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aming Service 음악의 역사, 음악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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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ing Service 음악의 역사, 음악의 몸

writer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대표칼럼니스트 havaqquq@younggiftedwack.com


6월 8일 애플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서 'One More Thing….'은 애플 뮤직이었다. 특별할 건 없었다. 애플의 이벤트는 이제 모두가 예상할 수 있게 됐지만, 그중에서도 애플 뮤직은 특히 유난하지 않았다. 다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슷한 요금제. 모든 서비스가 이야기하는 큐레이션. 대형 음악가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타이들에 대항하듯 힙스터 R&B 음악가 드레이크(Drake)가 나타나 코넥트를 통해 자신의 음반을 가장 먼저 공개할 거라 했지만 큰 임팩트를 주진 못했다. 블로거 닥터 드랭(Dr.Drang)은 애플 뮤직이 어떤 것이고,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다섯 명의 발표자가 등장했고 그들은 모두 실패했다는 포스트를 썼다. 이는 당연하다. 음악이라는 콘텐츠는 평면적이고 이미 모든 것을 열어 버린 스트리밍 서비스는 일정한 프로토콜을 벗어나기 어렵다. 굳이 '애플 뮤직, 혁신은 없었다'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음악 내려받기 서비스 표준으로 만들고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 워치 같은 막강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가진 애플마저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열릴 ‘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가 음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두는 편이 더 생산적일 것이다.




WWDC 2015 애플 뮤직 키노트 



이날의 키노트보다 흥미로웠던 건 같은 날 공개된 'Apple Music - History of Sound'라는 홍보 영상이었다. 보는 것만으로 당장 애플 뮤직을 결제하고 싶을 만큼 멋지니 꼭 찾아보길 바란다. 이 영상은 이름처럼 '사운드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정확히는 음악의 소리가 기록됐을 때부터의 역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록되지 않은 음악은 지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기록되지 않았을 때의 음악이 어떻게 소비됐을지를 상상해 보자. 우선 음악이란 무엇일까. 굳이 요약하자면 잘 어우러진 소리의 모음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잘 어우러짐의 요소를 만들기 위해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이야기를 실어 노래한다. 어머니가 저녁 먹으라고 불러야 끝나는 아이들의 숨바꼭질처럼 음악은 특정한 공간 안에서 그때그때 모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흩어지고 전해졌다. 이때의 음악은 누군가 한 명이 만들기보다 기록이 남지 않는 위키피디아처럼 집단작곡을 통해 만들어지고 전해지고 발전됐을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음악이다. 여기에 특정한 형식이 생긴 건 '악보'라는 형태로 음악을 기록하면서부터다.









음악의 역사 (History of Sound) 영상 속 최초의 축음기, SP와 LP




'악보'는 자유로이 돌아다니던 음악을 통제하고 전보다 넓은 곳으로 전파할 수 있게 했다. 기록된 것을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이를 분석하고 발전시키려는 시도도 활발하게 이뤄졌고 이는 기존의 음악을 더욱 복잡하고 화려하게 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악보는 음악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음악이 기록됐다고 할 수 있는 건 'History of Sound'의 첫 장면처럼 1888년 축음기가 발명되면서부터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음반'이라는 단위의 탄생이다. 음반은 음악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음악을 음반에 녹음하면 교통수단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그 음악을 나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전해진 음반은 언제라도 원할 때 재생기를 통해 재생할 수 있다. 비약하자면 사람이 직접 소리를 내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음악이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영원한 몸을 얻게 된 것이다. 여기에 비약을 보태자면 이는 음악이 '음반'이라는 몸에 갇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노래의 길이는 3분에서 4분 내외다. 이는 최초의 원판형 레코드 SP의 길이기도 하다. 10인치 SP는 한 면에 3분 20초, 12인치 SP는 한 면에 4분 30초를 담을 수 있다. 이후 1948년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LP 레코드를 개발하고 이는 대중화 된 첫 기록 매체가 된다. 분당 회전수를 33•1/3 회전으로 줄여서 한 면에 22분을 녹음할 수 있던 LP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정규(Full-Length) 앨범'이라는 개념을 낳았다. 앨범은 엄밀히 말하자면 곡의 모음일 뿐이다. 하지만 앨범이라는 단위가 생겨난 후 음악가는 앨범의 콘셉트를 정하고 여기에 맞는 곡을 만든 후 전체의 흐름을 고려해 곡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청취자 역시 이에 맞춰 음악을 감상하고 평론가도 개별 곡을 통해 앨범이라는 전체의 그림이 얼마나 충실하게 그려지고 있는지 논했다. LP는 단순히 곡을 녹음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제공했을 뿐이었으나 이를 계기로 앨범이라는 미학적 단위가 생겨난 것이다. 이는 CD와 테이프의 시대에도 이어졌다.






음악의 역사(History of Sound) 영상 속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




앨범은 미학적 단위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비효율의 상징이기도 하다. 앨범의 시대 청취자들은 흔히 이런 불평을 하곤 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타이틀 곡 하나인데 왜 이를 위해 앨범 전체를 사야 하지?" 제작자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사람들이 듣는 건 타이틀 곡뿐인데 왜 이를 위해 제작비를 들여 앨범 전체를 제작해야 해?" 싱글로 따로 발매되는 곡이 있긴 하지만 그 가격은 1/앨범 수록곡이 아니다. 이런 이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게 여러 아티스트의 곡을 수록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새로운 곡으로 콘셉트를 맞춰 만들어지는 컴필레이션도 있지만, 곡의 권리를 가진 음반사에서 더 많은 판매를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잦았다. ‘MAX’와 ‘NOW’ 같은 팝 히트곡만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이 등장했고 적지 않은 판매량을 올렸다. 특히 이런 컴필레이션은 MP3가 처음 등장해 불법복제되며 시디 판매에 타격을 입혔을 때 성행했다. 국내에서는 ‘연가’나 ‘애수’ 같은 음반이 500만 장 넘게 팔리며 음반이 100만 장 넘게 팔리던 시대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MP3 내려받기 서비스의 시대가 열렸다. 음악은 음반이라는 몸을 벗어 던졌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곡만 골라 음악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음악은 앨범의 형태를 유지했다. 판매사는 개별 곡을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앨범 단위로 구매할 때의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하고 때에 따라 디지털 부클릿을 제공했다. 이게 매출 증대를 위한 건지 아니면 앨범이라는 단위를 유지하고 싶은 관성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앨범이라는 단위가 MP3 내려받기 서비스의 시대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애플 뮤직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본격적으로 ‘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가 열린 지금은 어떨까? 스트리밍은 단순히 음악을 소장하는 개념이 전송으로 바뀐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포인트는 정액제에 있다. 한 달에 일정 금액만 낸다면 과거에 존재했던 대부분 음악과 지금 등장하는 음악을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라서라도 들을 수 있다. 음악이 기록된 이후 이렇게 방대한 기록에 한꺼번에 접근할 수 있던 시대는 지금이 최초다. 그리고 하필 그 음악을 소비하는 기기는 온갖 콘텐츠가 각축을 벌이는 PC 또는 스마트폰이다. 온종일 '카톡'이 울리고 매일 무료 게임이 올라오며 'f'가 그려진 아이콘을 클릭하면 사람들이 퍼다 나른 콘텐츠가 가득 스크린을 메우는. '나이키의 라이벌은 닌텐도'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처럼 음악은 알림, 실시간, 무료, 관계 등으로 무장한 콘텐츠와 싸우게 된 것이다.


이 글은 음악의 처지를 비관하기 위한 게 아니다(이미 이런 글은 너무 많이 썼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이 어떤 형태로 존재할지를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한 글이다. 다행히 좋은 모델이 있다. 어느 나라보다 가장 먼저 (MP3 내려받기 시대를 건너뛰고) 스트리밍 시대를 맞이한 한국이다. 한국은 가장 빠르게 스트리밍 시대를 맞이한 국가답게 가장 빠르게 이에 적응했다. 싱글 시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던 곳에서 어느새 디지털 싱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형태의 앨범도 생겼다. 미니 앨범이다. 역시 EP 시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던 곳에서 EP는 굳이 '앨범'이라는 이름을 뒤에 달았다. 여기에 '몇 집'이라는 표현을 쓰던 관성이 붙어 미니 앨범 4집과 정규 앨범 1집이 공존하는 이상한 디스코그래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얼핏 보면 앨범의 형태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앨범이 사라질 이유는 많다. 첫째. 앨범을 통째로 들어야 하는 물리적 제한이 없다. 예전엔 두 개의 테이프 데크를 써야 만들 수 있던 믹스테잎을 플레이리스트의 형태로 얼마든지 편히 만들어 들을 수 있다. 인터넷은 늘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클릭 한 번만으로 다른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몇 달 전 나는 트위터에 "요즘 시대에 한 장의 음반을 오래 집중해 들을 방법은 음악가, 엔지니어, 레이블 등 음악산업 구성원이 되는 것밖에 없는 듯하다"라는 글을 썼다. 나부터 제작하는 음반을 제외하고 한 장의 음반을 오래 집중해 들은 지 오래됐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바이닐 바를 운영하며 레코드를 트는 이부터 음악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까지 많은 이가 공감의 멘션을 보냈다. 음악을 오래 들은 이들도 한 장의 음반을 집중해 듣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묶이지 않은 한 장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타이틀 마크가 붙었는가 안 붙었는가로 많게는 곡별로 100배 이상 차이 나는 정산서를 받으면 알 수 있다.









벅스 뮤직, 소리바다, 네이버 뮤직 등 국내 음악 서비스는 모두 스트리밍 기반이다.



둘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앨범을 제작할만한 충분한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주장대로 파이가 더 늘면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은 음반 판매 수익의 대체가 되지 못한다. 기술의 발달로 이전보다 앨범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줄었음에도 그렇다. 대신 음원으로 곡을 홍보한 후 공연으로 수익을 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녹음된 음악은 희소가치가 없지만, 음악가를 직접 보고 매번 다를 수밖에 없는 공연은 큰돈을 지급해도 좋을 만큼 희소가치가 있으니까. 하지만 모든 음악가가 공연에 적합한 음악을 하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음원 수익밖에 없는 음악가는 자연스레 앨범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앨범을 제작할 비용이 없는데 사람이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지도 않는다면 굳이 앨범을 제작할 이유는 없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붕가붕가 레코드는 2014년 CD 판매의 급감을 보고 충격을 받아 2015년에 디지털 싱글의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한 장의 정규 앨범을 제외하고 총 10개의 디지털 싱글 타이틀을 기획했다.


셋째. 모바일 시대를 맞아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다. 콘텐츠의 단편을 소비하는 건 음악만의 일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장면만 소비한다. 긴 글 대신 '짤방'과 '움짤'이 난무하는 카드 형태의 이야기를 읽는다. 사람들은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에서 5인치 안팎의 스크린으로 콘텐츠를 접하고 이는 모든 콘텐츠를 마이크로로 수렴하게 한다.


여전히 피치포크(Pitchfork) 같은 음악 웹진에서 리뷰를 하는 단위는 '앨범'과 '트랙'이다. 내 스포티파이의 'Inbox' 플레이리스트에는 에이셉 락키(A$AP ROCKY), 제이미 XX(Jamie XX) 같은 음악가의 앨범이 그대로 저장돼 있다.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음악 일을 하지만 음악을 집중해 들을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Inbox'에 있는 앨범을 다 듣지 못하고 정리하고 앨범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음악 듣는 사람 중 멜론 탑 100을 듣는 걸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요즘 내가 음악을 듣는 방식 역시 멜론 탑 100을 듣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앨범을 만들고 그 앨범을 사람들이 의도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들어주길 바란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처럼 전의 사건을 훑을 새도 없이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 음악은 앞으로 어떤 몸을 갖게 될까.






공연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뮤지션은 스트리밍 시대에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디지털 싱글로 전략을 새로 짠 붕가붕가레코드 웹사이트



하박국 필자의 음악 플레이 리스트


tags 하박국 , 영기획 , YOUNG , GIFTED&WACK , 애플 , 애플뮤직 , 스트리밍 , WWDC , 사운드의 역사 , 닥터드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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