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생각이 마케팅을 바꾼다. 14 예술혼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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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생각이 마케팅을 바꾼다. 14 예술혼이란 무엇일까

‘미친 학생과 폭군 선생의 대결’. 영화 <위플래쉬>의 인기가 대단하다. 완벽한 예술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몰입감 넘치는 화면 속에 담아낸 이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성취를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습니까?’. 묵직한 주제 의식을 담은 이 질문에는 진정한 ‘예술혼’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담론도 함축돼 있다. 과연 성취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진정한 예술혼이란 무엇일까?




당신은 성취를 이뤄본 적이 있습니까

얼마 전, 천만 영화를 제작한 선배와 여행을 떠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우린 최근 개봉한 여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이런 주제가 나왔다. 한국에서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 같은 비주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원인이 도대체 뭘까? 선배는 “진정한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적 결핍을 영화가 채워줌으로써 관객들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두 영화는 모두 ‘성취’를 이루기 위한 예술가의 고뇌와 여정을 다룬 이야기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조명한다. 영화가 성공한 원인은 성취에 대한 갈망이 관객들의 가슴 속에도 진하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영화 <비긴 어게인>은 2013년 개봉한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다. 영화는 함께 음악을 즐기던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와 본인이 설립한 음반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인생을 정리하려는 댄(마크 러팔로 분)이 우연히 허름한 클럽에서 만나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며 새로운 음악 인생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따뜻한 휴먼 스토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그 안에 뮤지션과 뮤지션이 만나 또 다른 성취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낸다.








그런가 하면, 2015년 개봉해 국내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위플래쉬>도 있다. <위플래쉬>는 <비긴 어게인>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성취를 이루는 과정을 담은 음악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미국 최고의 예술대학에 갓 입학한 꿈 많은 새내기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 그는 교내 작은 재즈밴드에서 보조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다. 찰리 파커, 조 존스 등 최고의 드러머들을 우상으로 받들며 자신 역시 그들처럼 되리라 다짐하지만, 현실은 메인 드러머의 악보나 넘겨주는 보조 드러머 신세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최고의 실력자인 동시에 최악의 폭군으로 알려진 플레처 교수(J.K. 시몬스 분)를 만난다. 플레처 교수의 눈에 띄어 그가 지도하는 교내 최고의 재즈그룹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앤드류. 그는 혹독하면서도 잔인한 플레처 교수의 교육방식을 있는 그대로 경험한다. 템포가 맞지 않는다고 의자를 내던지고, 박자 감각이 없다며 박자에 맞춰 뺨을 때리는 플레처 교수의 교육방식. 하지만 앤드류는 굴복하지 않고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앤드류 역시 스스로 완벽해지기 위해 엄청난 집착을 보이는 것. 플레처가 이토록 잔인한 교육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세계적인 드러머 찰리 파커와 조 존스의 일화 때문. 조 존스는 찰리 파커와 함께 공연할 당시, 후배인 찰리 파커가 실수를 반복하자 그를 향해 심벌즈를 던졌다. 목이 잘릴 뻔한 찰리 파커는 당시의 굴욕을 잊지 않고 엄청난 연습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플레처는 이러한 고뇌와 여정 없이는 완벽한 연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자 했던 것. 또 한 명의 찰리 파커를 탄생시키기 위해 자신의 제자들을 잔인하리만치 몰아붙인 것이다. 이에 또 한 명의 찰리 파커가 되기 위해 엄청난 집착과 갈망을 보이는 앤드류는 플레처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스스로를 광기로 몰아넣는다.





영화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 포스터




단순하게 보면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같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실질적인 메시지는 ‘위대한 예술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어내야만 하는가’다. 영화 속 연주곡의 제목이자 우리말로 ‘채찍질’이라는 뜻을 가진 ‘위플래쉬(Whiplash)’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성취를 이루기 위한 예술가들의 집착과 여정이 격렬하게 드러난다. 예술적 성취를 위해 엄청난 고통과 집착을 견뎌내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떠한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는지를 너무도 생생하고 강력하게 보여준다.




도대체 예술이 뭐길래?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도대체 예술이 뭐길래 이렇게도 난리일까? 대체로 사람들은 예술을 어렵게 생각한다. 영화에도 ‘예술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뭔가 어렵게 느껴진다. 예술이라는 분야 자체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일까? 심지어 예술을 이 세상에 살면서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들의 전유물이라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내 생각은 다르다. 예술은 늘 우리 주변에 존재했고, 인생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 예술의 정의를 통해 이를 증명해보자. 예술은 크게 시각예술과 무대예술로 나뉜다. 시각예술은 말 그대로 ‘보는 예술’이다. 시와 소설, 그림과 조각 등이 대표적인 시각예술이다. 무대예술은 ‘듣고 보는 예술’이다. 음악과 공연, 영화가 대표적이다.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는 모두 무대예술을 다루고 있다. 무대예술 중에서도 음악과 공연의 세계다. 그레타가 부르는 노래와 앤드류가 연주하는 드럼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예술의 한 종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예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의 모든 삶 속에 세세하게 녹아있다. 휴대폰 알람(음악 예술)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는 텔레비전(영상예술)을 보며 아침 식사를 하고, 스마트폰 또는 종이로 된 신문(활자 예술)을 보며 출근한다. 출근길 지하철과 회사 모니터를 통해 수많은 광고(미디어 예술)를 보고, 점심을 먹으며 아침에 본 웹툰(시각예술)과 주말에 본 영화(무대예술)에 관해 수다를 떨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놀이시설(공간예술) 또는 축제(종합예술)를 즐긴다. 이렇듯 삶이라는 무대에 다양한 예술적 감흥과 요소가 묻어있는 것이다.




위대한 예술을 완성하는 예술혼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면 이제 ‘예술혼’을 느껴야 한다.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의 주인공들이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가진 예술혼 때문이다. 예술혼이란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예술가의 정신을 뜻하는 말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표면적 외형을 추구하는 정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치를 추구하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는 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수련하는 도인과도 같다. 나의 삶은 유한하지만, 내가 남긴 예술은 무한하다는 믿음이 바로 예술혼이다.

다시 여행 이야기를 하자면, 선배와 떠난 여행지는 한 사찰이었다. 우연히도 사찰에서 만난 스님의 법문 속에서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렇게도 자신의 성취를 위해 예술혼을 불태웠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죽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법”. 그 말을 보는 순간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 세상 단 하나의 진리는 바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우리는 모두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메멘토 모리!"를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다. 시공을 초월한 성취를 이루는 예술가의 생각도 그렇다. 죽음까지도 초월한 예술에 대한 열정, 그렇게 탄생한 진정한 예술혼이야말로 바로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예술을 탄생하게 하는 힘이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고 가치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야.” -영화 <위플래쉬> 중 플레처 교수의 대사.


영화 <비긴 어게인>의 노래하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위플래쉬>의 제자들을 몰아붙이는 플레처  출처: 네이버 영화




스토리 스튜디오 <스토리원> 대표 김우정
스토리원은 생각에 ‘PAY’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직 ‘죽여주는 생각’으로 광고와 이야기를 만듭니다. 광고는 이야기고, 이야기는 영원히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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