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PART3_사례를 통해 살펴본 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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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PART3_사례를 통해 살펴본 UX

PART 3에서는 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업계의 실질적인 사례로 UX를 접근했다. 배달의민족, 현대카드와 같이 갸우뚱하지만 이내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곳부터 UX 디자인 그자체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가지고 나가는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재밌는 사례가 넘쳐났다. 그에 앞서, 기자가 UX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각을 달리하게 만들어준 2개의 칼럼으로 시작하려 한다. UX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를 풀고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파트가 되길 바란다.






경험, 그것은 디자인의 본질일 뿐이다

모두가 디자인을 지식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고부가가치 산업 즉, ‘돈’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던 시절, 김민수 교수(서울대 산업디자인)는 ‘21세기 디자인 문화 탐사(1999년, 솔 출판사)’라는 디자인 비평서를 통해 디자인이 삶의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며 또한, 그러한 삶을 생성하는 활동이라는 점을 지적했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UX에 대해서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또한,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글. 강창대 편집장


언제부터인가 UX(User eXperience, 사용자경험)는 디자인 혁신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사용자경험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내고,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혹은 서비스)을 만들기 위해 매우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UX는 인터랙션 디자인, 웹 디자인,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IA(Information Architectu re) 등과 같은 산업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이나 서비스 영역 등에서도 강조된다. 최근에는 CX(Customer Experience, 고객경험)나 BX(Brand Experience, 브랜드 경험) 등과 같이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추세다.


<사용자경험, 디자인의 본질>

김민수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여주었다. 사용자경험 즉, 다양한 관점에서 사용자를 배려하는 것은 디자인의 본질이지 새로운 디자인 방법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UX가 강조되는 것에 대해 “마치 새로운 개념인 것처럼 유행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하고, “트렌드에 종속된 ‘말 만들기 차원의 유행어’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디자인에서 ‘사용자 중심’이라는 개념 역시, 그 동안 디자인에서 사용자를 놓치고 있었다는 것의 방증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저는 사용자경험이란 말이 새로운 개념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물리적이든 비물리적이든 간에 모든 디자인 대상이 사람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마땅히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기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경험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디자인이 사람들의 경험세계에 대한 인지환경이라든지 이런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경험이란 공간, 사물, 이미지 내지는 어떤 시스템에 대해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인지적 교감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헌데, 유사 이래로 이러한 교감 없이 인간과 사물의 관계가 형성되었던 적이 있었는가? 인간 문화의 역사는 각기 시대마다 그 시대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에 따라 인간과 사물 사이의 교감하는 방식을 규정해 왔습니다.”

인간과 사물이 교감하는 방식으로서의 경험에 대한 관심이 20세기 산업사회로 오면서 잠시 단절되었을 뿐, 디자인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단지 사용자경험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팬시한 용어로 바뀌었을 뿐. 그래서 그는 “용어자체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문화와 사용자경험>

문화사적 관점에서 사용자경험이 선사시대 이래로 존재해 왔다는 김 교수의 지적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되는 순간부터 인터페이스가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늘날에 와서 사용자경험이 이렇게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일까? 이것은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에서 디자인의 물리적 기능이 강조되면서 희생됐던 “상징적이고 문화적인 의사소통의 문제가 다시 디자인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1980년대 ‘제품 의미론’이 등장하면서 디자인의 언어적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게 됩니다. 이전까지, 제품은 주로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로만 생각했었는데, 제품의 존재성을 생각하게 된 것이죠. 예를 들면, 전자제품을 구입해서 박스를 뜯으면 두툼한 사용설명서를 보게 됩니다. 사용설명서가 없으면, 제품의 작동방식을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죠. 그래서 제품을 어떻게 인지적으로 쉽게 읽혀질 수 있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 즉 사용자경험에 대한 고민이 1980년대에 시작됩니다.
이후 애플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Graphic User Interface)가 등장하게 되었고, 제품이나 이미지, 시스템의 상징적 커뮤니케이션과 인지적 역할에 대한 디자인의 문제가 검토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런 연구는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의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심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경험 연구개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멀티미디어 환경에 기초한 게임 산업 분야였습니다. 게임 산업은 인터랙션 모드에 있어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가상현실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최근에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와 사용자의 실제 환경에 컴퓨터 이미지를 겹치게 해 경험을 배가시키는 증강현실 체험을 제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써, 사용자경험의 문제는 21세기 사이버 문화에 대응하는 디자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죠.”

김 교수는 사이버 문화의 특징을 ‘잡종 교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문화는 물리적 접촉 대신에 통신망을 통해 인간관계를 증대하고 확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재와 가상은 중첩되고, 더욱 상징적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문자 언어로 이루어진 지식의 영상화와 다중매체를 통한 상상력의 증대, ‘보는 경험’에서 ‘조작과 체험’으로서의 시각문화, 잡종 교배적 변종 형태와 소재 등이 사이버문화의 성격을 말해준다. 이러한 성격은 사용자경험 디자인을 위해 인지과학, 인지심리학, 디자인, 과학, 예술 등과 같은 학제간 융합의 이론적 토대와 교육을 필요하게 했다는 것이다.


<정제된 미학에 대한 요구>

사용자가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다양하다. 여기에는 가장 기본적으로 ‘편리함’이나 ‘간편함’과 같은 사용성(Usability)이 있다. 이외에도 ‘자부심’이나 ‘즐거움’ 등도 사용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국내 사용자경험의 연구개발이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다”라고 지적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용성을 소홀히 하고 ‘자폐적인 자부심이나 조잡한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나타냈다.
단적인 예로 아이폰의 국내 출시로 인해 후폭풍을 맞고 있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은 사용자경험의 완성도나 디바이스 개발을 넘어 사용자경험을 위한 환경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이폰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아이폰이 성공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첫째는, 사용성의 해결이 매우 간단명료하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이를 기초로 응용된 소프트웨어의 체험이 넓을 뿐만 아니라 흥미롭고 깊은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을 한마디로 “인터랙션의 역동성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은 인터랙션 디자인 이론가 브렌다 로렐(Brenda Laurel)이 말한 세 가지 조건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 조건은 빈도(Frequency), 범위(Range), 유의미성(Significance)을 말한다. 즉,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하는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행한 것이 얼마만큼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경험 디자인이 흥미롭고 깊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탐색을 위한 수많은 치환모드를 지닌 구조가 흥미와 조작 차원에서 깊이가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는 사용자가 행하는 공간적 구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로 제시된 정보의 차원이 풍부하고 깊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김 교수는 아이폰에 대해 “설익은 디자인이 아니라 농익은 정제된 미학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제된 미학에 대해서 ‘세련되다’라는 형용사를 들어 설명했다.

“우리는 세련됐다는 것을 겉만 번지르르한, 패셔너블한 디자인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세련됨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세련됨’의 사전적 정의는 ‘서투르거나 어색하지 않고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 ‘깔끔하고 품위가 있음’, ‘군더더기가 없이 잘 다듬어짐’, ‘수양을 쌓아 인격이 원만하고 성품이나 취향이 고상하고 우아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모든 디자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키워드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DE+SIGN의 중심은 인간]

김민수 교수는 사용자경험이 디자인의 본질이듯 ‘사용자 중심’이라는 개념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모든 디자인의 중심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디자인의 중심에 인간이 없다면, 그것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볼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것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출발한 근원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제가 정의하고 있는 디자인 개념 즉, ‘문화적 상징의 해석과 창조’라는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합니다. 디자인(design)은 라틴어 데시그라네(designare)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상징(sign)’을 ‘해석하다(de)’ 또는 ‘해체시키다(de)’의 의미가 중첩된 말입니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기존의 인간 삶에 대한 철저한 이해과정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새로운 상징체계를 창조하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결국,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형태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조형적 수단 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삶에 대한 해석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사용자에 대한 통찰은 결국 디자인 현상의 맥락을 이루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걸친 통찰력이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단순히 형태 부여자가 아니라, ‘해석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은 인문적 성찰, 사회과학적 통찰, 과학기술과 예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사용자 즉, 인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성찰은 디자인의 본질이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개념에 주목하는 것은 디자인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잃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사용자 관점을 독립변수로 떼어서 생각하지 말았으면’하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여기에 덧붙여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진지한 자세를 요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용보다 말과 용어가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용자 관점을 마치 ‘대박’의 줄기세포인 것처럼 과장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먼저 디자인의 기본에 충실했으면 합니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디자인을 피해서 살 수 없을 만큼 디자인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디자인이 삶과 행동을 조직하는 능력에 대해 홍보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디자인이 심각하게 오남용 되고 있는 시대에 디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수 교수와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의 모든 내용을 지면관계상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부족한 부분은 최근 출간된 그의 저서를 참고해보길 권하고 싶다. 감히 그를 평가하자면, 그는 한국의 디자인학계를 넘어 지성을 대표하는 학자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의 바람직한 상에 대해서 김 교수에게 물었다.

“저는 디자이너에게 인간 삶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주가 많은 사람들은 많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디자이너는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디자이너는 현혹하는 겉모습의 이면에 담긴 시각문화의 진실을 꿰뚫어보고 이를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품미학의 이면에 존재하는 왜곡된 사회와 역사 문제를 다룰 줄 아는 디자이너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전통의 힘과 치열한 예술적 혁신, 그리고 삶에서 진짜 소중한 가치들을 깨닫게 하는 ‘문화와 디자인을 제대로 읽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 그립군요.”


*전문은 디아이 매거진 8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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