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트렌드, 반드시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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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렌드, 반드시 답은 아니다

글. 이진혁 슬로우뉴스 편집의원






2012년 12월 뉴욕타임스는 '스노우 폴(Snow Fall)'이라는 기사를 발행한다(nyti.ms/1QpmV0B). 본 기사는 줄 글 사이사이 사진이 들어간 전형적인 형식이 아니라 미국 워싱턴 주에서 일어난 눈사태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 및 각종 영상, 사건 지도, 글, 사진을 시간순으로 배합해 기사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냈다.


물론 스노우폴 기사 이전에도 비슷한 형식의 기사는 존재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써내려간 새로운 문법은 들려주고자 하는 내용과 조화를 이뤘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퓰리처상까지 받는다. 이후 이런 류의 인터랙티브 기사는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3년부터 국내 여러 언론사는 각종 인터랙티브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과 같은 유명 언론사부터 비교적 규모가 작은 시사인까지 여러 언론사가 트렌드를 쫓았다. 그리고 미디어 업계에서 큰 이야깃거리가 됐다.
그러나 2015년 인터랙티브 기사는 더 이상 유행이 아니다. 몇몇 언론사들이 꾸준히 제작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 큰 화젯거리가 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언론사가 이런 대단한 기사를 만들었다더라 하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페이스북을 주요 유통채널로 삼은 언론 및 각종 미디어는 카드뉴스를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여기고 카드뉴스 제작에 열을 올렸다. 너도나도 카드뉴스를 제작해 페이스북에서 유통했다. 여기에는 대형 언론사도, 소형 언론사도 모두 동참했다. 아무래도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이 인터랙티브 기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서였을까? 이젠 영상 제작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 형태부터 모바일에 최적화한 짧은 길이의 영상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또 다른 형식이 유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최신 트렌드를 좇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국내에 인터랙티브 기사가 쏟아지던 2013년과 2014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론사들은 이런 형식이 유행하기 때문에 이를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내보내고 싶은 주제가 있고 이를 풀어낼 방법 인터랙티브 기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전자였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하니 우리도 이런 형식으로 기사를 만들어보자. 이런 형식으로 기사를 만들려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풀어야 하지? 이런 사고의 흐름을 거쳐 만들어낸 기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즉 주제를 먼저 생각하기보단 형식을 먼저 떠올리고 이에 맞출 주제를 끼워 넣었다는 것.


물론 이렇게 만들어낸 기사여도 형식에 정말 잘 어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해진, 유행하는 형식에 짜 맞춘 어울리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마치 체형도 외모도 전혀 다르지만, 연예인들이 입고 나와 유행하는 옷을 소비하며 자신의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트렌드를, 그러니까 어떤 새로운 형식으로 콘텐츠를 표현할 수 있는지를 따라가고 알아두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형식에 주제를 끼어 맞추기보다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을 먼저 하고 그 후에 여러 존재하는 형식 중 가장 적합한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맞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어떤 주제는 줄글로만 된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 어떤 주제는 단 하나의 사진만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적확하다. 또 다른 경우는 사진과 영상과 글과 존재하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처럼 만드는 것이 적절하고.
글을 담는 그릇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그 그릇에 담겨 있는 요리가 맛이 없거나 차가운 그릇에 뜨거운 요리를 내는 건 독자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이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좀 더 맞는 순서가 아닐까 한다.

tags 이진혁 , 슬로우뉴스 , 스노우폴 , 뉴욕타임스 , 언론사 , 페이스북 , 소셜미디어 , 인터랙티브 , 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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