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공간 처세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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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공간 처세술: 문화

‘스페이스 마케팅’이란 소비자가 공간(스페이스)에 머무는 동안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딩을 강화하는 마케팅 방법을 일컫는다. 몇 년 사이에 ‘감성’, ‘문화’, ‘참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스페이스 마케팅에는 브랜드에 관한 체험뿐 아니라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문화적 체험’이 필수 요소가 됐다.

글. 박태연 기자 kite@websmedia.co.kr


  브랜드, 커피를 타다
스페이스 마케팅으로 우리가 밀접하게 접한 형태는 브랜드(기업)가 운영하는 ‘카페’다. 이미 소비자는 ‘카페’를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문화적·정신적 가치를 소비하는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공간 자체가 문화적 장소인 셈.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의 특색을 접목한 카페는 일상 공간에서 브랜드를 거부감 없이 체험하게 함으로써 친밀도와 충성도를 높일 기회다. 또한 이 공간을 마케팅 툴로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문화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통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 이러한 브랜딩과 더불어 커피 수익을 비롯한 카페 내부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상품들의 매출까지 카페를 활용한 스페이스 마케팅은 크진 않지만 이윤 창출에도 기여한다.  

카페 스페이스 마케팅의 대표 사례는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 카페’다. 『2012 한국출판연감』에서는 ‘출판 시장의 온라인 서점 과점체제가 굳어지자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의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이런 현실에서 출판사 마케터에게 거의 유일한 마케팅 툴은 북 콘서트, 낭독회 등으로 독자를 직접 만나는 인간적 교감을 통해 충성 독자를 늘리는 일’이라 했다. 이에 출판사들은 단발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문화공간인 북 카페를 마련해 꾸준한 교감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홍대 파와 파주 파로 나뉜다. 홍대에는 창작과 비평사(인문까페 창비), 자음과 모음(자음과 모음), 문학동네(카페 꼼마), 후마니타스(후마니타스 책다방), 다산북스(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등 주 독자인 성인 대상 북 카페가, 파주에는 김영사(행복한 마음), 보리출판사(보리 책 놀이터), 사계절(책향기가 나는 집) 등 주 독자인 어린이 대상 북 카페가 주를 이룬다. 그 중 ‘인문까페 창비’는 ‘소통의 공간’임을 강조하며 꾸준한 북 콘서트와 시낭송회로 독자와 작가의 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 행사(영화감독과의 대화, 심리상담소, 털실 인형 만들기 등)를 마련해 소비자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러한 스페이스 마케팅은 계속되는 출판업계의 불황에 대한 타개책까지는 아니지만, ‘책을 읽고 즐기는’ 문화를 형성하며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자구책으로 역할 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문화적 공간인 ‘카페’를 활용한 스페이스 마케팅은 활발하다.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캐스키드슨’은 올해 4월 카페 브랜드 ‘캐스카페’를 론칭했다. 현재 삼청동, 동부이촌동에서 운영 중인 ‘캐스카페’는 카페의 모든 메뉴를 캐스키드슨 식기 제품이 담아 제공하며, 모든 메뉴 주문 시 캐스키드슨의 트레이드 마크인 ‘꽃’을 함께 선사한다. 이는 브랜드가 제안하는 다소 추상적인 ‘모던 빈티지 라이프스타일’과 ‘홈 스위트 홈’ 콘셉트를 몸소 체험함과 동시에 영국의 식문화를 가까이에서 즐길 기회다. 여행사 하나투어는 지난 2013년 프리미엄 트래블 카페 ‘뚜르 드 카페(Tour de Cafe)’를 열었다. 호주의 유명 커피 브랜드인 ‘체리빈스’와 함께하는 이 카페에는 여행 상담실이 마련돼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전문가에게 여행을 상담하고 예약까지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행 설명회, 저자 강연회 등으로 여행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뚜르 드 카페’는 여행 상담에 대한 장벽을 낮췄을 뿐 아니라 체리빈스의 커피감정사가 직접 로스팅한 호주산 원두를 사용해 ‘프리미엄’ 커피의 맛까지 보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에 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20~30대와의 소통을 위해 대학로와 홍대에서 문화·휴식공간 ‘영삼성라이프카페’를 운영 중이다. 영삼성라이프카페는 젊은 층의 니즈에 맞춰 세미나룸, 전시·공연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강연, 멘토링 등의 행사도 상시 진행한다.


쇼룸 이상의 신개념 공간 탄생
판매 증진을 위해 전시하는 개념의 ‘쇼룸’이 다양한 시도와 함께 색다른 공간으로 진화했다. 한라마이스터의 전기자전거 브랜드인 ‘만도풋루스’를 전시·판매하고 라이딩을 체험하는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벌이는 복합 문화 공간 ‘카페풋루스’. 올해부터 한라마이스터는 이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 트렌드가 어울리는 새로운 도시 생활 스타일을 창조하고자 ‘아트플래닛 카페풋루스’ 연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사진 전시회, 뮤지컬 콘서트, 클래식 공연, 피규어 전시회 등의 다채로운 이벤트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동시에 친밀도를 높였고, ‘카페풋루스’를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했다.

올해 5월,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문화 체험관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개관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단순히 차량을 전시·판매하는 쇼룸에서 나아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현대차만의 콘텐츠와 특별한 고객 응대 서비스 등을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 소통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 ‘모던 프리미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조형물, 2,500여 권에 달하는 국내외 자동차 관련 서적이 구비된 ‘자동차 전문 도서관’ 등을 통해 브랜드를 체험함과 동시에 색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문화+스페이스=브랜드의 숙명
왜 ‘문화’를 결합한 스페이스 마케팅이 점점 증가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판매자 위주의 생산 지향 형태였지만,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함에 따라 소비자의 질적 만족을 목표로 하는 시장 지향 형태로 변화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무엇에 만족하는가? 요즘 소비자들은 정신적·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며, 소비자들의 문화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브랜드는 더욱 다채로운 문화 이벤트를 공간에 결합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간과 문화의 결합은 브랜드의 숙명이나 마찬가지인 셈.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 산업이 저성장 장기화 상태고, 특히 오프라인 기반의 사업일수록 일반적인 매장 형태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기업은 색다른 공간을 활용하는 스페이스 마케팅을 선택하고,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서 출발 선상에 ‘문화’를 둔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문화를 결합하면서 스페이스 마케팅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의 진화는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고 재방문(재구매)를 촉진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 사례들을 종합해 얻을 수 있는 스페이스 마케팅의 세 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① 공간을 마케팅 툴로 활용하라. ②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참신한 기획을 꾸준히, 장기적으로 거듭하라. ③ 브랜드에 맞는 테마를 적용하라. *-노민영 외 2명, 「문화마케팅 요소를 접목한 브랜드 쇼룸 표현 방법에 관한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2010




창작과 비평사 ‘인문까페 창비’



하나투어 ‘뚜르 드 카페’



캐스키드슨 ‘캐스카페’


삼성생명 ‘영삼성라이프카페’



‘카페풋루스’에서 진행한 ‘오중석 사진전’





현대 모터스튜디오 3층에 전시된 콘셉트카


tags 월간 IM , 박태연 기자 , 스페이스 마케팅 , 인문까페 창비 , 하나투어 , 뚜르 드 카페 , 캐스카페 , 영삼성라이프카페 , 카페풋루스 , 현대 모터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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