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맘껏 디자인하다 애비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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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맘껏 디자인하다 애비로드

“경영 철학, 기업 모토요? 저희는 그런 거창한 거 없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담백하게 써주세요.” 강종원 애비로드 대표는 애써 만든 사전질의서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 이번 인터뷰는 말렸다. 이런 생각에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는데. 이 사람, 대화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글. 이창민 기자 whale@websmedia.co.kr
사진. 애비로드 제공




interview
강종원 애비로드 대표


‘애비로드’라는 기업명에 특별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강종원 대표(이하 강종원)  비틀즈의 마지막 음반 타이틀이 ‘애비로드(Abbey Road)’죠. 개인적으로 비틀즈 음반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음반이라고 생각해요. 분위기도 밝고 낙천적이고요. 비틀즈의 예술가적 기질을 저희 디자인에 녹이고 싶었어요. 그리고 비틀즈가 음악을 통해 수많은 대중과 소통했듯, 저희도 디자인을 통해 소통하고 싶었죠. 그래서 저희 기업명이 애비로드인 겁니다.


애비로드 대표님 소개를 해주세요.
강종원  저는 애비로드의 대표이기 이전에 국내 웹디자인 붐이 처음 시작했던 90년대 후반부터 일을 시작한 1세대 웹디자이너예요. 지금도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실무 일을 하고 있고요. 이전에 다른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다가 나와서 애비로드를 창립하게 됐어요. 저 혼자 창업한 건 아니고요. 애비로드는 대외적으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저 강종원과 안살림을 맡은 이해숙 이사가 공동으로 창업한 디자인 그룹입니다. 이해숙 이사와 저는 공동대표죠.


회사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강종원  총 직원은 프리랜서 등 인력을 포함하면 30명 정도 됩니다. 2013년 10월에 창업했으니까 아직 역사가 2년 남짓으로 짧아요. 그런 탓에 단독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많이 없는 편이에요. 이제부터 서서히 늘려가려고 합니다. 저는 웹디자인 관련 기업은 3년까지는 적자를 보고 그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고요.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조급하지는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요?
강종원  애비로드는 직원들을 가족으로 생각해요. 진짜 가족이요. 저는 대표도 전 직원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실천하고 있어요. 팀워크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늘 ‘소통’을 강조합니다. 그래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고 일도 더욱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놀듯이 일하는 디자인 그룹, 애비로드
기자라는 직업은 대상을 일반화해서 보려는 시선을 최대한 걷어낼 필요가 있지만, 한 기업의 대표라는 인물을 떠올릴 때만큼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쫙 빼입은 ‘신사’ 이미지를 쉽게 버릴 수 없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애비로드 취재를 나갔을 때 약간 충격을 받았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라며 굵고 또렷한 목소리로 날 맞이하는 강종원 대표는 하늘거리는 진회색 티셔츠에 비니를 푹 눌러 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수염도 거뭇거뭇. 혹시나 대표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에 일단 자리에 앉았는데 그가 건넨 명함에는 ‘CEO’라는 단어가 짙게 박혀 있었다.
“취재를 오신다고 해서 월간 웹 이전 기업 소개 기사를 읽어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저희는 그렇게 말고 좀 다르게 해봤으면 합니다” 창립 배경, 기업 모토, 비전, 인재상까지 물어볼 질문이 가득히 쌓였건만, 그가 건넨 말에 나도 에라 모르겠다 “그럼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 형식으로 가보겠습니다”라며 질의서 문서 창을 닫고, 그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애비로드의 기업 정체성은 ‘웹 디자인’에 있다. 사명 뒤에 ‘디자인 그룹’이라는 문구를 붙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강종원 대표는 ‘웹 에이전시’는 상업적으로 이익만 추구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 썩 내키는 타이틀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예술가 집단이 되고 싶은 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애비로드는 웹사이트를 제작하지만, 개발자가 없다. 전 직원 중 디자이너 60%, 기획자 20%, 그 외로 퍼블리싱 담당자와 경영 및 운영진이다. 대부분 인력이 디자인 파트에 포진한 애비로드는 내부 인력만으로 해낼 수 없는 작업은 애초에 맡질 않는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일을 따내기 위해 무리한 요청을 받아들여 일을 벌이곤 부랴부랴 외부 인력을 충원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애비로드에 만큼은 없다.
이는 강종원 대표가 거듭 강조하는 ‘본질’에 어긋나기 때문. 그는 뛰어난 디자인 역량을 갖춘 인력이 많이 포진됐으니 디자인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회사 규모가 커지더라도 영업 인력을 뽑을 생각은 없다고. 걱정되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희 작업물에 만족한다면 또다시 찾아주겠죠”







대표와 직원이 동등한 기업 문화
회식자리를 자주 갖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회사는 공식적인 회식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한다면서 회식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따로 공식적인 회식 자리를 갖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식사와 술자리가 많았던 것. 일 끝나고 남은 직원끼리 저녁 식사를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되고 그게 커져서 회식이 되는 거라고. 그런 자리에 대표님도 늘 참석하신단다. 직원들과 정말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며 “사적인 자리에서도 불편해하지 않네요~”라며 웃으며 말했더니 그도 웃으며 겸손하게 답하더라. “술값 내라고 부르는 거죠, 뭐~”
국내 웹디자이너 1세대인 그는, 원래부터 이렇게 자유로운 기업 분위기를 추구했던 것만은 아니다. 십여 년 간 웹디자인 업계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고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생각이 변했다. 다른 직원들처럼 똑같은 디자인 업무를 하는 ‘디자이너’이기에 회사 내에서는 ‘대표’라는 직함도 잘 쓰질 않는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기업의 대표는 지금껏 내가 생각해온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권력자가 아니라 직원들 덕에 오늘 하루도 밥을 먹고 술 한잔 할 여유가 있는 사람일 뿐이다. 오히려 직원들이 대표에게 월급을 주는 것. 그런 그에게 직원을 향한 마음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트렌드가 아닌 스토리가 먼저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애비로드는 트렌드만 찾아다니는 국내 기업 문화에 공감하지 못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트렌드를 담는 게 진짜라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 강 대표는 디자인 분야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디자인 트렌드가 플랫 디자인 형식의 모바일 친화적 비주얼이 주를 이루다 보니 트렌드의 무조건적인 반영은 곧 그 기업, 그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잃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에요. 트렌드만을 추구하다 보니 그 디자인만의 스토리를 잃게 되는 거죠. 디자인 기업의 색깔을 나타내는 스토리가 없다는 건 치명적인 일입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 기업만의 스토리 없이 트렌드만 쫓는다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어느 회사에 일을 맡겨도 똑같은 디자인이 나올 거로 생각할 것. 굳이 특정 기업에 일을 맡길 이유가 사라진다면 그때는 선택의 고려 기준이 현실적인 것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애비로드를 엄청 키워서 메이저 그룹까지 올리고 싶지는 않아요. 다 같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할 생각이죠. 예전에는 욕심이 많아서 프로젝트도 무리하게 진행하곤 했는데, 그러니까 직원이 그냥 기계로 보일 때가 있어요.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금처럼 전 직원이 가족처럼 함께 소통하며 재미있게 맘껏 디자인할 수 있는 곳, 그게 애비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tags 이창민 기자 , 애비로드 , 웹 에디전시 , 디자인 그룹 , 강종원 , UI UX 디자인 , 모바일 디자인 , 플래닝 , 퍼블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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