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창작유희(創作遊戱)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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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창작유희(創作遊戱) 박영하

박영하 디자이너는 디자인이든, 예술이든 ‘모든 창작물은 기본적으로 정말 즐거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정서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떤 결과물로 나오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마음. 그는 스스로 즐겁게 살다 보면 자신의 창작물도 즐겁게 나오리라고 생각해 더욱 즐겁게 산단다. 업무와 개인 작업,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글. 박태연 편집장 kite@websmedia.co.kr





박영하 인터브랜드 브랜드 디자인 팀장/수석 디자이너

뉴욕 조나 디자인(Zona Design, Inc.)과 카림 라시드 스튜디오(Karim Rashid Studio)를 거쳐 현재 인터브랜드(Interbrand) 서울 오피스 브랜드 디자인팀에서 근무 중인 박영하 수석 디자이너는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NH투자증권 등의 클라이언트와 다양한 브랜딩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오고 있다. ‘레드닷’, ‘TDC’, ‘Adobe’, ‘AIGA’, ‘HOW 디자인상’을 비롯한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밀라노, 뉴욕 국제가구박람회, 헤이그 디자인재단 비엔날레,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크라우디드 페스트 등에도 참가하며 창작의 즐거움을 전파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뉴욕의 보물창고』가 있다. www.younghapark.net




1. 배경화면 그리고 케이스 지금 쓰는 스마트폰 케이스는 내가 직접 디자인했다. 배경화면도 같다. 개인 작업인데, 스트라이프 패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CALL ME MAYBE’라는 글씨다. 특정한 앵글로 보면 보인다(잡지를 뉘여서 한쪽 눈을 감고 나머지 눈을 선에 맞추면 잘 보일 것이다). 나만이 알 수 있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 케이스의 콘셉트는 아스팔트 길바닥에 길게 늘인 사인들이 운전석에서는 착시 때문에 보통 높이의 글자로 읽힌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예전부터 개인 작업을 해왔고, 착시 현상이 들어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원에서부터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조금 더 심오한 문장을 담고 싶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Life is short, Art is long)’ 같은. 문장이 너무 길어지니 약간 제약이 있더라. 그래서 용도에 맞게 전화와 관련한 문장을 선택했다. 나한테 전화하라는 뜻도 있고, 노래 제목도 있고. 특별한 뜻을 담은 건 아니다. 원래는 기회 되면 커스텀으로 제작하고 싶었다. 개인의 이름을 넣는다든지. 그런데 그러면 개인 제작비가 들어가서 단가가 올라가니까, 일단은 실험적으로 시판한 상태다. 에포카(epoca.kr)라는 가로수길 기프트숍과 협업으로.




2. Camera + 사진을 많이 찍는다. 예전에는 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곤 했는데, 아이폰 카메라도 많이 좋아지고 아이폰으로 찍는 게 편하니까 언젠가부터 계속 이걸로만 찍게 됐다. 나는 주로 Camera+라는 유료 앱을 사용하는데, 무료인 Camera 앱보다 기능이 추가돼 있어 웬만한 편집은 다 할 수 있다. 주로 음식을 많이 찍는다(웃음).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먹거리를 많이 찾아다니는 편이라서. 아내가 요리사기도 하고. 또 풍경, 식물도 많이 찍는다. 디자인, 예술에서 말하는 황금비율이나 구조의 원리 등은 모두 자연 속에 숨어있다. 예를 들어 가장 완벽한 형태가 육각형이라고들 하는데 벌집은 전체가 육각형으로 돼 있고, 꽃을 들여다보면 구조가 팔각형을 이룰 때도 있고 중심에서 뻗어 나갈 때도 있다. 이러한 신비로운 자연의 구조와 형태가 디자인할 때 많은 영감을 준다. 종교를 떠나서 조물주가 있다면, 그가 정말 최고의 디자이너가 아닌가 싶다. 또 내가 색깔에 관심이 많은데, 세상 만물, 특히 자연에서는 구조나 형태뿐 아니라 다양한 총천연색이 있지 않나. 사람들이 규정한 ‘팬톤’ 컬러에서 표현할 수 없는 단계의 색깔 말이다. 그렇게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무한한 색깔을 마주하면 굉장한 희열을 느낀다. 꽃, 식물뿐 아니라 음식을 봐도 그렇다. 연어 알 초밥을 보면, 모여 있는 연어 알이 참 예쁘지 않나. 표면의 주황색, 터질 것 같은 그 안에 또 다른 짙은 주황색이 있고, 바깥에는 감싸고 있는 막이 있고….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정말 찍고 싶다. 얘기하고 보니, 나는 음식 자체의 아름다움에 약간 심취한 사람인 듯하다(웃음). 음식은 전혀 안 가린다. 가린다면 맛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맛있는 것은 아무리 멀리 있고, 오래 줄을 서야 해도 꼭 먹어봐야 하는 성격이다.




3. 페이스북 여러 지인의 현재 라이프스타일을 볼 수 있고, 디자인 분야의 사람들과 친구를 맺어 그들의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어서 페이스북이 좋다. 내가 먹고 좋았던 음식이나 여행해서 좋았던 장소 등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는데, 그 이유는 ‘좋은 것들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랑이 아니라 정보를 주는 측면에서 말이다. tvN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이 방송은 맛집을 선정해서 보여주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그 가게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도 하고, 역사도 전해서 좋다. 나도 사진을 올릴 때 이러한 정보도 같이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한다.
SNS를 보며 혹자는 대리만족하고, 혹자는 시기심이나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SNS 우울증도 있지 않나. 그래서 SNS는 적절하게 조절해서 활용해야 한다. 나 또한 습관적으로 뉴스피드를 읽고 있는 나를 자각하면 중독이 걱정돼서 의식적으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고 한동안 안 하기도 한다.




4. TurboScan(터보스캔) 시중에 나와 있는 스캐너 앱 가운데 가장 리뷰도 좋고,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거로 알고 있다. 완전히 평면으로 조절할 수 있고, PDF로 저장해서 보내면 스캔 본하고 똑같이 나온다.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훨씬 고해상도고. 외부에 있거나 급하게 문서를 보내야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사진을 찍어서 보낼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문서를 교류할 때는 스캔 본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5. 음성 메모 음성 메모를 자주 쓴다. 클라이언트를 만나 프로젝트 관련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니까. 회사에도 녹음기가 있지만, 아이폰 녹음 기능이 꽤 괜찮다. 일반 녹음기로 녹음한 거랑 아이폰으로 녹음한 걸 비교해보면 아이폰 녹음이 좀 더 깨끗하게 들리기도 하고, 간편한 데다 편집이 바로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클라이언트와의 인터뷰는 녹취를 풀기도 한다. 인터뷰 요약을 해야 하니까.




6. Metro AR-T(www.metroar-t.com) 원래는 웹사이트가 따로 있지만, 꼭 소개하고 싶었던 앱이다. 우리나라는 카드를 찍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아직 뉴욕 지하철에서는 메트로카드를 긁어야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메트로카드는 역사가 굉장히 깊고, 뉴욕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뉴욕에서 지냈을 때 개인적으로 잘 알던 앱 개발자가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해 Metro AR-T 앱을 만들었다. 이 앱에는 메트로카드를 주제로 여러 아티스트가 만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있는데, 앱을 켜고 화면에 나타나는 카드 모양의 칸에 맞춰 메트로카드를 위치시킨 다음 메트로카드를 움직이면 메트로카드를 따라 화면 속 작품이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순식간에 디지털 인터랙티브 갤러리로 변신하는 것이다. 나도 작가로 참여했고, 내 작품은 70번째에 있다. 내가 타이포그래피나 색깔에 관심 많다 보니, 작품에 많이 투영됐다. 이 작품에 들어간 여러 가지 색은 내가 골라서 넣은 색깔이 아니라 실제 지하철 노선도의 색깔이다. 텍스트도 실제 있는 역 이름들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증강 현실 기술 기반 앱은 몇 개 있었는데, 아티스트 작품을 갖고 개발한 앱은 거의 없는 거로 알고 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미국에는 원래 유학 목적으로 갔는데, 졸업 후 그곳에서 바로 일하게 됐고, 결혼할 인연을 만났고, 아이도 낳고 살았다. 결혼식은 한국에서 했지만. 난 이민 생각은 없었어서 12년 만에 귀국했다. 딱 2002년 한일월드컵에 가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돌아왔다(웃음). 인터브랜드에서는 작년 8월부터 일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만 불리고 싶진 않다. 물론 내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 짓고 싶진 않다는 말이다. 나는 디자이너인 배경을 활용해 다양한 작업물을 계속 만들고 싶다. 그렇기에 실제로 전시에도 참여하고 개인적인 작업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개인 작업을 할 시간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여유가 없다. 그래도 틈틈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무언가 하나를 만들어도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공유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창작하는 즐거움’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고, 굉장히 큰 선물이기에. 인간 박영하로서의 꿈은 ‘죽을 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 내가 지금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 그 일이 그래픽 디자인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나중에는 다른 영역까지 넓혀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나는, ‘창작’은 놓지 않을 것이다.

편집자 주. 상단에 메트로카드가 있으니 앱을 내려받아서 직접 체험해보길 적극 권장한다. 단, iOS만 가능.





씨아라(SeaAra) CI/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

뉴욕 카림 라시드 스튜디오에 근무할 때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아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로, 요트 레이싱팀 운영 및 교육, 고급 요트 렌탈 사업 등을 하는 씨아라(SeaAra)를 위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SeaAra’는 영어 ‘Sea(바다)’와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라’의 합성어. 이에 심볼은 첫 이니셜 ‘S’를 배 형태로 시각화했다. 심볼의 적색과 청색은 각각 태양과 물을 상징하는 동시에 음과 양의 조화를 담고 있다.

국내 수상레저 시장과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CI뿐 아니라 명확한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본 애플리케이션에 해당하는 스테이셔너리(Stationery, 명함 + 편지지 + 봉투)에서 심볼 요소들은 모든 것을 일관된 시스템으로 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비대칭을 이루는 다양한 각도의 선들은 항해의 역동성과 씨아라의 진취적인 미래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심볼 자체와 해체된 형태들의 반복을 통해 다양한 시각적 요소와 패턴으로 확장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롯데백화점 VVIP 멤버십 ‘레니쓰(LENITH)’ 카드/패키지 디자인

인터브랜드에 입사해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로, 롯데백화점에서 연간 구매액 1억 원 이상인 상위 0.01% 고객에게 승인 심사를 통해 발급하는 VVIP 멤버십 카드의 BI와 플레이트, 패키지 디자인이 해당 범위였다. ‘천정, 정점, 성공’을 뜻하는 ZENITH와 LOTTE의 합성어인 LENITH(레니쓰)는 롯데백화점 최상위 고객의 별자리를 상징한다. 같은 맥락에서 카드에 새겨진 별자리는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 ‘알바트로스’를 형상화하고 있다.
큰 축을 이루는 세 개의 큰 별 위치에 실제 다이아몬드를 박아 반짝이는 느낌과 고급스러움을 직관적으로 표현했고, 패키지는 일반적인 카드 패키지 형태와 차별화하기 위해 스토리북 형식으로 구성했으며, 스웨이드 재질의 더스트 백을 활용해 패키지를 받는 고객이 마치 명품을 선물 받는 기분이 들게 했다. 더스트 백은 액세서리나 소품을 담는 용도로도 쓸 수 있어 유용했다.  

tags 월간 IM , 박태연 편집장 , 박영하 , 디자이너 , 인터브랜드 , interbrand , Camera+ , 페이스북 , 터보스캔 , Metro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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