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어 글로 옮기는 방법

상세페이지

  • HOME > 월별 특집 & 기획

내 아이디어 글로 옮기는 방법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글로 적어야지. 그런데 잠깐! 손이 멈춘다. 괜히 긴장된다. 엄숙해지기도 한다. 체면 때문이다.
‘유치하다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든 순간 집필 정지. 이왕이면 멋지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손가락을 멈추게 한 것. 말로 할 땐 괜찮다. 막상 글로 적으려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길이도 길어진다. 어떻게 하면 ‘아이디어를 글로’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   글. 정상수 청주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facebook.com/sangsoo.chong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디어를 글로 멋지게 옮기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전설적 카피라이터, 데이비드 오길비의 조언을 들어본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붙인 광고회사가 전 세계에 450개가 있으니 ‘전설’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글을 잘 쓰지 못해서 답답한 일이 많았나 보다. 오길비가 어느 날, 전체 직원들에게 ‘글 잘 쓰는 방법’이란 제목의 메모를 돌렸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글을 잘 쓰면 잘 쓸수록 진급이 빨라집니다.
생각을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 글을 잘 쓰는 게 카피라이터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통찰력이 뛰어난 전문가라면 기획자든, 마케터든 누구나 글을 잘 쓴다. 뒤집어 생각하면 직장에서 누구도 글쓰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뚜렷한 생각을 하고 있지 못한 사람은 글도 뚜렷하게 쓰지 못한다. 말도 뚜렷하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오길비의 격려가 마음을 놓게 한다. 글 잘 쓰는 능력은 타고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꼭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조언, “글을 쓸 때는 말하듯이 쓰라”. 구어체가 좋다. 그런데 우리는 구어체로, 말하듯이 쓰면 품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문어체로 써야 격식을 갖추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럴 필요 없다. 글은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써야 좋다. 물론 우리가 말하는 걸 녹취하듯 그대로 글로 적으라는 건 아니다. 실시간으로 편집할 수 없으니까. 말할 때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핵심과 관계없이 말하게 된다. 논리도 무시한다. 내뱉은 말끼리 서로 엉킨다. 상대가 혹시 알아듣지 못했을까 봐 꼭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자꾸 덧붙이기도 한다. 사실 글쓴이의 이야기다. 그래도 글을 잘 쓰려면 말하듯이 써라! 그래야 읽는 사람이 편안하게 따라온다. 두 번째 조언, “짧은 단어와 문장을 쓰라”. 글이 길어지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위험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획서를 쓸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건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라 꼭 전달하고 싶다’란 마음이 강하면 묘사가 길어진다. 상대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자꾸 뭔가 더 쓰게 되는 것이다. 다 알아듣는다. 글 읽을 상대는 똑똑하다. 나보다 똑똑하다. 그러니 무시하지 말라.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의미에 비중을 두는 게 좋다. 짧게 쓰는 게 이익이다. 상대는 글의 목표나 전체 맥락을 미리 알고 읽기 때문에 괜찮다. 어떤 심오한 주제라 하더라도 두 장 분량을 넘겨서 쓰지 말라고도 했다. 또 전문가처럼 유식해 보이려고 업계에서만 쓰는 전문용어로 글을 도배하면 곤란하다. 몰두해서 읽는 걸 방해하니까. 특히 영어로 된 약어는 가급적 쓰지 않는게 좋다. 확 줄여놓은 한글도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시절이다. 어느 경쟁 프레젠테이션 심사에 갔다. 전화번호부 뺨치는 제안서를 제출한 회사가 떨어졌다. 아이디어는 ‘성실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심사위원으로서 고백한다. 너무나 긴 제안서나 기획서는 아예 읽지 않는다.
아무리 길게 써도 마지막 장만 힐끗 보면 무슨 아이디어인지 다 알기 때문이다. 세 번째 조언, “중요한 말을 맨 앞에 쓰라”. 모두가 바쁘다. 무슨 생각인지 빨리 얘기해야 한다. 기획서를 쓸 때 결론이나 주장을 의도적으로 맨 앞에 적는 게 좋다. 슬라이드 한 장을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화면 가득 글과 그래프, 차트 잔뜩 넣고 맨 아랫줄에 요약한 글 한 줄을 넣지 않는가? 맨 위에 요약 글을 넣으면? 글을 쓰다 중요한 말을 맨 마지막에 쓰려는 의도를 버려라.
우리말의 어순 때문에 그렇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추리소설처럼 마지막에 깜짝 놀라게 하려고 앞부분에 기대감을 주려다 길어진다. 애석하게도 상대는 잘 놀라지 않는다. 반전 강한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진 상대가 고작 마케팅 기획안 보고 기절할 것 같은가? 혹시 인용했다면 철저하게 점검할 것도 권한다. 글쓴이도 전에 큰 실수를 했다. 『스매싱』이란 책을 쓰면서,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라고 쓴 작가가 오스카 와일드라고 했다. 버나드 쇼였다. 물론 재판 찍을 때 수정했다. 초판 사서 읽어주신 1,000명의 독자께 양해를 구한다. 사무실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오늘 쓴 글을 상대에게 바로 보내지 말라는 것. 다음 날 아침에 소리 내서 읽어보고, 그때 편집을 해서 마무리하라는 글쓰기 대가의 조언이다. 대개 한밤 자고 나서 읽어보면 참 유치하다. 생각이 뚜렷하지 않다.
그리고 중요한 건이라면 꼭 동료에게 보여주고, 고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좋다. 완성된 글을 발표하거나 보내기 전에 반드시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잘 쓰려고 몰두하다가 정작 글을 쓴 목적을 잊어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내 글을 읽고 나서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지 머릿속에 확실하게 그려 보라. 특히 요즘은 메일과 메신저를 많이 쓰므로 후회하기 쉽다.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글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아차!’ 하는 사이에 마치 화살처럼 날아가니까. 쓴 글을 다시 볼 겨를 없이 전송 버튼 누르고 나서 반성한다. ‘아, 한 번 더 읽어보고 보내면 좋았을 텐데’. 심사숙고해서 쓴 글을 첨부 파일로 첨부하지 않고 그냥 인사말만 보내는 건 애교다. 첨부 파일 없이 그냥 보내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은 언제 나올까? 둘째 손가락에 순간적으로 강한 전류가 흐르게 하면? 오길비의 마지막 조언, “만일 상대가 실제로 행동을 해주기를 원한다면, 글을 쓰지 말라”. 정말로 원하는 게 있으면 글 쓰고 앉아 있을 게 아니라 그 상대를 직접 찾아가서 무얼 원하는지 말로 전하라는 말이다. 그렇다. 작가라면 그럴 수 없지만, 사무실에서 글 쓰는 작가라면 그러는 것이 효율적이다. 상대의 눈을 보며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호소해야 내 이야기를 들어나 줄 테니까. 신입사원 시절 내게 조언했던 어느 직장상사는 이런 걸 이미 깨닫고 있었던 걸까? 그의 조언. “회사에서 다치지 않으려면 절대로 문서로 남기지 말라”. 어처구니없는 말이라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 문서를 남기지 않을 수는 없다. 잘 남기라는 뜻이다. 지금도 가끔 기억나는 그의 조언 하나 더. “회사에서 장수하려면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알려주지 말라”. 죽을 때까지 청기와 제조공법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청기와 장수의 아들이었나? 사실 글쓰기에 비결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런 거 다 알고 쓰면 재미없는 거 나온다. 글쓰기에 관한 조언은 세상에 널려 있다.
책도 많고 강좌도 많다. 그런 건 한 번 힐끗 보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끊임없이 써나가야 한다. 글쓰기는 어차피 독학이다.
공식대로 써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 잠그고 혼자 쓰는 것이다. 음식점 물처럼 글쓰기는 셀프다. 전업 작가도 회사원처럼 작업시간 정해놓고 글을 쓴다고 한다. 회사원이 별일이 없어도 회사에 나가듯이, 작가 역시 아이디어가 없어도 일단 책상에 앉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쓴다. 자유롭게 쓴다. 우리는 야구장에서 소설 쓰기를 결심한 작가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78년 도쿄 신주쿠 진구 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고 있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1번 타자 데이브 힐턴이 2루타를 날린 순간 불현듯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첫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극적이다. 연극을 전공한 작가가 유명해지면 인터뷰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작가 마음이다. 그래서 작가다. 그는 자신의 소설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자유롭고 내추럴한 감각이라 말한다. 최근 발간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다양한 표현 작업의 근간에는 늘 풍성하고 자발적인 기쁨이 있어야만 합니다. 오리지널리티는 바로 그러한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제약 없는 기쁨을, 많은 사람에게 최대한 생생한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충동이 몰고 온 결과적인 형체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선배들이 이미 만든 기획서나 제안서를 따라 쓰지 말자.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작가가 되려면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라”. 그 두 가지를 피해 나갈 방법은 없고, 지름길도 없다는 것이다.  
전설적 카피라이터 ‘데이비드 오길비’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tags 디아이투데이 , ditoday , 월간 DI , 디아이 , DI 매거진 , 디아이 매거진 , 정상수 교수 , 데이비드 오길스 , 아이디어 ,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스티븐 킹

저작권자 © 웹스미디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콘텐츠는 저작권법 제7조 규정된 단서조항을 제외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입니다.
본 기사를 개인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게재(링크)를 원하시는 분은
반드시 기사의 출처(로고)를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출처 없이 본 기사를 재편집해 올린 해당 미디어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절차(지적재산권법)에 따라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URL 복사 출력하기 목록보기 스크랩하기

관련기사


정기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