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남매를 키우는 공룡의 속사정, 네이버 / 화면 밖을 벗어나려는 시도,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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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남매를 키우는 공룡의 속사정, 네이버 / 화면 밖을 벗어나려는 시도, 카카오

HCI KOREA 2016
HCI KOREA 2016의 키워드는 '인터미션(Intermission)'이다. 콘서트, 뮤지컬 등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갖는 휴식을 뜻하는 말. 지금의 IT 트렌드는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까지 넥스트 패러다임이 무엇일지 가늠할 수 있는 때, 이제 잠시 멈춰 새롭게 도래할 세상을 기다릴 시간이다. 다음 장이 오고 있음을 아는 채로의 멈춤은 그저 멈춤이 아니니까. 콘퍼런스 스케치부터 주요 프로그램 정리, 그리고 HCI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의 우수 논문까지 직접 선정해 알려드린다.

①인간과 컴퓨터의 미래에서 즐기는 축제 - HCI Korea 2016
②UX  디자인에 대한 대담한 질문들
③113남매를 키우는 공룡의 속사정, 네이버 / 화면 밖을 벗어나려는 시도, 카카오
④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의 현재
⑤미래의 모든 인터페이스는 디스플레이로 모인다, 파인 플랫폼
⑥HCI 학문을 연구하는 석·박사 대학원생의 우수 연구 논문





③113남매를 키우는 공룡의 속사정, 네이버 / 화면 밖을 벗어나려는 시도, 카카오

대한민국 IT 공룡 네이버는 왜 네이버 스퀘어 디자인을 발표한 것일까.
월간 웹 1월호 기사(goo.gl/hcd5vy)에서 언급한 것처럼, 네이버 스퀘어는 모바일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기엔 구글과 애플보다 늦어도 너무 늦었으며,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공룡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네이버가 네이버 스퀘어를 내놓으며 집안 정리를 하는 동안, 카카오는 네모난 화면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진행했다.
제스처 인터랙션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더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자 한 카카오의 사례와 네이버 나름의 속사정을 2016 HCI Korea에서 시원하게 듣고 왔다.  글. 유종범 기자 jayu@websmedia.co.kr






모바일 시대에 공룡이 살아남는 법, 다산(多産)

2009년 11월, 아이폰 3Gs가 한국에 등장했다.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의 탄생이다.
네이버도 모바일 시장이 미래를 이끄리라 판단해, 네이버 서비스를 전부 모바일 앱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대응하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던 시기였고, 속도를 내기엔 너무 커져 버린 몸짓 탓에 네이버는 중앙에서 통제하며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는 상태. 네이버 내부에 산재한 조직들이 알아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메일 서비스 팀은 메일 앱, 지식인 팀은 지식인 앱, 웹툰 팀을 웹툰 앱. 개발 시기와 오픈 시기는 달랐지만, 그들은 수백 개의 앱을 빠른 속도로 개발해냈다.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들의 집단이기에 가능했던 전략이다. 그렇게 네이버는 모바일 시대를 위한 자식들을 순산했고, 총 113개의 서비스가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워낙 빠르게 만들고 바로 운영하다 보니 네이버는 서비스 전체의 방향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아니, 생각 자체를 못했었다.
쉴새 없이 변하는 시장환경은 IT 벤처 신화를 이룩한 네이버도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줬고, 시야는 좁아졌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앱들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용모(UI·UX)로 사용자와 만나게 됐다. 서비스 맨 윗단에 있는 GNB(Global Navigation Bar)가 달랐고, 검색 창의 위치, 크기, 심지어 로고마저도 그때그때 제작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앱뿐만 아니라 네이버 포털에 들어가는 뉴스, 연예, 스포츠 등의 섹션에서도 일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네이버의 상징인 녹색 컬러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로 출시한 서비스를 돋보이게 하려는 욕심, 지겨움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에 원래의 녹색에 조금씩 다른 색을 타서 각 서비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네이버’라는 하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했고, 그것은 네이버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드 없이 진행하는 작업에 갈피를 잡을 수 없던 것. 


흩어진 아이덴티티를 하나로, 네이버 스퀘어

2015년, 더 이상의 혼란을 줄이고자 네이버를 다시 하나로 만들겠다는 ‘원네이버 TF’가 출범했고,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혁신’을 버리는 것이었다. 네이버의 사용자들은 어린이부터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있었기 때문에 혁신보다 기존의 사용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좀 더 간결한 UI, 단순한 형태. 로고부터 바꿨다. 모바일 온리 시대에 네이버의 풀 로고는 너무 길었지만, 국민의 95%가 사용하는 네이버 앱 아이콘 ‘N’은 짧고 익숙했다. 거기에 디바이스 화면이자 픽셀 단위의 모듈,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란 의미를 담은 ‘스퀘어’를 더했다. 이렇게 네이버 스퀘어 UI·UX 가이드를 완성했고, 대대적인 서비스 통일 작업을 시작했다. 버튼, 아이콘, 배너 사이즈, 검색 창 등 트렌드에 맞춰 개발했던 서비스들은 전부 스퀘어 UI·UX 규격에 맞게 수정했다. 네이버의 상징인 녹색 컬러도 디바이스 테스트를 통해 가장 변함이 없는 녹색으로 결정했으며, 폰트도 나눔스퀘어체를 만들어 통일성을 더했다.

커질 대로 커진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네이버는 그것을 알았고, 수백 갈래로 찢긴 네이버를 하나로 만드는 것에 큰 무게를 둬 네이버 스퀘어 UI·UX 가이드를 세웠다. 네이버 스퀘어가 느닷없이 탄생한 속사정이다.
 
손짓과 몸짓이 더 빠르다

카페에 앉아 라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옆에서 신나게 떠드는 커플과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의사를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을까. 단순하다. 집게손가락만 펴서 입술에 갖다 대면 된다. 말보다 빠르고 간편하다. 제스처의 첫 번째 장점이다.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스마트폰끼리 부딪쳐 연락처나 사진 등을 공유하던 앱, 범프(goo.gl/rvgbLE)는 기존의 연락처 교환 과정을 한 번의 제스처로 대체했다. 이름을 말하고 받아 적고, 연락처를 말하고 받아 적는 네 단계를 말이다. 당시 범프가 큰 인기를 끌었던 요소엔 속도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었다. 서로의 주먹을 부딪쳐 반가움을 표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처럼 휴대폰을 부딪치는 행위는 사용자에게 또 다른 가치를 준 것. 마지막 장점은 제스처의 행위가 재미있으므로 사용자에게 좋은 기억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락처 공유 앱이었던 범프가 사진, 데이터, 심지어 돈까지 주고받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제스처가 무작정 좋다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앱인 매거스 3D 제스처 런처(goo.gl/K7EvdN) 영상을 보자. 스마트폰을 돌리고, 흔들고, 뒤집었다 다시 뒤집는 등 십여 가지의 신기하고 진기한 제스처 인터랙션이 가득하다. 여기엔 제스처 인터랙션의 세 가지 맹점이 잘 드러나 있다. 첫째로 제스처가 너무 많으면 사용자가 기억하기 어렵고 많은 동작이 들어가 오작동의 위험이 있다. 둘째로 제스처로 수행하는 대부분의 태스크를 화면 터치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면 터치보다 훨씬 느리고 재미도 없다면 쓸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제스처는 사용 맥락에 부합해야 한다. 매거스의 사진 촬영 제스처는 스마트폰을 오른쪽으로 두 번 흔들고 두 바퀴를 돌리는 등 사진과 관련한 맥락이 전혀 없다. 맥락 없는 제스처는 사용자가 기억할 수도, 기억하지도 않는다. 


카카오톡에 맞는 좋은 제스처

그럼 좋은 제스처는 무엇일까. 카카오는 네 가지 기준으로 카카오톡을 위한 제스처를 추렸다. 보편성, 사용성, 사회적 용인, 구현 가능성이 그것인데, 한마디로 누구나 이해하고 행동이 쉬우며, 밖에서 해도 창피하지 않은 제스처가 그것이다. 그다음으로 카카오톡 기능 중 복잡한 단계를 가진 것들을 뽑아 짧게 줄였다. 제스처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 카카오는 향후 앱에 적용할 수도 있는 제스처 연구 사례를 발표했는데, 그중 두 가지 사례를 독자들과 공유한다.

먼저, 라이트 스와이프(Right Swipe) 제스처 적용 사례다. iOS 버전 카카오톡은 안드로이드 버전과 달리 자주 쓰는 스티커를 모아 보여주는 기능이 없다. 매번 해당 스티커 칸을 눌러 사용해야 했다. 여기에 카카오는 ‘다음, 빨리’ 등을 의미하는 라이트 스와이프 제스처를 적용했다. 대화방에서 오른쪽 베젤을 왼쪽으로 쓱 하면 최근에 사용한 스티커 목록이 나오고, 드래그앤드롭으로 바로 대화방에 붙일 수 있다. 화면 오른쪽 바깥에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상자를 만들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다음으로 핀치 아웃(Pinch Out) 제스처 적용 사례다. 지금은 ‘#검색’이 있지만, 그 이전엔 대화 중 무언가를 검색해서 친구에게 공유하기까지 수많은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확장, 열기, 자세히 보기’를 의미하는 핀치 아웃 제스처를 적용했다. 대화방에서 엄지와 검지로 화면을 벌리면 상단에 검색창이 뜨고, 대화 내용을 분석해 추천 검색어를 하단에 제공한다. 대화방을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층 구조로 생각한 것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평소에 우리가 자주 사용하던 제스처를 활용해 더 빠르고, 쉽고, 재밌는 카카오톡의 모습을 보여줬다. 네모난 화면 밖을 탈출한 사용자 경험이 만들 카카오톡의 나중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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