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논란의 중심, 변질한 큐레이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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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논란의 중심, 변질한 큐레이션 서비스

글. 써머즈 슬로우뉴스 발행인/편집위원







인터넷에서 질문만 잘하면 원하는 답변을 얻었던 시기가 있었다. 지식인 같은 서비스가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땐 질문을 하면 재야의 고수들이 놀라운 답변을 들려줬다. 그런데 자료가 너무 많아지니 수많은 검색 결과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바쁜데 하나씩 찾아보며 대조하기도 귀찮다. 그래서, 떠먹여 주는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콘텐츠 큐레이션(Content Curation)’ 서비스다. 원래 미술계에서 주로 이용하던 큐레이션이라는 단어의 뜻에 걸맞게 여러 곳에 흩어진 콘텐츠를 모아서 하나의 콘셉트나 주제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를 모아 보여주는 시도는 인터넷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있었지만, 본격적인 물꼬는 ‘핀터레스트(Pinterest)’가 열었다. 핀터레스트에서 어떤 이용자가 특정 키워드와 주제를 중심으로 정보를 모으면 다른 이용자들은 그 이용자가 모은 정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식이다. 콘텐츠를 모으는 사람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이 구분된 것이다.
하지만 큐레이션 서비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저작권 문제다. 미술계의 큐레이션이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소장·대여한 작품을 관리, 해석, 전시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웹상의 큐레이션 서비스는 자신이 이용할 수 없는 콘텐츠를 끌어다 한곳에 모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디지털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작자 혹은 소유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아도 디지털 복제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피키캐스트(Pikicast)’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누군가 만든 이미지를 무단 복제해서 자신의 서비스에 소개한다. 낱개의 이미지를 무단 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큐레이션 아이디어 자체를 그대로 도둑질하기도 한다. 어디서 무단으로 가져오고 베꼈는지 그 출처를 보여주기만 하면 다양한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심지어 그 출처를 ‘출처’라고 표시하지도 않고 ‘참조’라고 표시한다. 참조는 무언가를 새로 만들면서 영감을 얻거나 원천 아이디어가 되는 것을 소개할 때 쓰는 표현이지만 이들은 그대로 복제하면서 시종일관 ‘참조’라는 단어를 이용 중이다.


보통의 디지털 큐레이션 플랫폼과 피키캐스트가 또 다른 점은 여러 자발적인 이용자가 큐레이션을 하는 대신 모든 콘텐츠를 직원과 파트너들이 직접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핀터레스트만 해도 여러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큐레이션 한다. 핀터레스트가 직접 이미지를 복제한 것이 아니고 이용자가 복제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는 논란의 영역이 된다. 하지만 피키캐스트를 비롯한 국내의 자칭 큐레이션 서비스들은 모두 업체가 직접 무단 복제, 도둑질을 한다. 큐레이션의 질까지 나쁜 건 더 큰 문제다. 원작자를 제대로 소개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무단 이용하며 출처(도 아닌 참조)를 뷰티 사이트로 소개하거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무단 이용하면서 엉뚱한 블로그를 출처로 남긴다. 즉, 원작자의 허락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정보조차 알려주지 못한다.


이처럼 기묘하게 변질한 자칭 큐레이션 서비스들의 특징은 대동소이하다. 원작자를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은 없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성장한다. 페이스북 등 소셜 서비스를 발판 삼아 이러한 서비스가 번성하는 것은 콘텐츠 미디어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단으로 가져다 써서 사업이 번창한다면 누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들여 만들겠는가. 이용자들은 이런 류의 서비스가 기본을 지키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 여기는 이용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 부메랑은 이용자들에게 돌아온다. 오늘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들인 콘텐츠 대신 출처 불명의 알량한 재미와 삶과 유리된 짜깁기된 자극이 우리를 집어삼키는 중이다. 

tags 써머즈 , 슬로우뉴스 , 큐레이션 , 핀터레스트 , 피키캐스트 , 출처 , 부단전제 , 도둑질 ,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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