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라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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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라고 할 때

남자들 “예”
유오성 “아니오”
성우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친구. 그 친구가 좋다.
        ‘예스’도, ‘노’도 소신 있게, 동원증권.

글.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facebook.com/sangsoo.chong


지금은 없어진 증권회사의 TV 광고다.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영화 <친구>의 주인공 유오성이 똑같은 신사복을 입은 남자들과 등장한다. 합창이라도 하듯 모두가 ‘예’라고 외치는데, 그만 혼자 ‘아니오’라고 한다. 경쟁사들이 합창하듯 똑같은 곳에 투자하라고 해도 동원은 소신껏 투자제안을 하겠다는 것이다. 요즘은 왜 이런 광고가 안 나오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생각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내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다.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혀끝에서 멈추게 되는 것이 문제다. 보이지 않는 묘한 분위기 때문이다. 특히 위계질서와 관행을 강조하는 회사에서는 자유로운 생각을 기술적으로 막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사고를 유연하게 가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선, 정답에 시비를 걸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어느 순간 정답이라 생각되는 것이 나온다. 사람들도 대충 그게 좋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좋다는 마음이 든다. 다행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좀 더 생각하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게 틀림없을 것이다. 나도 안다. 하지만 마감이란 게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멈추는 것이다. 어차피 한 가지 일만 붙들고 영원히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지점에서 ‘이게 좋다!’고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한 번 시비를 걸어보자는 것이다. 정답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면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이 하나라는 생각을 버리자. 우리는 어릴 때부터 시험을 많이 치다 보니, 그렇게 훈련이 됐다. 정답은 바른 답이다. 그래서 하나일 것이라고 모두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모든 문제에 답이 하나면 편할 것이다. 선생님이 채점하기도 좋다. 하지만 인생이 그리 쉬운가? 고객이 그리 쉬운가? 아이디어를 낼 때 답이 여러 개라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늘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누구나 처음에는 여러 개의 답을 생각해본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다 버리고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여러 개의 답 중에서 가장 안전한 답을 고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머리가 굳어버린다. 안심하게 된다. 그래서 융통성 있는 생각을 더는 하지 않게 된다. 특히 마지막 순간에 여러 명이 모여 결정할 때 그런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위원회의 맹점이다. 각각의 위원들이 다 만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크게 반대할 이유도 없는 아이디어가 최선의 답으로 등극하게 된다. 서로 다치지 않게 보험을 드는 셈이다. 하긴 그러자고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냈을 것이다.
우리나라 광고인은 친절하다.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늘 여러 개의 시안을 준비한다. 보통 세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광고주가 마음에 드는 안을 고르라는 배려다. 대개 확실한 콘셉트를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시안을 세 개 준비한다. 그러나 어떤 때는 콘셉트가 확실하지 않아 세 가지 각기 다른 콘셉트의 시안을 준비한다. 공을 광고주의 코트로 넘기는 것이다. 물론 어느 방식이 더 좋을지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세 개의 아이디어를 준비하지만, 정작 밀고 싶은 아이디어는 하나다. 나머지 두 개는 들러리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작은 게임이 시작된다.

당신이라면 가장 강조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몇 번째로 발표하겠는가? 함께 일하던 영국의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친구가 글쓴이에게 던졌던 질문이기도 하다. 살짝 당황했지만 이렇게 대답했다. “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맨 마지막에 제안하지. 첫 번째 아이디어는 좋긴 한데 예산이 너무 많이 드는 걸 보여주지. 두 번째 아이디어는 조금 약한 것. 그래야 마지막 아이디어가 돋보이거든”. 잠시 후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내가 왜 이런 시험에 들지?’. 그 친구에게 되물었다. “너는 어떻게 하니?”. 친구는 대답했다. “응. 나는 세 개 다 강한 거로 제시하지”. 그 순간 글쓴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답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생각을 버리자. 정답이라 생각되는 답에 시비를 걸어보자. 그래야 사고가 유연해진다. 한쪽만 바라보면 끝까지 그쪽만 보인다.

어느 마을 사람들이 마을 한가운데 교회 건물을 짓기로 했다. 열심히 지어서 드디어 문을 여는 날인데, 이상하게 실내가 너무 어두웠다. 모두 모여 회의를 했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해가 드는 쪽으로 건물을 좀 밀어보자고. 그래서 모든 사람이 힘을 다해서 건물을 그쪽으로 밀었다. 여전히 어두웠다. 모두 고민에 빠졌다. 어느 순간 어린아이 하나가 건물 벽을 뚫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실내가 환해졌다. 창문을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교회 벽뿐이 아니라 나의 고정 관념도 깨야 한다. 그래야 창문을 만들 수 있다. 생각의 틀을 바꾸면 문제가 쉬워진다. 생각의 각도를 조금만 틀면 큰 노력 없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카메라 각도도 마찬가지다. 오늘 스마트폰 카메라로 무엇을 찍었는가? 저장된 사진첩을 훑어보라. 무엇을 찍든 대개 내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이 많을 것이다. 카메라의 높이를 조금만 조정하면 갑자기 피사체가 새롭게 보인다. 함께 있는 친구를 눈높이로만 찍지 말고 앉아서 찍어보라.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촬영기법을 로우 앵글이라고 한다. 로우 앵글로 사진을 찍으면 친구가 평소보다 커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그래서 영화와 광고에는 의도적으로 카메라의 위치를 낮추어 찍은 장면이 유난히 많다.

어떤 사람이 지방 출장을 갔다. 하루 일이 끝나고 호텔 방에 들어갔다. 전화로 룸서비스를 부탁했다. “바닐라 밀크쉐이크 좀 부탁합니다”. 룸서비스가 대답했다. “죄송합니다만, 바닐라 밀크쉐이크는 준비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그럼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우유는 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럼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우유 한 잔, 그리고 긴 숟가락을 함께 보내주실 수 있죠?”,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5분 뒤에 갖다 줬다. 호텔에 그 세 가지는 있는데 바닐라 밀크쉐이크가 없었던 것이다. 고객은 다음 번에 그 호텔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만 유연하게 사고를 했다면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폭풍이 치면 참나무는 부러지지만, 갈대는 휘기 때문에 살아남는다고 했다. 갈대처럼 유연하게 사고를 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 두뇌의 잠재력은 놀랍다. 아인슈타인도 자기 잠재력의 15%만 사용했다고 했다. 마치 추리소설 작가처럼 생각하고, 추리하고, 상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창의적인 생각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한 연습 방법이 있을까
쉬운 방법이 있다. 우선 ‘맥락을 바꾸어’ 본다. 휴가철이 아닐 때 갑자기 휴가를 간다. 매우 바쁠 때 일을 접어두고 사무실을 나가 한 블록 정도 걷는다. 일상의 맥락이나 환경을 바꾸면 마음 상태도 바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걸’ 해 본다. 춤을 배우거나, 그리스어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또한, ‘내 생각에 의문을’ 가져보는 연습을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마디 한 마디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을 외국어로 바꿔도 본다.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섞어’본다. 어떤 생각에 집중하다가 다시 빠져나와 집중하지 않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동원증권 광고가 유명해지자 패러디도 나왔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했다가 죽도록 맞았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데 자기 이름을 부르자 ‘아니오’라고 했다가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다. 좀 맞더라도, 유연하게 생각해보자.


동양증권의 광고 포스터


로우 앵글로 촬영한 <다크나이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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