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봉사라는 이름으로, 강요식 대한미식축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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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봉사라는 이름으로, 강요식 대한미식축구협회 회장

모든 스포츠엔 그만의 정신이 존재한다.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격돌하며 관객들에게 한 편의 드라마를 선사하는 미식축구 또한 그렇다.
각자가 맡은 역할과 책임에 대한 ‘희생’, ‘봉사’가 미식축구의 기본 정신.
강요식 대한미식축구협회 회장은 이처럼 숭고한 정신을 기반으로 ‘미식축구’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한국에 전파하고자 선수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그가 흘리는 땀에는 ‘희생’과 ‘봉사’라는 미식축구의 정신이 온전히 녹아있다.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월간 IM 편집국 im@websmedia.co.kr






강요식 대한미식축구협회 회장의 이력을 보면 ‘과연 한 사람의 이력이 맞나’ 싶다. 군인이자 정치인이자 문인, 그리고 스포츠 협회 회장까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내 삶의 키워드를 꼽자면 재미있게도 미식축구의 정신인 ‘희생’과 ‘봉사’를 꼽을 수 있다. 희생과 봉사만 하며 살아왔다는 말이 아니라 희생하고 봉사하기 위해 살고 있다는 말이다(웃음). 나라에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1981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1993년부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평화유지군’으로도 참여했다(아프리카 소말리아 지역). 의무복무 10년을 마치고 제대하며 사회에 봉사하자는 생각으로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후 국방부 장관(김장수 전 장관) 정책보좌관 활동을 거쳤고, 현재는 한국동서발전 감사위원, 미식축구협회 회장 일을 병행하고 있다.


답변이 짧지 않을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웃음). 군에 꽤 오랜 시간 복무했는데, 정치 활동이나 스포츠 협회장과 같은 다른 종류의 커리어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
내게 군이나 정치 활동, 스포츠 협회장은 큰 의미에서 같다. 커리어는 ‘출세’의 수단이 아니다. 군인이든, 정치인이든, 스포츠 협회장이든 본연의 의무는 ‘희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식축구의 정신인 희생과 봉사를 삶을 통해 실현하는 게 내 꿈이다. 지금 수행하고 있는 모든 직무 또한 그런 꿈을 안고 하고 있는 거다.


그럼 본격적으로 미식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미식축구는 어떤 운동인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지상 최고의 스포츠’다. 희생, 협력, 봉사, 개척정신에 근거해 전략과 통찰을 겨루는 스포츠인 동시에 럭비와 축구의 장점만을 결합했다. 희생과 봉사 정신을 키우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스포츠다.


지난 1월 24일 취임했다. 취임 목표가 있었을 것 같은데?
대한미식축구협회는 1946년 창립해 약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동호회적인 성격이 강한 탓인지,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서울, 대구, 부산, 경남에서만 현재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서부 지역도 곧 협회 창립을 앞두고 있으나, 여러모로 홍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취임 목표를 ‘조직 활성화’와 ‘홍보 강화’로 잡았다. 궁극적으로는 미식축구를 하나의 브랜드로서 사람들에게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미식축구 월드컵도 열렸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 7월 9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오하이오주 켄튼시에서 개최됐다. 국제미식축구연맹(IFAF)이 주관하는 월드컵으로, 4년에 한 번씩 열려 올해 5회째를 맞는 세계 대회다.


한국 국가대표팀도 참가했나?
물론이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3회 대회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본선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총 일곱 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1위는 미국, 2위 일본, 3위 멕시코, 4위 프랑스, 5위 호주, 7위는 브라질이다. 한국은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대망의 1승을 거두지는 못했다.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뒷이야기가 화제다. 선수들이 사비를 들여 월드컵에 참가했다는데?
대한미식축구협회가 현재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가 아니기에 월드컵 참가를 위해 외부로부터 지원 받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이기에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후원이 백 퍼센트 이뤄지지는 않아 나머지 비용을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직접 충당했다. 선수는 대학생, 직장인 등 각자 사회에서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에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투자한 학생도 있고, 휴가를 받지 못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월드컵에 참가한 직장인도 있다. 심지어 한 선수는 여동생 저금통을 털어 자금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눈물겨운 이야기지만, 이토록 열정적인 모습에 모두가 감동했다.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월드컵에 참가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자 모두가 좋아서 달려들고 있다. 그 때문인지 여섯 차례의 합숙 훈련, 평가전, 기자회견, 미 대사관과의 면담, 미국 현지와 교섭하는 과정 등 어떤 프로세스에서도 차질이 없었다. 비록 월드컵에서 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80여 명의 선수단이 미식축구의 본고장에 가서 큰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친 것만으로도 기쁘다. 승패를 떠나서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다. 이렇게 다들 즐기는 게 결국 스포츠 아닌가 싶다.


하지만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도 필요할 것 같다. 특별히 생각하는 마케팅 전략이 있나?
우선은 선수 개인과 자체 소셜미디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속해서 콘텐츠 개발도 하고 있고, 훈련장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일들을 콘텐츠화한다. 최근에는 와디즈(크라우드 펀딩 커뮤니티)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행했다. 꾸준히 페이스북에서 활동을 벌인 게 꽤 성과가 있었던 거로 보인다. 당연한 얘기지만, 언론 홍보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가 한 지역 또는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광고비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시스템이 필수다. 이 분야에서 가장 선진화된 미국의 미식축구는 슈퍼볼(미국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광고를 통해 ‘세상에서 제일 비싼 1초’를 팔지 않는가.


미국 슈퍼볼 광고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도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강 회장이 생각하기에 어떤 브랜드가 미식축구와 잘 어울린다고 보나?
미식축구의 정신인 희생, 봉사, 도전 정신과 같은 심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가 좋지 않을까 싶다. 카테고리로 따지면 스포츠음료나 자동차, 맥주 등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사실 미식축구 자체가 희생, 봉사와 같은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부각하기에 굉장히 좋은 스포츠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예정화 코치가 SNS와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됐다. 이슈가 된 만큼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미식축구’라는 스포츠를 브랜드화해 대중의 마음속에 긍정적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선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타가 필요하다. 예정화 코치가 화제 된 뒤로 미식축구 관련 SNS 채널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상당히 좋아졌다. 언론사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국가대표 코치’라는 타이틀이 그에게도 큰 도움이 됐으리라 본다. 서로에게 ‘윈-윈(win-win)’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정화 코치의 사례처럼 문화 콘텐츠와 엮어도 상당한 이슈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식축구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했던 월드컵 당시 선수들의 스토리처럼 미식축구도 충분히 영화나 드라마 소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결국,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건 사람의 이야기 아니겠나. 영화 <국가대표>가 스키점프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했듯이, 미식축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한 편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예능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방송 프로그램도 좋다. 미식축구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국내 대회를 활성화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내에도 대회가 있나?
물론 있다. 1980년대 말까지 지역별 또는 전국대회를 춘·추계와 동계로 나눠 챔피언전을 치러 왔고, 미식축구 보급이 확대되며 1995년부터 대학리그와 사회인 리그를 분리하게 됐다. 현재는 전국 36개 대학팀으로 구성된 대학리그 챔피언전인 ‘타이거볼’의 승자와 전국 21개 사회인 팀 챔피언전인 ‘서울슈퍼볼’의 승자가 맞붙는 최종 결승전인 ‘김치볼’이 있다. 올해 김치볼은 12월 6일 목동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내 리그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꿈나무를 키우는 일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태그 풋볼①, 플래그볼② 등 약식 미식축구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이 성장해 고등학생이 되면 태클 태그 풋볼③로 전환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미식축구 아카데미를 활성화하는 등 꿈나무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세스를 개발 중이다.
① 태그 풋볼 태클 없이 수비수가 공격수를 손으로 터치만 하면 공격이 끝나는 방식의 약식 미식축구.
② 플래그 볼 상대의 깃발을 제거하면 종료되는 약식 미식축구.
③ 태클 태그 풋볼 태클을 허용하는 태그 풋볼.



강 회장의 말을 들으니 한국 미식축구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많은 걸 준비해 왔고, 또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중국에서는 우리 미식축구에 관심이 많다. 중국 AFU(American Football Union, 중국 미식축구연맹, 회장 Ken Li) 측에서 자사가 주관하는 현지 미식축구 캠프에 한국 코치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해당 캠프는 중국 하얼빈, 지린 성부터 북경, 상해 등 중국 전역 14개 대학에서 모여든 약 120여 명의 선수와 20여 명의 코치, 그리고 10명의 심판이 참여하는 대규모 캠프였다. 중국 연맹 측은 중국과 비교하면 경험이 풍부한 한국 코치들이 직접 찾아와 세미나와 훈련을 주도해주길 원했고, 한국 코치들은 이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국가대표팀은 큰 자부심을 품게 됐다. 중국 역시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지는 몰랐다. 특히 중국은 스포츠로 보나 시장으로 보나 ‘큰 손’ 아닌가? 추후 아시아권 국가들의 미식축구 대회도 꿈꿔볼 만할 것 같다.
물론이다. 실제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한·중·일 미식축구 대회를 추진할 생각도 갖고 있다. 나중에는 북한까지 포함해 극동아시아 4개국이 벌이는 대회로 확대할 구상도 있고. 과거 닉슨 대통령이 보여준 ‘핑퐁 외교’처럼 정치권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미식축구라는 스포츠가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식축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한국 미식축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 내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슈퍼볼 기간에 미국에 방문해 미국 한인사회에 한국 미식축구 현황과 월드컵 관련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특히 그린 장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과 대한미식축구협회의 인연이 미국 내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슈퍼볼 기간 중 서부 쪽 한인회와 만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했을 당시 인연이 닿았던 그린 장 회장이 클리블랜드의 한인회장과 우리를 연결해 줘서 클리블랜드 주민들이 월드컵 당시 마지막 경기를 치른 우리 선수들에게 한식과 다과를 제공했다. 작은 사건일 수도 있지만, 원래 큰일은 작은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 좋은 인연이 계속 이어져 훗날 멋진 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본다.


자,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앞서 미식축구를 하나의 브랜드로 구축하고자 한다고 했는데, 미식축구를 어떤 브랜드로, 또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화할 것인지 계획을 밝혀달라.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를 치렀다. 이에 월드컵에 참가한 모든 이에게 월드컵을 마친 소감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 의견을 모아 미식축구 백서를 제작하기로 했다. 우리의 진정성이 담긴 이 백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보고할 생각이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대중에게 전파할 계획에 있다. 미식축구라는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한 전초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번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우리만 보기 아깝다’는 거다. 우선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뭉친 젊은이들이 드넓은 경기장을 맨몸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줘 어떤 스포츠도 흉내 낼 수 없는 미식축구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다. 많이 찾아와 달라. 한 번 보면 분명히 느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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