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애플 워치를 여는 세 개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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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애플 워치를 여는 세 개의 열쇠’

애플 워치에 관한 한 회색분자는 없다. 호, 아니면 불호. 둘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이 정도로 논란을 일으킨 IT 제품은 없었다. 애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만은 애플이 실패할 것처럼 보인다. 물론, ‘스마트워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 때문이다. IT 전문가와 시계 애호가, 패션 피플 세 진영 모두 나름의 이유로 비판한다. 애플이 제시한 세 가지 키워드를 살펴봄으로써 그들이 정의하는 ‘스마트워치’를 역추적한다. 그리고 이은경 시계 컨설턴트가 ‘애플 워치가 전통 시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다.

글. 이태연 기자 tyl@websmedia.co.kr
이미지 출처. 애플 웹사이트




애플 워치(Apple Watch)가 나온다(미국 등 9개국, 4월 24일). 3월 9일(현지시각) 스페셜 이벤트에서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는 애플 워치가 “지금까지 나온 제품들 가운데 가장 개인적이며 가장 진보된 기기”이며,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읽으며 음악을 제어하고 운동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아이폰 기능에 건강관리와 피트니스 기능이 추가”됐으니 “이제 모든 활동은 스마트폰의 주머니가 아닌 손목 위에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 이메일, 음악, 건강관리 그리고 피트니스. 이미 출시된 삼성 ‘갤럭시 기어’, 모토로라 ‘모토360’, LG ‘G 워치’와 비교했을 때, 애플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없어 보인다. 정말 애플 워치는 애플스럽지 않을까? 이번에는 애플이 실패할까?

1. 패션 – 파리 패션위크의 중심에 선 애플
애플 워치(어쩌면 모든 애플 기기)의 차별점은 ‘기능’에 있지 않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애플 워치 출시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2013년, 애플은 ‘버버리(Burberry)’의 CEO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를 온라인 및 오프라인 소매 유통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CEO로 꼽히는 아렌츠는, 너무 노쇠해서 재기의 가능성이 전무해 보이던 버버리를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와 함께 패션계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복귀시킨 바 있다.
애플은 아렌츠를 포함해 버버리에서만 디지털·인터랙티브 디자인 부문 부사장 등을 비롯해 네 명을 데려왔다. 버버리뿐만이 아니다. ‘이브생로랑(Yves Saint Laurent, 현 생로랑 파리)’ CEO, 스위스 명품 시계업체 ‘태그호이어(TAG Heuer)’ 글로벌 영업 및 소매 부문 부사장 등을 영입했고, 나이키와 리바이스 등의 전·현직 고위 임원들도 애플에 속속 입사했다. 애플이 패션 업계 베테랑 영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안젤라 아렌츠의 연봉이다. 부사장인 그녀가 작년 한 해 동안 애플로부터 받은 연봉은, CEO인 팀 쿡의 약 8 배인 80억 원(730만 불)이었다.

애플은 작년 9월 30일, 파리 패션위크 기간 동안 파리의 유행을 선도하는 편집 매장 ‘꼴레뜨(Colette)’에서 하루간 애플 워치 콜렉션을 전시했다. 마치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듯이. 이 행사에는 패션 모델과 에디터들로 가득했는데, 특히 안나 윈투어(Anna Wintour) 보그(Vogue) 편집장과 패션 디자인의 전설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참석해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이쯤 되면 애플이 애플 워치를 IT 기기라기 보다 ‘패션’ 상품으로 정의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올해부터 애플은 본격적으로 애플 워치의 광고를 시작했다. IT 매체가 아니라 패션지에서. 먼저 보그 미국판에 열두 페이지에 이르는 광고로 시작해서 전 세계 유력 패션잡지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Spring forward’ 이벤트에는 지난 첫 발표 때처럼 패션·라이프스타일 미디어 에디터들이 다수 초대받았다.


▲애플은 파리 패션위크기간에 최고급 부티크 ‘꼴레뜨(Colette)’에서 애플 워치를 전시했다.
출처: 팀 쿡 트위터(twitter.com/tim_cook)(좌), 수지 멘케스 보그에디터 인스타그램(instagram.com/suzymenkesvogue)(우)


2. 디자인 – 애플의 알파와 오메가
애플은 ‘패션’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면서, 애플 워치를 기존 스마트워치로부터 떨어트리고자 애쓰고 있다. 대체 ‘일상적으로 스마트워치를 차는 사람’의 이미지가 어떻길래?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도 패션감각을 잊지 않는 이미지? 그럴 리가. 벌써부터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는 사람은 IT 긱(Geek), 또는 너드(Nerd)라고 오해받기 쉽다. 이들은 애플이 가장 기피하는 두 부류다.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애플은 2006년부터 4년간 66개의 TV 광고 ‘Get a Mac’ 캠페인으로 PC 유저들은 ‘두꺼운 안경을 쓰고 통 큰 양복을 입는 찌질한 사람들’인 반면, 맥 유저들은 ‘패셔너블하고 쿨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주입하려 노력했다.

애플은 같은 전략을 스마트워치 시장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다. 바로 애플이 가장 잘하는 것. ‘디자인’이다. 애플은 패션 업계에서 유통이나 마케팅 부문 거물들을 잇달아 영입했지만, 디자이너 영입에는 굉장히 뜸을 들였다. 두 명이 거론되는데, 한 명은 나이키 퓨얼 밴드(Fuel Band)를 디자인한 벤 쉐퍼(Ben Shaffer)고, 다른 한 명은 마크 뉴슨(Marc Newson)이다. 뉴슨은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카림 라시드(Karim Rashid)와 함께 산업디자인계의 3대 디자이너로 평가 받는다. 이미 시계 회사인 이케포드(Ikepod)를 차린 바 있는 그는 예거 르쿨르트(Jaeger Le-Coultre), 에르메스(Hermès) 등 시계 업체들과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시계 전문 웹진 HODINKEE(www.hodinkee.com)의 기계식 시계 전문가 벤자민 클라이머(Benjamin Clymer)는 애플 워치의 둥근 모서리들이 매우 “마크 뉴슨스럽고”, “베젤이 케이스에 매끈하게(seamless) 자리잡은 것이 눈에 띈다”며 결과적으로, “애플 워치의 전체적인 디자인 수준은 350 달러 가격대의 기존 시계들을 ‘보내버린다(blows away)’”고 말했다.



▲버버리에서 영입한 안젤라 아렌츠 부사장

3. 아날로그 – 애플답지 않은, 혹은 너무나 애플다운 ‘디지털 크라운’과 ‘시계줄’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 애플 디자인 부문 부사장이 ‘How to Spend It’, 그리고 ‘The New Yorker’와 인터뷰를 통해, 애플 디자인 팀(단 열 일곱 명이 소속돼있다)의 “디자인 철학은 단순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며, “여전히 제품을 설계하는 데 수천 시간의 평가와 테스트의 시간”을 거친다. 애플은 언제나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리고 그것이 애플의 성공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애플 워치는 ‘애플’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디지털 크라운(용두)’이다. 극도의 심플함을 추구하는 애플 디자인팀답지 않게 전통 시계의 용두를 차용함으로써, 아날로그적 사용자 경험을 애플 워치에 이식했다. 1.5인치에 불과한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어하기 위해서 터치 스크린 입력방식 외에 다른 조작 도구가 불가피했다. 미적으로도 뛰어난 디지털 크라운은 아이팟의 ‘클릭휠’처럼 애플 워치를 상징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시계줄’. 애플은 그동안 제품의 종류를 최소화함으로써 마진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시계가 지극히 개인적인 기기임을 파악하고, 서른 네 가지의 옵션을 내놓았다(아이폰은 여섯 가지다). 그리고 가죽, 형광고무, 스틸밴드 모두 완벽한 완성도를 유지했다. 클라이머 또한 애플 워치의 가죽 밴드는 너무나 부드럽고 고품질이어서 (자신이 착용해본)유사 가격대의 어떤 가죽 밴드보다 뛰어나다고 평했다. 특히, 전통 시계업체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밀레니즈 루프(Milanese Loop)를 완벽하게 재현해, 시계줄에서마저 애플 특유의 ‘극한의 마감’을 선보였다.



애플 워치는 유독 ‘패션’을 강조한다.



보그(Vogue)지에 실린 12 페이지 전면 광고 출처: www.macrumors.com


- insightful column -


이은경 시계 컨설턴트, <시계, 남자를 말하다> 저자

시계 전문가가 바라본 애플 워치
시계 시장의 삼국시대가 열린다
애플 워치가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자, IT 업계만이 아니라 패션과 시계업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삼성과 LG 등에서 스마트워치를 선보였을 때, 기계식 시계 애호가들 대부분은 “스마트워치는 기계식 시계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애플 워치와 이를 바라보는 시계 업계의 반응은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애플은 시계 업계와 경쟁하기 위해 애플 워치를 출시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손목이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놓고 그 손목에 애플 워치를 채우게 하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손목에 그것을 차지 않고서 배길 수 없도록 스마트워치를 만든 것이다.

애초에 시계 업계와 경쟁할 마음조차 없었던 애플 워치를 두고, ‘이것은 시계가 아니다’, ‘매력 없다’, ‘시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라고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존 시계의 심장이 ‘무브먼트’라면, 애플 워치를 포함한 스마트워치의 심장은 ‘애플리케이션’이다. 다양한 시계 모듈과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애플 워치의 가장 큰 매력으로, 앞으로 어떤 앱을 시계 안에 구현시키느냐에 따라 시계 업계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마치 이케아라는 거대 가구 공룡이 전 세계 가구 시장뿐 아니라 생활용품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듯 애플 워치는 처음에는 중저가의 패션 워치 시장을 위협하고, 결국에는 기계식 시계 시장도 잠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예측이다. 애플 워치도 어쩌면 기존에 출시돼 빛을 발하지 못했던 이전 스마트워치들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 애플 워치 공식 웹사이트를 보자. 첫 페이지부터 ‘놀랍도록 정확한 시계’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시계가 단지 ‘정확’하다는 것만으로는 다수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사람들이 여전히 시계를 차는 이유는 ‘시간’을 알기 위함이 아니다. 사람의 심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시계 업계와 경쟁하기 위해 기획되고 출시된 제품은 아니라지만, 시계의 기능이 있고, 손목에 찬다는 공통점 때문에 시계 업체들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중저가의 패션 시계들이다. 애플의 가장 큰 강점인 세련된 디자인의 이미지 때문에 애플 워치는 패션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만족시켜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아직 기계식 시계보다 패션 시계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기에 애플 워치 그 자체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매력적인 디자인에 애플 워치만의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 더해진다면 이들은 앞으로 패션 시계 보다 애플 워치의 충실한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9월 첫 발표 당시 코웃음 치던 시계 업체들도 이상 기류를 느낀 것 같다. 작년 9월 애플 워치를 처음 보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닉 하이에크(Nick Hayek) ‘스와치(Swatch)’ 최고경영자는 3월 12일 “애플 워치는 지금까지 본 스마트워치 가운데에서고 가장 뛰어난 것”이라며 “스와치의 모든 시계에 근거리 통신(NFC)를 이용한 전자결제와 호텔 룸키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능은 저가의 스와치 시계부터 고가의 오메가(Omega)에 이르기까지 스와치 그룹 내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된다”라고 태도를 180도 바꿨다.
특히 이번 2015 바젤월드에서는 ‘스마트워치’ 열풍이 불었다. 장 클로드 비버(Jean-Calude Biver) 태그호이어 CEO이자 LVMH(Moët Hennessy·Louis Vuitton) 그룹 시계 부문 사장은 태그호이어가 구글, 인텔과 협력해 스마트워치를 개발한다고 발표해서 화제를 모았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 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도 오를로지컬(Horological) 스마트워치를 ‘수제’로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라이틀링(Breitling), 구찌(Gucci), 몽블랑(Montblanc)과 같은 세계 유수의 시계업체들 또한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며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5년 바젤월드(Baselworld)를 기점으로 기계식과 쿼츠로 나뉘었던 시계 카테고리는 기계식, 쿼츠, 스마트워치 세 가지로 재편될 것이다. 바야흐로 시계 업계의 삼국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장인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고가의 기계식 시계를 구입하든, 디자인과 실용성이 뛰어난 쿼츠 시계를 선택하든, 손목 안에 똑똑한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선택하든, 최종 선택은 온전히 고객의 몫이다. 다만 더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기 위한, 더 매력적인 디자인과 더 유용한 기술 그리고 시계 그 이상의 가치를 담는 것은 시계 업계와 IT 업계 모두의 몫이다.

‘Get a Mac’ 캠페인으로 애플은 ‘쿨’한 이미지를 얻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수제 스마트워치 '오를로지컬'  

tags 이태연 , 애플 , 스마트워치 , 애플 워치 , 꼴레드 , 보그 , 패션 , 버버리 , 안젤라 아렌츠 , apple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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