 여러 사람, 환경, 사물들에 관해 갖는 모형인 심성 모형의 한 부분이다. 예전부터 언급됐던 이 용어에 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었다. 노먼 교수는 개념모형을 한 마디로 정의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물의 순환 과정 즉, 물이 수증기, 비가 되며 순환하는 과정도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사람들이 학습을 통해 이해하는 것으로, 개념모형이 된다". 좋은 개념모형이 있으면 사람들은 자기행위의 결과를 예측 가능하다.

그는 이어 디자인 씽킹을 언급했다. 디자인 씽킹은100명의 디자이너에 질문하면 200개의 답을 낼 만큼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디자인 회사 아이데오(IDEO)는 이를 인간 중심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으로 정의했다. 인간의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에스노그라피를 통해 사람들을 관찰, 이해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수정할 부분을 확인, 혁신하는 것.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요구(Needs)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노먼 교수는 사람들이 곧잘 문제를 갖고 와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이때 자신은 요청에 응해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거의 언제나 잘못된 문제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찾는 게 중요하다. 해답은 디자인 씽킹. 이것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용성 테스트를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노먼 교수는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사물을 더 예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의 진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교통/주거 시스템을 편리하게 새로 디자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스케줄 딜레마

훌륭한 디자인을 낼 여유 없이 일정이 정해지는 일은 허다하다. 프로젝트 제작에 시간이 얼만큼 필요하냐는 질문에 ‘6개월’이라 말하면 매니저는 ‘2주’만에는 안 되느냐고 되묻는다. 결국엔 ‘4주’ 안에 제품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 합의한다. 이 기간에도 매니저는 디자이너에게 지속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디자인 씽킹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업 착수 1주차에 디자인 씽킹을 하기 위해 스케치, 사진, 동영상을 보고, 사람들을 직접 관찰하면 매니저는 얼른 제작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 디자이너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해도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며 벌써 1주일의 시간을 낭비한 것 아니냐고 다그친다. 2주차에 ‘이제 문제를 이해했다’고 말하면 ‘처음부터 문제를 줬는데, 이제 이해했다니?’라고 답한다. 노먼 교수는 충분한 디자인 씽킹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좋은 디자인은 나올 수 없다. 시간을 많이 들여서라도 좋은 제품을 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시기가 중요한 ‘혁신 제품’

혁신 제품도 시기가 맞아떨어져야 환영받는다. 1993년 필름 없는,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당시 수정, 출시를 반복하다 실패했다. 너무 빠르게 만들어도 성공하지 못한다. 제스처 기술은 이미 20년 전에 나왔지만, 아이폰에 와서야 빛을 발했다. 물론 첫 제품은 그 자체로 멋지다. 소니의 스마트워치 또한 첫 번째 웨어러블 시계라 의미가 있다.
모두의 관점이 옳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애플은 심미적 디자인을 위해 폰을 얇게 디자인했다. 그러나 이는 사용 시 추가 배터리가 필요한 문제점을 낳았다. 제품 제작 시 폰을 더 두껍게 만들어 배터리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엔지니어의 의견을 간과한 것이다. 라디오 버튼 하나를 떠올려보자. 버튼의 기능은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것(Better Sound).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버튼이 있다면 끌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 해당 버튼을 추가했을 시 라디오는 더욱 불티나게 팔렸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제품 디자인에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엔지니어와 마케터, 모두의 시선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 잘못된 시각도, 어리석은 생각도 없다.

이모셔널 디자인(Emotional Design)

강연 뒤에는 청중들의 질문 시간이 마련됐다. 이 중에는 그의 저서 『이모셔널 디자인』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이모셔널 디자인은 사용성과 심미성이 공존하는 디자인에 대한 진지한 분석을 담은 책이다. 노먼 교수는 질문에 “매우 중요한 주제”라며, 이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정확한 디지털 시계보다 스위스의 롤렉스, 스와치와 같은 고급 시계를 선호한다. 스위스 시계들이 감성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 ‘감성 있는’ 스와치 제품은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로 그만큼 더욱 흥미롭다. 훌륭한 기술을 갖추었더라도 감성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노먼 교수는 사용성뿐 아니라 심미성 또한 잊지 않을 것을 권했다.



인간 중심 디자인이 답이다

HCI KOREA 2014에 참여한 2천여 명 모두가 자리한 것 같았던 노먼 교수의 키노트. 그는 사람들의 각양각색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껏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먼 교수의 디자인 원칙도 이와 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찾은 다음, 이를 반영한 디자인하기. 제품의 현 사용자와 미래 사용자 모두 대상으로 포함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은 지금 UX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디자인 씽킹을 통한 회사의 작업 방식을 설명하고 있는 아이데오 공식 웹사이트.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애플 제품 부문 부사장,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인지과학과/노스웨스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맡았다. 카이스트에서도 3년 간 초빙교수로 지내고 있다. 사용성에 대한 기업 컨설팅 기업 닐슨노먼 교수그룹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며, 인지심리학과 UX 디자인의 대부로 불린다.


『디자인과 인간심리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2013)』
노먼 교수가 쓴 UX 기본서. 최근 25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책은 디자인하려면 먼저 사람이 어떻게 물건을 다루고, 어떤 오류를 잘 저지르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사용자의 행동과 심리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생활 주변에서 겪는 여러 가지 실수나 사고의 원인이 되는 인지심리학적 원칙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사람들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정확한 디지털 시계보다 감성 있는’ 스위스 시계를 선호한다. 인기 스위스 시계 중 한 브랜드인 스와치는 최근 밸런타인데이 기념 시계를 내놓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tags 조현아 기자 , 디자인과 인간심리 개정판 , 어포던스 , 개념모형 , 디자인씽킹 , 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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