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의상 뒤에 숨겨진 파리지앵의 감성 장 폴 고티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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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 뒤에 숨겨진 파리지앵의 감성 장 폴 고티에 전

상식을 뛰어넘는 디자인으로 패션을 예술의 반열에 올린 장 폴 고티에는 늘 상식 밖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입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패션에 드러나는 고티에의 독특한 세계관 때문에 ‘패션계의 악동’이라 불리는 그의 영감의 원천은 어디일까.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장 폴 고티에 전’은 패션 디자인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해 현재 최고의 자리에 있기까지 지나왔던 그의 긴 여정을 보여준다.


글. 이윤정 기자 lyj@websmedia.co.kr 사진. 현대카드 제공
기간 : 0000-00-00 부터 0000-00-00 까지




패션에 일가견이 없는 사람은 어느 패션쇼를 보며 말할 것이다. “저 옷을 어떻게 입어?” 혹은 “너무 이상하지 않아?”. 이러한 말들은 ‘의상’, 즉 우리가 항상 착용하는 옷의 가치를 그저 실용적인 용도로만 판단하는 이에겐 흔한 반응이다. 손가락 하나는 거뜬히 들어갈 구멍이 송송 뚫려 신체를 가리는 목적은 하나도 이루지 못한, 중요 부위가 다 드러나 도저히 입을 수 없는, 희귀한 패턴으로 장식돼 꽤나 무거운 옷들을 보며 같은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패션을 그저 일상에서 늘 입는 의식주의 하나로만 보는 시선은 전시를 완벽히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장 폴 고티에 전’을 관람하기에 앞서, 옷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고티에가 의상 디자인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그의 전위적인 디자인이 패션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보는 눈을 가질 테니까 말이다.    샘솟는 영감의 원천을 찾아서 고티에는 어렸을 적 뷰티 컨설턴트로 일했던 할머니의 뷰티 살롱에서 시간 보내길 좋아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엄마의 화장품에 호기심을 보이며 몰래 사용하고 즐거워했던 것처럼 고티에도 할머니의 옷들에 관심을 보였다. 훗날 그 관심은 ‘코르셋’을 중심 주제로 한 그의 작품에 대한 영감으로 이어졌다. 코르셋의 특성과 정교한 디자인을 유심히 관찰한 그의 어린 시절의 집요함이 20세기의 코르셋과 1940년대의 속옷 웨이스트 신처(Waist Cincher)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장 폴 고티에 전의 첫 번째 섹션 ‘살롱(Salon)’에서는 갑옷 모양의 코르셋으로, 비욘세가 2009년 콘서트 ‘아이 앰 유어즈’에서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프릴(Frills)’, 고티에가 어린 시절 디자인한 옷을 입힌 곰 인형 ‘나나(Nana)’, 할머니의 코르셋에서 받은 영감을  디자인에 접목한 ‘클래식 향수병’ 등을 볼 수 있다. 혹시 그의 코르셋 작품을 보고선 그가 살던 시대인 1960~1970년대 페미니스트 투쟁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고티에는 코르셋을 ‘억압과 ‘순종’의 의미가 아닌, 권력과 노출, 유혹의 연결고리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남성을 위한 코르셋을 디자인한 작품을 보면 코르셋이 그저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소재가 아니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살아 숨 쉬는 옷으로 가득 차다 두 번째 섹션 ‘오디세이(Odyssey)’에 왔을 때 두 눈을 의심했다. 한 부스를 가득 메운 마네킹들이 노래를 하고, 서로 대화하듯 입과 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빈 얼굴의 마네킹은 프로젝트 빔을 통해 32명의 뮤즈들의 얼굴로 재탄생했다.  굳이 마네킹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죽어있는 옷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듯한 옷을 만들려고 했다. 자신의 옷이 그저 신체 균형에 맞게 제작한 옷으로 남기보다 개개인의 특성을 살린, 개성 있는 옷으로 남길 원한 것이다. 그래서 한쪽에는 전설 속 선원과 사이렌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설치해 선정성을 부여하고, 의상 디자인을 보여줌과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우리가 오늘날 흔히 입는 친근한 패턴 스트라이프 디자인 역시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그는 라이너 베르너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의 1982년 영화 ‘퀘렐(Querelle)’을 보고 영감을 얻어 흰색과 파란색 줄무늬를 완전히 자신의 상징으로 만들게 됐다. 너무나도 익숙한 줄무늬는 고티에의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돼 간간히 등장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통념을 거스르는 시대정신 피부를 감추기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고티에 패션 철학의 하나다. 옷의 기능은 중요 부위를 가리고, 피부를 감추는 것이란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난 것이다. ‘스킨 딥(Skin Deep)’ 섹션은 특히 패션에 쓰지 못할 재료가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 부스였다. 고티에는 실크와 망사를 이용해 다양한 소재를 디자인에 활용했으며, 어떤 시각에서는 조금 자극적일 수 있는 디자인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하지만 고티에의 디자인이 단지 여성의 섹슈얼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란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고티에가 디자인한 마돈나의 ‘원뿔형 코르셋’과 영화 ‘제5원소’ 속 의상을 보면, 마돈나가 코르셋을 착용한 채 강한 여성의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가 디자인 한 작품을 입고 자신감 있는 포즈를 취한 마돈나의 모습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에서 강한 여성의 모습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보았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위한 옷이라는 느낌을 강력히 전한 것이다. 다음 섹션 ‘펑크 캉캉(Punk Cancan)’ 속 의상에서는 전통적인 파리지앵의 스타일이 의상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런던 펑크족의 자유, 그리고 프랑스의 반항 정신, 즉 전위예술적인 시대 배경까지 품었다. 이어지는 ‘어반 정글’ 섹션에서도 역시 다양한 문화와 민족, 인종을 패션에 담아 표현하고자 했던 노력이 보인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전제하에 개개인의 개별성을 고려한 의상에 감동의 전율을 느꼈다. 고티에의 명성에 맞게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펼친 결과물도 전시에서 배제할 수 없다. 여섯 번째 구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에서는 영화감독, 안무가, 팝스타와 함께 협업한 결과물을 전시했다. 이곳에서는 그의 의상 스케치, 음반 작업 등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패션의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구간 ‘결혼’에서는 공주 같은 신부의 모습에서 벗어난 이질적 요소가 가미된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함으로써 전형적인 결혼 모습을 뒤엎은 고티에의 정신을 엿보며 전시의 여정이 끝났다.    모든 경계를 허물어버린 발상, 패션계의 혁명 오뜨꾸뛰르(Haute Couture)에 데뷔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지칠 줄 모르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그는 그가 원했던 ‘살아있는 옷’을 지속하고 있다. 성별을 구분하지 않은 의상, 선택에 과감한 소재, 시대 정신을 거스르는 디자인. 이처럼 장 폴 고티에는 여러 주제를 통해 우리의 상식을 뒤엎고,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저 아름다운 소재로 만든 의상과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아닌 성별, 인종, 생김새에 따라 규정하는 이상적 아름다움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통념을 깨뜨린 여러 의상과 미치도록 디테일한 재단 방식을 직접 관람하고나면 세계 최상 오뜨꾸뛰르를 실제로 관람하는듯한 진귀한 경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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