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아와 밍군의 좋아서 하는 디자인 조상희,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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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아와 밍군의 좋아서 하는 디자인 조상희, 김종민

 디자이너에게 개인 작업은 스터디의 개념도 있지만 개성을 표출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조상희, 김종민 부부도 마찬가지. 순전히 좋아서 만든 사이트라는데, 입이 떡 벌어진다. 호기심만큼이나 아이디어로 가득 찬 사이트를 보고 있자니 두 사람이 궁금해졌다. FWA를 빛내고 있는 디자이너 아내와 개발자 남편의 일상 같은 작업 이야기를 시작한다.

글. 김초롱 기자 cho612@websmedia.co.kr















훌륭한 디자이너를 만나서 기쁘다. 부부가 함께하는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다.
무척 반갑다! 아내와 내가 각자 활동을 하다 보니 함께 인터뷰할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안해줘서 감사하다. 우리 부부에게도 뜻깊은 자리다.


이미 유명하지만, 아직 두 사람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종민  뉴욕의 디지털 미디어 에이전시 ‘퍼스트본((Firstborn)’을 거쳐, 현재 구글 본사에서 인터랙티브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과 뉴욕에선 플래시, Javascript, Objective-C 등을 사용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했고, 구글에선 좀 더 유저 인터랙션과 애니메이션에 초점을 맞춘 일을 하고 있다.
조상희  남편과 함께 실리콘 밸리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일러스트 작업을 좋아하며 현재는 프로모션에 관한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처음 김종민 씨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디자인이나 여행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아내를 향한 사랑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두 분의 러브스토리를 들려달라.
김종민  한국의 웹 에이전시에서 근무할 때 처음 만났다. 둘 다 호감을 느끼고 있다가 사내연애로 발전했다. 처음엔 둘이 비밀로 하자고 했는데, 이미 주위에 모든 사람이 알고 있더라. 티가 많이 났나 보다(웃음). 사귀면서 프러포즈는 했지만 결혼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미국행이 정해지면서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같이 미국에서 살고 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부부는 휴일을 어떻게 보내나.
김종민&조상희  특별할 건 없지만, 되도록 교외로 나가려고 한다. 지금 사는 곳이 차가 없이는 다닐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뉴욕처럼 볼거리가 많은 지역도 아니라서 주말에는 같이 드라이브하러 다닌다. 둘 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예쁜 풍경이나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편이다.


조상희 씨 스튜디오 이름이 ‘땅아(DDANGA)’인데, 어떤 의미인가.
조상희  어린 조카가 나를 누나라고 부르는데, 아직 발음이 정확한 시기가 아니라서 “땅이 누나”라고 부르곤 한다. 발음이 예뻐서 줄곧 닉네임으로 사용하다가 브랜드 네임으로 굳어졌다. 말할 때마다 조카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땅아닷컴(ddanga.com)은 FWA 오늘의 사이트에 선정됐고, 국내 웹 디자이너 사이에서도 예쁜 사이트로 리스트업 되고 있다. 사이트 제작에 있어 조상희 씨가 김종민 씨에게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조상희  예전부터 박물관이나 갤러리의 전시장처럼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꾸며보고 싶었다. 평소 취미가 자연의 움직임과 소리를 담는 것인데, 이 사이트를 갤러리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수집한 장면들을 전시하고자 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며 걸어가는 것처럼 사이트의 모든 요소가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콘셉트다. 사이트에 방문한 분들은 의자에 앉아서 흘러가는 포트폴리오 갤러리를 감상해달라. 갤러리 메뉴에서는 이미지, 동영상, 시퀸스 세 가지의 형식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프로젝트, 블로그 메뉴도 같은 콘셉트로 흐르는 모션을 가져가되 각각의 성격에 맞게 디자인을 구성했다. 프로젝트는 일러스트 아이콘으로 상징화해 재미를 주고, 블로그의 이미지 프레임은 ‘땅아’의 한글 형상을 모티브로 작업했다. 별도의 메뉴 목록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박물관에서 도면을 보고 전시장을 찾아가듯 원하는 메뉴에 쉽게 접근하도록 갤러리, 프로젝트, 블로그 메뉴를 한곳에 모아 Map 페이지를 만들었다. 페이지마다 있는 동물 아이콘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애정이 가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김종민  아무래도 개인 작업에 애정이 많다. 그중에서도 포트폴리오 사이트(cmiscm.com)를 꼽고 싶다. 2010년에 만든 플래시 사이트인데, 요즘 HTML 사이트가 대세라지만 솔직히 바꾸고 싶지 않다. 그만큼 좋아한다. 일본여행 중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빠르게 넘겨보다가 시간과 공간 순으로 배열된 사진들이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했고, 거기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프로젝트다.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미니멀한 디자인, 황금비율, 타이포, 시공간 개념 등 그 당시 좋아하던 것들을 사이트에 모두 담으려고 했다.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미니멀하게 가져가되 타이포나 모션 등에서 디테일을 잡았다. 좋아하는 것을 만들 때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조상희  나 역시 포트폴리오 사이트인 땅아닷컴에 가장 애정이 간다. 예전엔 포트폴리오 사이트라 하면 주로 취업하기 위해 작업했던 자료들을 토대로 구상하고 디자인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를 작업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떤 스타일로 디자인할 때 가장 즐거운지 찾게 됐고, 그것을 남편의 인터랙티브 모션 기술로 완성하게 돼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남편의 격려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부부가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가 있는가.
김종민  한국에서는 YBM에서 진행했던 교육 관련 웹사이트와 몇 가지 프로모션 사이트를 같이 작업했다. 아이들이 메인 타깃이다 보니 팬시하고 톡톡 튀는 모션이 주를 이뤄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연예인 공식 사이트도 다수 작업했는데, 짜인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서 많은 아이디어가 오갔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는 상업적인 작업보다 개인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요즘은 아내의 일본인 친구 웹사이트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 웹사이트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새로운 모션을 시도해 개성 있는 사이트를 만들려고 한다. 생각한 데로 나오고 있어 오픈이 기다려지는 프로젝트다.


두 사람이 가진 장점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민  아내는 실력에 비해 덜 알려진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겸손’한 성격 탓에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조상희  종종 남편을 워커홀릭이라고 놀린다. 회사에서건 집에서건 밖에서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 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적어놓고 구석에 처박아 놓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은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긴다. ‘데스크 프로젝트’, ‘FFF’도 그렇게 탄생했다. 뉴욕 맨해튼 옆 섬 지역인 루즈벨트 아일랜드에서 살던 시절, 마을을 오고 가는 버스 시간이 너무 들쭉날쭉해 불편했다. 남편이 그 버스와 관련된 앱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꺼내더니 진짜로 만들어버렸다. 그게 바로 ‘레드버스(Redbus)’ 앱이다. 그 일로 알려져서 시장과도 연락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팬레터도 받는 등 반응이 좋았다.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는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다.







구글 인터랙티브 디벨로퍼인 김종민 씨에 대해 궁금해할 독자들이 많을 거다. 구글 I/O에서 김종민 씨의 빈 센트 반 고흐 작업물이 소개되기도 했다.
김종민  구글 모바일 웹사이트에 매터리얼 디자인을 적용해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좀 더 나은 사용자 인터랙션을 보여주는 프로토타입이다. 모바일 웹에서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다들 불가능 하다고 말할 때, 그것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구글에서 주목받았다. 덕분에 I/O에 작업물이 소개되는 기회도 얻었다.


2013년에 진행한 한글프로젝트도 인상적이었다. 글자의 성격을 인터랙션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김종민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팬레터를 받았는데, 주로 외국에서 온 것이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한글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만들어 외국인에게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글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글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고민하던 중 재미 삼아 만든 코드가 폭포처럼 흐르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고, 거기에 디자인과 기능을 더 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제작은 주로 HTML5의 Canvas 드로잉을 사용했고, 태블릿PC에서도 작동하도록 퍼포먼스를 최적화하고자 노력했다. 의성어와 의태어 중에서 같은 단어가 반복되며 시각적으로 재미있는 단어들을 선정했다. 단어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나타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프로젝트였다.


개인적으로 김종민 씨 포트폴리오 중 <DESK 프로젝트>를 가장 좋아한다. 디자이너의 책상은 특별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멋졌던 DESK가 있나.
김종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상은 ‘제레미 르바인(Jeremy Levine)’의 책상이다. 그의 책상을 데스크 프로젝트에 올리게 된 계기가 좀 특별하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디자인에 사용하려고 몇 장의 책상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모아놨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그의 책상이었다. 책상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사진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기를 여러 번, 결국 웹사이트를 찾았고 나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사진 사용을 허락받았다. 답장이 왔을 땐 유명인을 만난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김종민 씨는 디자인과 개발 모두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다. 최근 한국에서는 <코딩하는 디자이너>라는 스터디 그룹이 생겨날 정도로 디자이너들이 적극적으로 개발을 배우고 있는데, 조언을 부탁한다.
김종민  디자이너들이 코딩이라고 하면 뭔가 어려운 수식을 써서 만들어 내는 머리 좋은 사람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개발에 사용하는 언어는 사람이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누구나 배우면 쓸 수 있다. 개발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논리적인 부분이 더 요구되는 게 코딩이다. 대학에서 배우는 어려운 수식을 사용하는 경우는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A에서 B로 갈 때 일어나는 일’, ‘동시에 C와 D는 무엇을 하는가’ 등의 논리연산인 경우가 많다. 수학을 못 한다고, 혹은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배움에 있어 미리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 나가면 목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철학이나 가치관은 무엇인가.
김종민  디자이너 혹은 크리에이터는 현재의 지위나 돈 같은 일시적인 것보단 본인이 생각하는 완성된 모습에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과 비교하며 “내 실력이 저 사람보다 얼마나 낫다” 혹은 “저 사람은 나랑 동갑인데 나보다 많이 번다” 등의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먼 미래에 원하는 본인의 모습을 그리며 그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와 경쟁해야 한다. 디자인은 결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임을 항상 명심하며 작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부의 계획이 궁금하다.
김종민  우선 개인 전시회를 해보고 싶다. 요즘에는 지난 10년간의 IT 생활을 에세이 형식으로 쓰고 있다.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녹여서 재밌게 쓰려고 노력 중이다.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됐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최근 데스크 프로젝트를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조상희  개인 사무실을 갖는 게 꿈이다. 주로 집에서 작업하느라 많이 산만한 편인데, 종일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졌으면 한다. 지금은 주로 컴퓨터 앞에서 디자인하고 있지만, 좀 더 활동적인 드로잉, 일러스트 작업을 병행하고 싶다.


















tags 김초롱 기자 , 김종민 , 구글 , 인터랙티브 개발자 , FWA , 데스크프로젝트 , F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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