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암 덩어리를 삼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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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암 덩어리를 삼킨 이유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CEO였던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가 “리눅스는 지적 재산권에 있어 암 덩어리”라고 말하며 모든 오픈소스를 적으로 만든 지 15년이 흘렀다. 그리고 MS는 이제 ‘Microsoft ♥ Linux’를 열렬히 외치고 있다. ‘빌드 2016’에서도 리눅스용 오픈소스 명령어 툴인 배쉬 쉘(Bash Shell)을 윈도우 10에 받아들였다. 과거에 자신들이 암으로 치부하던 것을 삼킨 이유는 딱 하나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  글. 유종범 기자 jayu@websmedia.co.kr










끝나지 않은 플랫폼 전쟁 속으로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며 현존 IT 기업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곳은 아무래도 MS가 아닐까 싶다. 애플과 구글처럼 자신만의 특성을 살린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고, 모바일을 위한 제대로 된 콘텐츠도 없었으니까. 스티브 발머가 주창한 ‘서비스와 디바이스’ 기업으로서의 MS는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MS는 이제 끝’이라는 언론의 말처럼 됐으면 참 재미있었겠지만, IT 공룡의 시초인 MS가 그렇게 쉽게 무릎을 꿇지는 않을 터. 2014년, 끝내 스티브 발머를 끌어내린 MS는 인도 출신 개발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를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내세우며 최근 몇 년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자사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전 버전 윈도우 OS를 윈도우 10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며 사실상 무료화했고, 모바일에서는 오피스 앱을 무료로 제공한다. 거기에 멀티 OS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 9월,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발표 현장에서 MS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작동하는 MS 오피스의 생산성을 설명했고, 한술 더 떠 오피스 2016은 맥(Mac) 버전을 더 먼저 출시했다. 소프트웨어 판매 기업을 벗어나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MS는 이제 그 플랫폼 안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개발할 개발자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윈도우 10’이라는 시장을 거의 다 만들어가니, 여기서 물건을 만들고 팔 ‘장사꾼들’이 필요하게 된 것. 이미 많은 장사꾼이 ‘리눅스’라는 대형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으니, 그들이 윈도우 10에서도 장사하게 하려면 그와 비슷한 환경을 시장 안에 만들어줘야 한다. 배쉬 쉘을 윈도우 10에 받아들인 이유다.  
 윈도우 10, 리눅스를 품다   사실 윈도우 OS에서도 리눅스나 유닉스 환경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리눅스 프로그램과 유틸리티를 윈도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그윈(Cygwin)이라는 프로그램이 도와줬지만, 그럼에도 네이티브 환경엔 미칠 수 없는, ‘유사 환경’만 제공하는 윈도우 프로그램일 뿐이다. 소스를 시그윈에 맞게 수정하고 컴파일한 후, exe 파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그윈은 한 마디로 해외여행을 갈 때 매번 들고 다니던 변압 어댑터라 생각하면 쉽겠다. 이번 빌드 2016에서 윈도우의 배쉬 쉘 지원이 크게 조명받는 이유는 시그윈처럼 윈도우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단계를 거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티브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즉, 기존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인 우분투(Ubuntu)가 태초부터 윈도우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리눅스 기반인 맥 진영으로 개발 환경을 갈아탄 이유가 윈도우에서는 리눅스 명령어 입력이나 툴 사용이 불편했기 때문인데, 이젠 굳이 맥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다. 더는 윈도우와 리눅스의 경계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쪽에서도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분투나 센트OS 등의 리눅스 계열엔 배쉬 쉘 형태로 같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했지만, 윈도우만 따로 인터페이스와 명령어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 일이 반으로 확 준 셈이다. 이제 윈도우 10에서도 리눅스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다. 거기에 MS는 멀티 플랫폼 개발 툴인 자마린(Xamarin)까지 제공하며 ‘플랫폼으로서의 윈도우 10’ 강화를 한 번 더 시도했다.  
 공짜로 풀어버린 자마린   자마린은 윈도우뿐만 아니라 iOS,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는 앱을 C#으로 개발할 수 있는 통합 개발 환경이다. 쉽게 말해 자마린에서 C#으로 소스를 한 벌 짜면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앱의 결과물들을 한 번에 전부 뽑아낼 수 있다. 그러니 이용 가격이 연 1,899달러(약 220만 원, 엔터프라이즈 기준)인데도 전 세계 약 1만 5천여 개 기업이 사용할 정도로 개발자와 기업에게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이런 자마린을 MS는 인수한 지 3주 만에 무료로 풀었으니, 윈도우 10 플랫폼 전략에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지나가던 기자도 알았다. 사실 MS 비주얼 스튜디오와 자마린이 결합하면서 자마린에 들어가는 라이선스 비용을 비주얼 스튜디오의 ‘유료’ 사용자에게만 무료로 풀 줄 알았다. 그런데 빌드 2016에서 무료화를 발표하며 비주얼 스튜디오 커뮤니티 에디션(무료) 사용자에게도 무료로 풀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MS가 이렇게 상남자였던 적이 있었나?). 덕분에 개발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적은 예산으로 기업용 앱을 개발할 때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iOS까지 지원해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 자마린으로 작업하면 훌륭한 가성비를 낼 수 있으니까. 자마린이 좋은 점은 이게 끝이 아니다. 모바일 앱 개발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테스트 환경도 제공한다. 워낙 다양한 해상도를 가진 안드로이드 진영은 그러려니 해도, 최근엔 애플까지 다양한 해상도의 아이폰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개발한 앱을 각 디바이스에 테스트하는 것이 보통 귀찮고 힘든 것이 아니다. 심지어 모바일 테스트 전문 업체들까지 생길 정도. ‘자마린 테스트 클라우드’는 그런 개발자들의 노고를 덜어주는 효자 서비스다. 2,000개 이상의 스마트폰 에뮬레이션을 제공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 개발자들은 다양한 모바일 환경에서 실제 앱을 사용하는 것처럼 시나리오를 입력하면, 그에 따른 결과를 제공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수행한 테스트 결과들을 비디오로 녹화해 받아볼 수 있다.
실제 비디오를 보며 입력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디에서 오류가 났는지 볼 수 있는 테스트 환경을 제공한다.   오픈소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리눅스 그리고 자마린까지. 플랫폼을 향한 MS의 질주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이제 시장도 얼추 그 모양을 잡았고 장사꾼들이 얼른 모여 사용자들이 붐비는 그런 희망찬 모습을 볼 일만 남았다. 가까운 미래에 윈도우 10은 모든 개발 툴을 수용하는 ‘개발자들의 집’이 될 수 있을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MS는 여전히 저 앞에 있는 구글과 애플을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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