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션으로 대변되는 창작의 즐거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기획전 ‘파티션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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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션으로 대변되는 창작의 즐거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기획전 ‘파티션파티’

각 대학의 디자인학과 졸업예정자들은 1학기 말이나 2학기 말에 졸업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가진다.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을 검증하거나 학위 청구를 위한 과정으로 생각되던 졸업전시가 요즘은 그 개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학생들의 축제라는 개념으로 말이다. 기존과 다른 형식을 차용해 졸업전시를 진정한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는 국민대학교와 계원예술대학교를 찾아갔다.

글. 김초롱 기자 cho612@websmedia.co.kr
사진 제공.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준비위원회, 계원예술대학교 기획처







졸업전 대신 기획전을 준비하다
보통 졸업전시는 사람들이 오기 편한 인사동이나 종로 쪽의 갤러리를 대관한다. 하지만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전시는 영등포의 공업단지 내에 있는 ‘인디아트홀 공’에서 진행했다. 가는 길목도 그러하지만, 전시관 입구의 트럭과 철제 부품들, 귀를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기계음이 우리가 아는 갤러리와 무척이나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는 작년부터 기존 졸업전시 형식을 탈피해 기획전이라는 타이틀을 새로이 달았다. 전시는 학위청구를 위해 일 년간 진행한 작품을 전시하는 것과 기획전 주제에 맞춰 새롭게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 이렇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한다. 기획전의 작품은 전시장에서 제작을 진행하며 그 과정 자체를 관람자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이에 교수진과 졸업준비위원회(졸준위)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대관했다. 덕분에 학생들은 원하는 위치에 자유롭게 못을 박고,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완성해갔다.


파티션, 파티 두 가지 전시를 선보이다
전시 명은 <파티션파티>. 파티션은 학생들의 작업공간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고학년이 되면 작업공간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 공간은 파티션으로 구분돼 있다. 학생들끼리는 입주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파티션 너머로 수다를 떨고 간식을 나눠 먹고 작업에 대해 선후배가 상의하기도 한다. 야작을 많이 하는 학과의 특성상 이곳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졸준위 위원장을 맡은 박경원 학생은 그 공간을 전시의 주제로 잡았다며, 파티션은 기능상 공간을 분리하지만 자신들에게는 협업의 의미가 강하다고 말한다.
“저희가 파티션 안과 밖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전체적인 과정,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모임, 협업의 뜻이 있는 파티라는 단어를 가져와 파티션파티라는 이름을 기획하게 됐어요.”
전시 공간은 학위청구전을 진행하는 파티션, 기획전을 진행하는 파티 두 곳으로 나뉜다. 각각의 공간에는 벽을 세우는 것 대신 테이핑으로 가상의 벽을 만들었고, 관람자는 파티션 너머의 작업공간과 과정, 결과물을 엿볼 수 있다. 파티공간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은 총 31명의 졸업예정자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형성해 1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많은 양의 프린트가 벽에 붙어 있거나 줄에 걸려있거나 땅에 널려있다. 아이디어로 뒤엉킨 디자이너의 머릿속 같기도 하다.
학생들은 팀원과 이곳을 찾는 관람객과 소통하며 작업을 발전시켜나간다. 관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전시장 한쪽 벽에서는 <그림 이어 그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창작자가 기본 소스로 그림을 그려놓으면 다른 분들이 그 소스를 가지고 이어서 그리게 된다. 부윈장을 맡은 오승주 학생은 기획 단계에서는 이러한 콘셉트를 학생이 제대로 받아들여줄지 걱정했다고 말한다.
“막상 진행하고 나니, 전시장에 소파를 가져와 야작까지 하는 친구들도 있을 만큼 다들 열심히 했어요. 일찍 오신 분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학생들을 만날 수도 있죠.”


졸업준비위원회의 여정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는 졸준위 구성을 작년 겨울방학 전에 마쳤다. 방학 중에 전시장을 먼저 알아봤고 3~5월 사이에 확정해 기획에 들어갔다. 10월에 확정된 기획은 전시는 물론, 콘퍼런스와 워크숍, 공연을 함께 진행하는 내용이었다.
졸업전시에 들어가는 비용은 후원사를 통해 마련해야 했기에 스폰서팀의 역할이 막중했다. 디자인, 웹, UI·UX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물론, 아무 연고지도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획전에 대해 설명하고 후원을 부탁했다. 후원사들은 오프닝 때도 직접 방문할 만큼 많은 관심을 표했다고.
금전적인 후원 외에도 입구의 현수막을 지원받았고, 디자인 잡지 [CA]를 발행하는 퓨처미디어에서는 잡지를 무료로 제공해, 관람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워크스(Works)라고 독립창작물을 판매하는 위탁 가게는 이번 전시에서 판매하고 남은 물품들을 처리해주기로 했다.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한 디자인
“도록 촬영 순서를 정하기 위해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했어요. 선착순으로 정하기로 해서 친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텍스트를 입력하기 시작했죠. 누군가 시트에 색을 채워 넣으니 다른 친구가 그걸 이어서 하기도 하고, 본래의 목적은 어느새 잊히고 채팅하듯 텍스트를 입력해갔어요. 시트를 가득 채울 정도였죠. 그걸 본 디자인 팀장이 영감이 왔다면서 스프레드시트로 포스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전시 주제를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던 차에 스프레드시트는 제격이었다. 누구든지 포스터 작업에 참여할 수 있으니 협업이라는 주제에도 잘 맞았다. 게다가 참여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어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졸준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특성으로, 예뻐 보이고 기술적으로 잘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점을 꼽았다. 대신에 작업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왜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방법론적 가르침보다는 대화를 자주 하며 교수와 학생 간 의견을 나눈다. 작업을 풀어가는 방법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했던 <파티션파티>였다.

[/CA]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파티션(전시 공간)의 주요 작품




인생게임북: 김단오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선택을 해야만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북이다. 행복을 위한 선택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스토리로, 어렸을 때는 주변이나 부모님에 의해 개인의 의지가 억압된다. 성장하면서 물질적인 선택을 학습화하고 결국 변화해 자기 자식에게 대물림하며 현실주의 물질주의는 무한 순환한다.




인디뮤직랜드: 이다현
인디뮤직랜드는 인디음악이 지닌 독특한 세계관의 매력을 재해석해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인디음악의 세계관을 놀이기구로 표현한 가상의 어뮤즈먼트 파크다. 웹사이트의 간단한 취향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인디음악 놀이기구를 추천받을 수 있고,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그 음악 세계관을 느껴볼 수 있다.




진상족백과: 조지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기본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많이 봤고, 그들을 하나의 종족으로 분류해 분석하면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쩍벌남을 ‘메트로 오무리 다무리오 종족’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음식을 먹는 사람을 ‘메트로 머그로 오그로 종족’이라고 표현한 것이 유쾌하고 신선하다.




패스파인더 디자인 어워드: 서원경
총 20만 원으로 시상식을 개최할 수 있을까? 구조적인 모순을 가진 국내 공모전 문화의 폐해를 비판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 어워드를 만들고 개최한 캠페인 프로젝트. 공모전이 가진 권위의 허상을 표현하고자 가장 비권위적인 요소를 이용해 가장 권위적인 그래픽 스타일(장식)을 구현했다. 실제로 패스파인더 디자인 어워드에는 6개 부문, 5개국에서 454점의 작품이 출품됐고, 모든 작품이 수상했다.


mini interview
오승주, 박경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전시 외에 준비했던 행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박경원  오프닝 때 했던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오신 분들이 파티처럼 즐기면서 놀다 가셨거든요.
오승주  개인적으로는 워크숍이 좋았어요. 학생들이 직접 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데요. 팀별로 하는 프로젝트의 기획이나 과정에 대해 워크숍을 해요. 외부에 우리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물론, 외부인사분들이 오셔서 좋은 말씀 해주시는 것도 행사가 풍성해질 수 있지만 저희는 이 전시의 주체인 학생들이 미숙하지만 자신들의 생각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올해 기획전을 준비하고 진행한 소감이 궁금해요.
오승주  전시에 오신 분들이 오는 길이 멀고 낯설고, 전시장에 들어서도 작품이 어디 있는지 헷갈려 하면서도 그런 면이 신선하다고 말하더라고요. 다른 학교 미대 친구들은 저희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것처럼 보여서 부럽다고도 말해요. 기획전의 콘셉트를 전시로만 풀어낸 것이 아니라 포스터의 스프레드시트로 풀어낸 부분이 이번 기획전의 잘된 점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팀에서 그런 점을 그래픽으로 잘 풀었다고 생각해요. 웹사이트도 전시에 대한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서 하나의 콘셉트로 가져와서 대범하게 했다는 점이 잘했다고 생각해요.
박경원  팀별 프로젝트를 진행한 ‘파티’에는 아쉬움이 남아요. 10월에 기획이 확정되서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계획한 걸 모두 진행하지 못했어요. 차라리 전시 기간을 일주일로 줄이고 일주일의 준비시간을 더 가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좋았던 점은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거에요. 부족한 점이 있어도 장소의 분위기 덕분에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밤이 되면 가로등 불빛이 들어와 예뻐요. 많은 분이 낮에 오셔서 아쉬운 점 중 하나에요.  

tags 졸업 전시회 , 국민대학교 , 시각디자인학과 , 파티션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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