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디자인을 설득할 수 있어야 중급 디자이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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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디자인을 설득할 수 있어야 중급 디자이너가 된다

디자인은 스스로 팔리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반드시 자기 디자인을 누군가에게 팔아야 하며, 자기 디자인을 설득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발전시켜야만 하는.

이재용 pxd대표 www.facebook.com/farangyi



<‘내 디자인’을 설득할 수 있어야 중급이 된다>
지난 Interaction 15(2015년 2월 11일 샌프란시스코, IxDA) 콘퍼런스에서 마이크 몬테이로가 했던 키노트 강의를 흥미롭게 봤다. 그가 말한 강의의 요지는 이거다.

“디자이너의 디자인은 스스로 팔리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반드시 자기 디자인을 누군가에게 팔아야 하며, 자기 디자인을 설득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노력해서 그 능력을 발전시켜야만 한다.”

그렇다. 클라이언트에게 자기 디자인을 파는 것이야말로 ‘초급’ 디자이너에서 ‘중급’ 디자이너로 가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이건 인하우스 디자이너에게도 마찬가지다. 자기 상사(특히 디자이너가 아닌 상사)에게 자기 디자인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당연히 초급 디자이너에게도 필요한 능력이지만, 초급은 대개 선임 디자이너들을 상대하는 반면에 중급은 대부분, 디자이너가 아닌 클라이언트 혹은 상사를 설득해야 한다.

그의 강의는 지금의 디자인 교육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학에서 디자이너들에게 자기 디자인을 설득하는 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수업 시간에 디자이너인 교수님 앞에서 설명하거나 다른 학생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하지만, 이것은 체계적으로 가르친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은 아무 논리적 설명이 없어서 스스로 깨달아야만 하는 고행의 구도 같은 길이다. 다행히 거기서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실생활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급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대개)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에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대학 교육은 여기에서 컬러가 어떻고 폰트가 어떻고 하는 ‘디자이너끼리’의 크리틱만 가까스로 연습시킬 뿐(그나마도 체계적으로 가르친 것이 아니지만), 어떻게 사업과 산업의 영역에서 디자이너가 아닌 경영자에게, 기획자에게, 개발자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 디자이너는 반드시 자기 디자인을 누군가에게 팔아야 한다

<위대한 디자인은 스스로 팔린다?>
많은 디자이너가 빠져있는 착각이다(심지어 이렇게 가르치는 사람도 많다! 세상에!).

당신이 허먼밀러(Herman Miller) 에어론 체어를 디자인한 채드윅(Chadwick)이라고 생각해 보자. 자, 이 위대한 디자인을 CEO인 딕 러쉬(Dick Ruch)에게 가져갔을 때, 그가 “오 위대한 디자인이군. 당장 생산합시다!” 이랬을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의자 제조 과정을 완전히 바꾸는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의자를 만드는 것은 허먼밀러로서도 어마어마한 도전이다. 당연히 엄청난 고민과 논쟁 끝에 승인했다.
 
https://www.fastcodesign.com/1671789/the-untold-history-of-how-the-aeron-chair-came-to-be 

위 링크에서 관련 내용을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물론(사실 현실에선 정말 운이 좋은 경우 아니면 그나마도 힘들지만 아주 많이 양보해서), 위대한 디자인은 최종 소비자를 만났을 때 스스로 팔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가내 수공업이나 1인 기업이 아니라면, 현대 사회에는 틀림없이 그사이에 경영자, 개발자, 클라이언트, 투자자들이 있다. 디자이너는 우선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디자인이 위대할수록,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더 파격적으로 바꾸는 것일수록, 생산량이 많아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수록, 당연히 처음에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https://vimeo.com/121082134

아래부터는 마이크 몬테이로의 강연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영상의 8분 8초부터 그가 말하는 대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디자인을 잘 하고, 두 번째, 이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연히, 내가 디자인한 것을 다른 사람이 프레젠테이션하게 시키면 안 된다. 모든 디자이너가 어렸을 때부터 자기 디자인에 대해 설득하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하지만 중급이 되려면 이것이 더 절실하다. 영상의 12분 43초경 그의 말 “Selling is a core design skill”에, 필자는 100% 동의한다. 그런데 왜 디자인 학교에서는 이 핵심적인 기술을 가르치지 않을까?

고객 프레젠테이션에 영업 담당자를 보내는 것도 안 된다. 고객이 ‘파란색으로 바꿔 주세요’라고 말하면 아마 영업 담당자는 고객이 원하는 수정 목록을 만들어 디자이너에게 던져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디자이너다. 바로 그것을 디자인한 사람! 그는 고객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파란색으로 바꾸길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가요?’ 여기까지가 디자인이다. ‘파란색이 싫으세요? 바꾸겠습니다’라고 대답하지 않는 것까지가 디자인이다.

디자인 발표는 클라이언트에게, 상사에게, 그리고 사용자에게 한다. 대개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에게 한다. 그들은 디자인 전공 교수가 아니다. 디자인 디테일이 아닌 사업, 제품, 서비스 목표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대개의 클라이언트는 디자인 발표가 끝났을 때 뭐라고 피드백을 해줘야 할지 모른다. 99%가 그렇다. 그들이 엉뚱하게 컬러에 대해 딴지 걸지 않고, 사업 목표에 대해 피드백을 주도록 유도하는 것까지가 ‘디자이너의 업무’다.


▲ 디자인 디테일이 아닌 사업, 제품, 서비스 목표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읽은 많은 분은 아마, 여전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스스로 팔린다’. 그래서 참 슬프다.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할 때 피해야 할 13가지>
영상 17분 11초부터 채드윅은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할 때 피해야 할 13가지(13 Mistakes-Designers Make During Client Presentations)’를 제시한다. 궁금한 분들을 위해 참고로 적어 본다.

① You are not there to be the client’s friend
클라이언트 비위 맞추려고 거기 간 게 아니다. 그 사람을 즐겁게 해 주려고,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들의 사업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고, 방법을 찾아라. 미봉책으로 가리지 말고, 맞서 싸워라. 사업이 잘 되면 결국 좋아할 것이다. 즐거움은 좋은 디자인의 목표가 아니라 부가효과다(Happiness is a side-effect of good design, not a goal).

② ‘MY’ design presentation
프레젠테이션을 장악하라. 이 방은 당신의 방이다. 클라이언트에게영감을 주고, 그들이 제대로 된 사람을 고용했다는 확신이 들게 하라(You are a designer, and confidence is a part of your job).

③ Starting with an apology
발표를 변명으로 시작하지 마라. 그럴 거면 아예 연기해라. 사과부터 시작하면 클라이언트는 놀라고 실망할 거다. 열심히 준비했다면 할 만큼 한 거다. 만약 고객의 기대 수준을 조절하고 싶은 거였다면 그 발표 훨씬 전에 해 뒀어야 한다. 당신은 언제나 일의 진행 상황을 정확히 프레젠테이션해야 한다(You are always presenting the correct amount of work). 정말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취소하고 새로 발표 날짜를 잡아라(The best way to fix a meeting is to cancel it). 프로젝트 중 한 번 정도는 이 카드를 쓸 수 있다.

④ Not setting the stage properly
무대를 정확하게 설정해라. 두 가지 포인트가 중요하다.
첫 번째, Why are we here? 목적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그 목적을 위해 무슨 기여를 해야 하는지 정해 줘라.
두 번째, When can we leave? 이루려는 목적이 정확히 이루어지게 하고, 이루어지면 바로 회의를 종결해라.


▲ ‘Mike Monteiro: Keynote’ on vimeo

⑤ Giving the real estate tour
디자인한 것을 하나하나 설명하지 마라. 정말 지루하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디자이너가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왜 이렇게 했고, 기존과 무엇이 다르며 경쟁자에게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설명해라. 작업할 때는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발표할 때는 매력적이고 감성적으로 하라(Work like a scientist, present like a snake-charmer).

⑥ Taking notes
메모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발표에 집중하라.

⑦ Reading a script
대본을 읽듯이 발표하지 마라. 열정을 갖고 발표해서, 청중을 흥분시켜야 한다.

⑧ Getting defensive
방어적일 필요 없다. 작업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상처받을 필요 없다(You are not your work, and your work is not YOU). 인간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프로답게 비판과 토론에 열려 있어라. 경청해라. 즉각적인 혹은 섣부른 대답은 방어적으로 보인다.

⑨ Mentioning typefaces
디자이너 관점의 디테일보다는 사업의 목표에 대해 말하라. 항상 클라이언트가 ‘목표’에 집중하게 만들어라. 클라이언트가 폰트나 색상에 대해 지적하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왜 그것이 사업의 목표에 방해가 되는지 이해하면 된다. 그러고 난 다음 폰트나 색상은 디자이너가 정해야 한다.

⑩ Talking about how hard you worked
얼마나 노력했는지 말하지 마라. 디자인은 시간이나 노력이 아니라품질로 평가돼야 한다.

⑪ Reacting the questions as change requests
질문을 요구 사항인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단순하게 대답만 해 주면 궁금이 풀릴 수 있는데, 바로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⑫ Not guiding the feedback loop
클라이언트가 어떤 피드백을 줘야 할지 안내하라. 대개 모든 클라이언트는 당신의 발표를 보고, 어떤 종류의 피드백을 줘야 할지 100% 모른다. 정말 정말 중요한 사실이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피드백을 줘야 할지 안내하는 것도 분명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다. 단순히 “What do you think?”라고 묻지 마라. 대신 이렇게 물어라.
첫 번째, ‘How well does this reflect your brand?’
두 번째, ‘How well does this reflect your users’ needs as we discussed in the research?’
세 번째, ‘How well does this reflect your ad strategy?’
항상 ‘목표’에 해당하는 질문을 해라.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온다.

⑬ Asking “Do you like it?”
마음에 드냐고 묻지 마라. 이것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객의 선호는 중요하지 않다. 최종적인 사업의 성공이 중요하다. 당신의 승진과 수주는 고객의 선호가 아니라 사업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이건 대기업 같은 환경에서는 좀 안 맞을 것 같다.)
결론은 이것이다. ‘우린 디자인에 대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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