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서울디자인위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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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서울디자인위크 2017

지난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서울 전역에서 열린 ‘서울디자인위크 2017’에서는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관계’ 그 사이의 수많은 문제와 불편을 ‘디자인’으로 개선하려는 사례가 넘쳐났다. 사실, 누군가의 불편을 알아차리기 위해선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더 나아가 불편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건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서울디자인위크에서 펼쳐진 컨퍼런스, 전시, 교육, 공연 등을 살펴보면 디자인의 의미를 달리 바라보게 된다. 기자는 관계라는 주제로 디자인을 풀어낸 사례들을 보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글. 김신혜 기자 ksh@websmedia.co.kr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디자인의 역할>
이번 서울디자인위크는 ‘오프닝 컨퍼런스’ 연사들의 강연 주제부터 관계 속 디자인의 역할과 의미를 달리 보게 만들어준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도입해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일본의 건축가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는 ‘마을과 주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디자인’을, 도시 디자이너 ‘피에르 포틴’은 ‘캐나다 홍등가를 시민 광장으로 변모시킨 스토리’를, 김승언 네이버 센터장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관계 디자인’을 발표했다. 주제만 보더라도 디자인의 역할이란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중 기자는 ‘당신의 관계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관계를 개선하고자 사례를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한 전시 ‘주제전’에 주목했다. 전시는 총 5가지(나-나, 나-너, 나-우리, 우리-너희, 우리-그들) 파트로 나눠졌다. 우리 일상에 산재하는 불편들을 너무나 기발하고도 자연스럽게 개선해나가는 사례들을 살펴보며 번뜩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이 스쳤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마스다 무네아키는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공간으로 유명한 ‘츠타야(Tsutaya) 서점’을 만든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의 CEO다.


▲ ‘츠타야(Tsutaya) 서점’을 만든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


그런 그가 츠타야 서점을 기획하며 중요시했던 경영철학을 담아낸 서적 ‘지적자본론’은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도 필독서로 꼽는 도서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시대 디자인의 역할을 명확하고도 흥미롭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본 기사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는 그가 도서에서 강조한 문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가 말한 디자인은 곧, 기획이며 그 기획에서 그가 강조한 점은 바로 ‘고객가치’다. 모든 기획의 시작에 ‘고객이 이 상품 혹은 브랜드로 하여금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점은 츠타야의 큰 특징인 ‘심야까지 운영하는 서점’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한 그의 설명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기획한 라이프스타일 제안 공간 ‘츠타야(Tsutaya) 서점’


"사실 ‘심야까지 영업을 하면 사람들의 눈에 띌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이런 영업 실태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영업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도 아니고, ‘심야까지 상점 문을 열고 노력하는 모습을 어필하고 싶다’라는 계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심야에도 영상이나 음악 소프트웨어, 또는 서적 등을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으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이런 츠타야 서점이라는 콘텐츠 판매 및 대여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을 기획하기까지 그에게 디자인은 가장 중요한 뒷받침이 돼 주는 개념이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해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디자인, 그러니까 제안을 가시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또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


이렇듯, 무네아키의 이념을 훑다 보면 이제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화’의 차원이 아니게 된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건 브랜드의 가치를 로고에 담아내는 차원이 될 수도,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도, 더 나아가 불편을 개선하는 차원이 될 수 있다.
서울디자인워크 주제전은 관계망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불편들을 끌어올려 디자인하고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디자인을 담아냈다. 앞으로 보게 될 다양한 사례들은 그 관계를 되짚어보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기까지의 과정과 고뇌가 담겨있다. 다음의 사례들을 보면 마스다 무네아키가 왜 오직 디자이너, 즉 기획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① ‘나와 나’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자인
관계 중 가장 가깝지만 또한 가장 외면하기 쉬운 존재, 바로 ‘나’. 그런 나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알아나가야 하지만 바쁜 일상 에 종종 나를 살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그런 나와 관련된 주제가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그중 이번 주제전에서는 ‘나를 돌아보다’, ‘나에게 자신감을’, ‘나를 돌보다’, ‘나를 표현하다’, ‘혼자서도 당당히 즐긴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례를 펼쳤는데 그중 ‘혼자서도 당당히 즐긴다’ 키워드를 살펴보자. ‘1코노미(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현상)’ 열풍이 부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 나를 알아가고 만들어나가는 ‘나들’이 늘고 있다. ‘혼자서도 당당히 즐긴다’는 그런 나들이 다른 이들의 취향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혼자이지만 당당히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 사례다. 그중 남다른 기획으로 새로운 취향을 선사하는 ‘한권 서점’을 살펴보자.




한권 서점
‘한권 서점’은 작은 공간 안에 오직 책 한 권만을 전시해놓은 서점이다. 여관을 개조해 만든 ‘보안여관’에 위치해 있다. ‘청년문학도 서정주가 묵었던, 시인 이상이 지나다니던, 가족을 그리워하던 이중섭이 몸을 뉘었던 곳’으로 유명한 바로 그 보안여관 말이다. 건물 그 자체만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공간인 만큼 분위기가 남다른데 게다가 책 한 권을 위한 전시라니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최근 도서 시장에서는 독립서점과 같이 취향 중심의 기획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제공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민음사의 ‘쏜살문고’는 얇은 판형의 문고판으로 세계문학전집의 일부를 리커버해 출간한 브랜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중 일부 도서인 김승옥 ‘무진기행’,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은 동네서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책은 싫어도 읽어야 하는 것’, ‘서점은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이 아닌, ‘읽고 싶은 책’ 혹은 ‘가고 싶은 동네서점’을 만드는 것이다. 남다른 기획으로 말이다.


"고객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서, 고객의 입장에서 서서 정말로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힘 있는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위의 ‘지적자본론’ 속 문장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지점에서 기획 혹은 디자인이 고객가치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실감하게 된다. 책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고객가치를 바꾸는 것 그래서 조금 더 나은 가치를 제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용자를 먼저 생각한 디자인이 아닐까.

② ‘나와 너’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자인
‘관계’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와 너’. 주제전에는 ‘친구 사이’, ‘연인 사이’, ‘부모자식 사이’, ‘가족 사이’ 등이 있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사례들이 대부분 디지털을 통해 해결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속의 나와 너의 관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디지털 안에서 나와 너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를 살펴보자.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
비대면이라는 디지털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당장 연인과의 메신저 대화에서도 겪지 않을까 싶다. 왜 단답체인지, 왜 어미에 마침표를 붙이는지, 왜 답이 성의가 없는 건지 등등. 대화에서 표정, 제스처, 어조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비대면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비언어적 요소가 부재한 만큼 이런 오해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모티콘은 이런 우리를 위한 또 다른 얼굴이자 제2의 언어이기도 한 고마운 역할을 하고 있다.
카카오는 다양한 이모티콘을 발굴하기 위해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기획했다. 캐릭터 제작자라면 누구나 쉽게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여기 계신 작가님들이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분이 아닐까, 저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모티콘 크리에이터스 데이’에서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언급한 앞선 문장은 이모티콘의 역할이 관계를 정의하는 데 얼마나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게 해준다.


③ ‘나와 우리’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자인
수많은 ‘나’가 모인 ‘우리’. 나와 우리는 같은 가치를 갖고 결속하기도 또는 다른 가치로 인해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렇게 때로는 함께 때로는 부딪치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주제전에서는 사회 속 우리 관계를 SNS, 직장, 공간, 자연, 마을, 학교로 분류해 사례를 소개했다. 그중에서 기자는 ‘공간’에 주목했다. ‘취향공동체’라는 말처럼 같은 가치와 취향을 나누는 이들이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조금 다른 가치를 지닌 이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WeWork
WeWork는 업무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다. 주로, 스타트업이나 다국적 기업이 다수 모여 있다는 점도 독특하지만 단순히 업무 공간의 공유 차원을 넘어서서 서로의 같거나 다른 가치를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다른 회사가 모여 협업하고 행사나 파티를 열어 일이나 삶의 가치관을 나눈다. 이렇듯, 전 과정이 ‘공간’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분명히 흥미롭다. ‘나와 나’ 사례에서도 살펴봤듯, 공간이 관계를 재정의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관계뿐일까. 이 시대의 개인과 사회가 추구하는 업이나 삶의 가치까지 들여다볼 수 있으니, ‘우리’가 모여있는 장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④ ‘우리와 너희’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자인
‘다름’이 ‘틀림’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우리와 너희의 다름은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일임을 어느 순간 잊고 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와 너희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우리와 너희’ 섹션은 그런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기 위해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다. 지역민, 이방인, 도움이 필요한 이웃, 분단민족, 감정노동자 중 기자는 감정노동자를 다룬 사례 ‘GS칼텍스, 마음이음 연결음’에 주목했다.




GS칼텍스, 마음이음 연결음 캠페인
‘손님이 왕’이라는 말처럼 폭력적인 말이 있을까. 직원과 손님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나누어 버렸으니 말이다. 흔히, 서비스직을 감정노동자라 일컫기도 하듯, 손님은 왕이니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 언어폭력에서 감정적인 변화를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되며 억눌러야 하는 걸 ‘당연’하게 만들어버리는 거다. ‘GS칼텍스, 마음이음 연결음’ 캠페인은 바로 이런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말 그대로 연결음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상담원 연결이 되는 그사이 아이의 목소리로 ‘우리 엄마가 상담드릴 예정입니다’, 혹은 부모님의 목소리로 ‘사랑하는 우리 딸이 상담 드립니다’라는 멘트가 등장하는 것. 이 단순한 연결음은 적용 5일 만에 손님과 직원 사이의 관계에 변화를 만들었다. 설문조사 결과 상담원 스트레스는 약 절반이 감소했고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는 답변이 25% 증가했다니 말이다.

tags 월간 DI , 서울디자인위크 2017 ,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디자인 , 디자인 , 디자이너 , 지적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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