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보다 중요한 슬로우뉴스의 존재 이유” 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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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보다 중요한 슬로우뉴스의 존재 이유” 민노씨

내가 그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 또 이것밖에 안 실렸냐며 화내는 민노씨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어쩔 수 없다. 내게 주어진 공간이 고작 두 페이지 뿐이니…. 
인터뷰할 때마다 편집 당한다는 그의 못다 전한 이야기들은 슬로우뉴스’에서 천천히 곱씹어 드시길 권한다.

글 · 사진. 송여진 기자 song@websmedia.co.kr 


  Let me Tell you What I'd like
min oci   민노씨  “생존보다 중요한 슬로우뉴스의 존재 이유”
here now 슬로우뉴스(slownews.kr)는 수년간 ‘글’을 통해 인연을 맺어온 블로거들이 모여 만든 미디어다. 벌써 창간 2년이 지났고, 새롭다는 말도 어색할 만큼 확고한 독자층을 가진 매체로 자리잡았다. 슬로우뉴스 편집장 민노씨를 만나 슬로우뉴스에 관해, 또 민노씨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었다. 일단 그의 닉네임이 ‘민노’냐 ‘민노씨’냐는 질문에는 ‘민노오빠’라는 제3의 대안을 제시해 호칭 인플레이션의 부정적인 속성을 깨닫게 해줬다. 아래 문답에는 슬로우뉴스뿐 아니라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다.

블로거가 만드는 미디어
슬로우뉴스는 왜, 어떻게 만들어졌나?
누구 허락 받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블로그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블로그라는 기술적 매개가 우리에게는 굉장히 소중하고 의미 있는 도구로 찾아 왔는데, 블로거가 마케터의 꼭두각시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 블로그를 좀더 블로그 철학에 맞는 방식으로 활용해보자. 기성 협의의 저널리즘과 구별되는 블로그의 속성은 게이트키핑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주관적인 인간, 민초의 목소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진정한 의미의 블로거 파워가 아니라 개별 광고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상에 문제 의식을 갖고 블로거들이 힘을 모으자. 좀더 조직적인 미디어를 만들어 보자는 차원이었어요.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온갖 상징적인 표지들을 배제한.

슬로우뉴스는 오히려 편집위원이라는 몇겹의 게이트키핑이 존재하지 않나?                                                                    
그렇죠. 정반대의 방법론이에요. 굉장히 여러 겹의 게이트키핑이 있지만, 그럼에도 블로그의 정신을 수용한 건 수평적이라는 겁니다. 기성 저널리즘의 게이트키핑은 수직적이에요. 데스크의 권한은 아래 후배 직원보다 우월하죠. 저희는 제가 편집장 역할을 맡지만, 수평적이에요. 누구보다 제 글이 역대 최고로 많이 ‘킬’ 당했습니다.(웃음)
슬로우뉴스 민노씨의 사정
슬로우뉴스를 지속하는 개인적인 이유는?
사명감 같은 건 없지만, 단서는 있죠. 자기가 꿈꾸고, 욕망하는 어떤 것들이 저는 어느 정도 저절로 형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널리즘에 대해 특별한 고민을 의식적으로 한 적은 없지만, 내가 이 땅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는 이상 자연스럽게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한 정도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네덜란드 철학자 아르놀트 횔링크스(Arnold Geulincx)가 한 말인데, 제게 굉장히 힘이 된 문구예요. 인간은 외부 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존재고, 대한민국 사회는 비정상이 정상인 사회잖아요. 제가 그런 사회를 개혁할 순 없지만 어떤 계급적인 표지나 오프라인의 명예와 상관없이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진실하게 대화하고, 좀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데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기레기와 독자
세월호 사건으로 슬로우뉴스도 언론으로서 고민이 많았겠다.                             
온라인 매체들에서 내부적으로 세월호를 통해 트래픽을 높이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저널리스트 이전에 최소한 인간이라면, 대단히 슬퍼해야 해요. 쓰레기죠. 우리나라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문제는 그 ‘시스템’이 독자를 무시한다는 거예요. 독자를 그냥 자극적인 거 던져주면 반응하는 기계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봐요.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이 그 언론사를 존중할 수 있어요? 쓰레기 기사가 넘쳐나는데. 좋은 기사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사람들은 찾을 수가 없어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저는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식구가 생기잖아요? 그럼 식구를 걱정하기 시작해요. 굉장히 아름답고 좋죠. 하지만 기업, 조직이라는 입장에서 그걸로 핑계를 대요. 내 가족 같은 직원들 잘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질문하기 시작하면, 존재의 이유는 어느 사이엔가 뇌 속에서 사라져요. 우리나라 언론의 99%는 생존의 이유가 존재 이유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요. 일반 기업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그런 ‘언론’은 사라져야 합니다. 만약 슬로우뉴스가 그런 짓거리를 하면 제가 가장 먼저 폐간하자고 할 거예요. 세월호와 관련된 정보나 이야기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거시적인 담론과, 미시적인 담론. 미시적인 담론의 예는 ‘언딘’은 어떤 업체인가, 해경과는 어떤 관계인가. 이런 건 사실관계를 다루는, 중요하고 미시적인 테마들이에요. 슬로우뉴스는 솔직히 말하면 현장 취재를 디테일하게 하고, 여러 취재원과 접촉하고, 물리적 증거를 확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넉넉히 인정되는 ‘사실’과 추출되는 재료들을 통해서 방법론을 세워갈 수는 있죠. 언론의 태도, 방법론의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고요.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씨랜드 화재 사고와 대구 지하철 참사가 계속 반복되잖아요. 그 과정이 너무 비슷해요. 사람들은 또 쉽게 잊거든요. 미래를 논하는 것도 너무 배부른 일이고, 최소한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에 대해서는 질문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늦기 전에.
슬로우뉴스의 열린 결말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계획은 두 가지예요. 일단 10, 20대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요. 주눅든 세대잖아요. 세월호의 비극이 더 안타까운 이유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명령한 건 ‘내 말 믿고 가만히 있으라’예요. 돌아온 결과는 죽음이었죠. 젊은 친구들이 스스로 저항할 수 있는 잠재력이 점점 거세당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게 굉장히 안타깝고.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났다는 자뻑에 취해 살아야 할 시기에 가장 주눅든 상태의 심리 정서로 세상을 욕해요. “너네들이 이런 세상 만들었잖아. 왜 우리한테만 지랄이야”가 항변의 논리가 됐어요. 저는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자는 거죠. 꼰대들 욕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너희들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슬로우뉴스가 그런 목소리들을 대신 내줄 순 없지만 담고 싶고, 지지하고 싶어요. 또 하나는 오프라인 활동을 늘리는 겁니다. 온라인 매체라는 속성은 세계적인 추세고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서로 유기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의 장점이 분명 존재해요. 이를테면 간담회나 컨퍼런스가 될 수도 있고요. 어떤 형식이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의 에너지를 수혈받고, 온라인의 아이디어들을 오프라인에서 실현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독자에게 하고픈 말.                                                      
일단 후원 좀(웃음). 프랑소와 트뤼포(Francois Roland Truffaut)라는 프랑스 영화감독이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법을 말한 적이 있어요.
① 같은 영화를 다시 본다. ② 그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 ③영화를 직접 찍는다. 그 이상은 없다. 이걸 빌려와서 저는 슬로우뉴스의 존재를 반기는 독자라면, 슬로우 뉴스를 읽는다, 후원한다, 마지막으로는 슬로우뉴스에 관해 글을 쓰거나 직접 투고한다. 그 이상은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 편집위원 ‘써머즈’님이 통찰력 있게 지적한 게, 모바일 시대, 특히 페이스북이나 모바일 기기가 결합된 시스템에서 독자들은 더 수동적으로 변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PC 환경보다 ‘입력’이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매체와 플랫폼들은 버튼 하나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도록 의도합니다. 가장 상징적인 예가 ‘좋아요’죠. 이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굉장히 능동적이 됐다고 착각하지만, 점점 수동적이 돼요. 수동적인 소비의 즐거움을 부추긴다고 써머즈님은 말했는데, 저는 정확한 판단이라고 봐요. 독자들은 진짜 ‘능동적’인 독자가 돼야 해요. 우리나라에 가장 부족한 게 뭐냐하면, 언론을 비평하는 권력이에요. 언론을 감독, 감시하는 권력은 독자로부터 나오고, 독자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세월호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수 있고, 언론이 다시는 독자를 쓰레기통 취급하지 않는 날이 올 거예요.

tags 송여진 기자 , 대안매체 , ㅍㅍㅅㅅ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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