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없이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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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없이 미래도 없다

‘온라인 광고가 반가운 손님이 될 수 있을까’. 본 주제를 들고 광고대행사를 찾은 이유는 명확했다. ‘광고를 실제로 만들고 집행하는 입장에서 과연 소비자의 인터넷 경험을 배려할 수 있느냐’는 것. 앞서 이경구 제일기획 프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광고업계 구성원 간 대화가 부족했음을 알았다.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제도와 법적인 틀을 갖추려는 노력도 분명히 필요할 터. 이에 디아이 매거진은 대홍기획의 디지털 솔루션팀에서 근무하는 김철웅 책임을 만나, 각 구성원의 입장을 충분히 담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왔다. 그 현장을 함께 만나보자.  글. 김지훈 기자 kimji@websmedia.co.kr 인터뷰이. 김철웅 대홍기획 책임






다시는 소비자를 무시하지 마라 소비자들은 태생적으로 광고가 싫다. 상업적인 냄새가 가득 밴 친절함이 싫은 것이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불쑥 튀어나와 나를 방해하기 때문에 싫은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광고를 보는 대신 일정한 구독료를 지불하기도 한다. 즉, 돈을 내더라도 광고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광고를 차단하는 ‘애드블록'이 나왔다. 전 세계 소비자는 애드블록의 등장을 반겼고, 애드블록은 광고에 기반을 둔 수많은 생태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애드블록의 등장은 디지털 광고 생태계에서 소비자 역시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계기가 됐고, 광고를 집행하고 운영하는 이들이 일종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됐다. 이는 ‘온라인 광고가 반가운 손님이 될 수 있는' 이상에 한 발짝 다가선 사례로 볼 수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한국 광고 시장 여기까지만 들으면 모든 것이 좋다. 세계 광고 시장은 어느 정도 답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이경구 제일기획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한국 시장으로 오면 얘기가 다르다. 여전히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김철웅 대홍기획 디지털 솔루션팀 책임은 “애드블록은 철저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개념”이라며 “유럽에서는 애드블록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 자체를 강화하는 추세다. 웹사이트 광고 진행 시 ‘이 사이트는 당신의 쿠키 정보를 저장합니다. 그래도 접속하시겠습니까?’와 같은 경고 문구가 뜨도록 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애드블록 설치 여부를 떠나 광고를 볼지 말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맡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야기가 다르다. 김철웅 책임은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온라인·디지털 매체 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법,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이유는 해당 산업에 대한 관심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산업이 크기 위해서는 건강한 토론과 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토론 역시 해당 산업에 대한 관심과 개선 의지가 있어야 가능할 터. 김 책임은 “실제 광고대행사 입장에서는 국내에 제도적인 장치나 틀이 없다 보니 애드블록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무적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김 책임은 “애드블록 때문에 특정 인벤토리에서 노출 수나 전환율 등 구체적인 수치의 변화가 있다면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지금껏 국내에선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조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자정 작용? 결국 룰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생태계 전반의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김철웅 책임은 “무조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소비자들이 광고를 회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뜯어봤다. 김 책임은 “광고가 너무 많다. 온 세상이 광고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되는 소셜 미디어도 콘텐츠로 가장한 광고들이 떠다닌다”며 “좋은 광고인지 나쁜 광고인지, 유용한 정보인지 유용하지 않은 정보인지, 즉 콘텐츠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 그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는 회피한다”고 소비자들이 광고를 회피하는 이유에 관해 밝혔다. 광고량을 줄이면 되지 않을까? 김 책임은 기자의 질문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고는 줄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절대적인 인벤토리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모바일이 활성화하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에서는 소비자들의 광고 피로도가 훨씬 높다. 작은 화면을 손 위에 두고 집중해서 콘텐츠를 접하기 때문에, 화면 위에 아주 작은 광고가 뜨더라도 PC 대비 체감 피로도는 더욱 증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마 O2O, 옴니채널 개념이 광고·마케팅 분야에 제대로 이식된다면 광고량은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다. 김철웅 책임은 “이상적으로는 소비자의 TPO에 정확히 들어맞는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자원을 투자할 여유는 많지 않기에 광고에 대한 네거티브가 확산할 확률이 높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애드블록이 지금보다 더욱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렇듯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서도 광고는 끊임없이 소비자들을 자극할 모양새다. 정녕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순 없는 걸까.
김철웅 책임은 회의적이었다. 그는 “자본이 많은 플레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전 방위 매체를 타깃할 수 있다. 업계를 이끄는 책임감을 느끼고 누군가 나선다면 변화가 있겠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기 힘들다. 결국 비즈니스 베이스이기에 대행사 입장에서도 큰 광고 프로젝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자정보다는 ‘룰’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즉 디지털 광고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현실적인 선에서 정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럽은 광고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넘길 수 있는 구체적인 법률을 제안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디지털 광고가 소비자의 경험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구체적인 룰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 책임은 “유럽의 사례를 국내에 완벽하게 적용할 순 없겠지만, 계속되는 연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안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핑 포인트가 필요한 시기 어쨌든 국내 시장은 어렵다. 김철웅 책임은 “지금처럼 광고계에 답이 없었던 때가 없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시기다. 전통 매체 시절엔 아무리 시장 변화가 빨라도 시간이 지나면 정립이 가능한 일종의 패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해외에선 그나마 표준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다드가 통하지 않는 나라로 손꼽히는 한국은 표준조차 정착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혀를 찼다. 결국 대행사 입장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룰 정비가 이뤄지고 그를 통해 국내 광고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가려면, 기나긴 시간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김철웅 책임의 말에 따르면, 대홍기획은 방법론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소비자의 경험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말이다. 결국 소비자를 위하는 길만이 브랜드와 대행사, 나아가 업계 전체가 한 걸음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티핑 포인트가 될 테니까. 모쪼록 디아이 매거진이 준비한 이번 특집이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사 하나로 광고업계 전반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누군가 변화를 위한 시도는 하고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런 차원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 대홍기획이 어떠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봤다. 자, 다음으로 이어질 기사에서는 매체를 운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과연 광고를 받아 콘텐츠와 함께 지면에 노출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도 계속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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